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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와~~~ 홈런이다!!"
사실 태어나서 홈런 장면을 처음 봤습니다. 공은 울릉도에서 직선거리 100m가 나오는 유일한 운동장인 현포 초등학교의 담장을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앗싸~ 맥주 한 박스~"
뒷벤치에 앉아 있던 후배가 박수를 치며 뛰어 나옵니다. 자기들끼리의 약속이 있었나 봅니다. 홈런을 치면 맥주 한 박스를 사기로 말입니다.
'토네이도'라는 야구팀에 가입한 지 한 달 정도. 하지만 후보인 탓에 이제 겨우 세 번 타석에 섰습니다. 그것도 타석에만 나오는 지명타자로 말입니다. 성적은 3타수 1안타, 그 1안타도 배트 손잡이 근처에 맞아 투수키를 겨우 넘어가는 수비 실책성 안타가 고작입니다.
하지만 1루를 밟아 봤다는 첫경험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놈 앞에 다가섭니다. 나랑 야구 경력이 비슷한 그 친구놈에게 가서 한마디 던집니다.
"푸하하하~ 니 1루 밟아봤나?"
이 말에 친구란 놈 맞받아 한마디 던집니다.
"짜식이 또 웃기네~ 니 수비는 해봤나? 푸하하하~"
비슷한 야구 경력에 친구놈은 세 번 타석에 무안타. 하지만 외야수로 수비를 서고 있고, 나는 수비 한 번 못해 보고 지명타자로 고작 세 번 타석에 선 게 전부입니다.
친구놈의 이런 반격(?)에 슬며시 감독직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친구놈에게 한마디 다정한 목소리로 슬며시 건넵니다.
"저, 존경하는 감독님. 저도 수비를 한번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는 게 어떨까요? 시켜만 주시면 정말 열심히 해볼게요. 예?"
"니는 아직 멀었다. 이거 축구하고는 많이 틀린데이... 자칫 잘못하면 니 이빨 틀니 끼게 될 수도 있다 아이가. 좀더 기초를 다지가 하는기 안 낫겠다 싶다. 좀 기다리 봐라~"
이 섭섭한 소리에 버럭 한소리 지릅니다.
"치아라 마~ 에라이~ 친구란 놈이 감독인데 뭐 이라노? 술사줘도 안되고 아양을 떨어도 안되고~ 뭐 우예 해야 되노~"
또 한바탕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옵니다. 올해로 2년째 개최되고 있는 '울릉생활체육협회장배 야구리그'의 풍경입니다.
이곳 울릉도에는 총 네 개의 사회인 야구팀이 있답니다. 울릉군청 소속의 공무원들로 구성된 '독도수비대팀'과 한전 전우실업의 '백갈매기팀' 그리고 사회인팀으로 구성된 'UBC팀'과 내가 소속된 '토네이도팀'입니다.
4월 7일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네 팀이 리그전을 거쳐 우승팀이 육지에서 개최되는 경북리그 야구본선대회에 참가하게 된답니다. 그런 중요한 경기이기에 매 순간순간마다 프로리그에 못지 않은 긴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동해 신비의섬 울릉도, 올여름 휴가철에 육지 야구동호회팀의 전지훈련장소로 울릉도 어떻습니까. 맑디 맑은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울릉도야구팀과 경기도 하고 수영도 즐길 수 있는 1석 2조의 '야구관광'도 괜찮을 것 같은데.
물론 울릉도의 신선한 해산물도 소주와 곁들여 배터지도록 먹여 드릴 수 있답니다. 단, 저희팀보다 실력이 떨어지면 책임 못집니다. 아셨죠?
덧붙이는 글 | 배상용 기자는 울릉도 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 현지 운영자이자 울릉군의회 의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