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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은 그럴듯 하죠?
폼은 그럴듯 하죠? ⓒ 배상용
'따악~'
"와~~~ 홈런이다!!"

사실 태어나서 홈런 장면을 처음 봤습니다. 공은 울릉도에서 직선거리 100m가 나오는 유일한 운동장인 현포 초등학교의 담장을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앗싸~ 맥주 한 박스~"

뒷벤치에 앉아 있던 후배가 박수를 치며 뛰어 나옵니다. 자기들끼리의 약속이 있었나 봅니다. 홈런을 치면 맥주 한 박스를 사기로 말입니다.

울릉도에서는 가장 빠른볼을 구사하는 토네이도팀의 투수 입니다
울릉도에서는 가장 빠른볼을 구사하는 토네이도팀의 투수 입니다 ⓒ 배상용
어이쿠~ 우리 집사람 못볼줄 알았네~
어이쿠~ 우리 집사람 못볼줄 알았네~ ⓒ 배상용
한쪽은 바다, 또 한쪽은 숲, 이보다 아름다운 야구장이 있을까요?
한쪽은 바다, 또 한쪽은 숲, 이보다 아름다운 야구장이 있을까요? ⓒ 배상용
'토네이도'라는 야구팀에 가입한 지 한 달 정도. 하지만 후보인 탓에 이제 겨우 세 번 타석에 섰습니다. 그것도 타석에만 나오는 지명타자로 말입니다. 성적은 3타수 1안타, 그 1안타도 배트 손잡이 근처에 맞아 투수키를 겨우 넘어가는 수비 실책성 안타가 고작입니다.

하지만 1루를 밟아 봤다는 첫경험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놈 앞에 다가섭니다. 나랑 야구 경력이 비슷한 그 친구놈에게 가서 한마디 던집니다.

"푸하하하~ 니 1루 밟아봤나?"

이 말에 친구란 놈 맞받아 한마디 던집니다.

"짜식이 또 웃기네~ 니 수비는 해봤나? 푸하하하~"

비슷한 야구 경력에 친구놈은 세 번 타석에 무안타. 하지만 외야수로 수비를 서고 있고, 나는 수비 한 번 못해 보고 지명타자로 고작 세 번 타석에 선 게 전부입니다.

비록 프로경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할건 다합니다. 시구까지..
비록 프로경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할건 다합니다. 시구까지.. ⓒ 배상용
손가락 치켜든 친구놈 보이시죠? 저와 야구경력이 비슷한 라이벌입니다. 우선 저 친구놈을 이기는게 제 첫번째 목표랍니다.^^
손가락 치켜든 친구놈 보이시죠? 저와 야구경력이 비슷한 라이벌입니다. 우선 저 친구놈을 이기는게 제 첫번째 목표랍니다.^^ ⓒ 배상용
자~ 경기규칙 잘 들으세요~뒤에 후회하지 말고~
자~ 경기규칙 잘 들으세요~뒤에 후회하지 말고~ ⓒ 배상용
친구놈의 이런 반격(?)에 슬며시 감독직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친구놈에게 한마디 다정한 목소리로 슬며시 건넵니다.

"저, 존경하는 감독님. 저도 수비를 한번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는 게 어떨까요? 시켜만 주시면 정말 열심히 해볼게요. 예?"

"니는 아직 멀었다. 이거 축구하고는 많이 틀린데이... 자칫 잘못하면 니 이빨 틀니 끼게 될 수도 있다 아이가. 좀더 기초를 다지가 하는기 안 낫겠다 싶다. 좀 기다리 봐라~"

이 섭섭한 소리에 버럭 한소리 지릅니다.

"치아라 마~ 에라이~ 친구란 놈이 감독인데 뭐 이라노? 술사줘도 안되고 아양을 떨어도 안되고~ 뭐 우예 해야 되노~"

또 한바탕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옵니다. 올해로 2년째 개최되고 있는 '울릉생활체육협회장배 야구리그'의 풍경입니다.

'토네이도'팀의 코치님이랍니다. 오래전 선수생활을 하셨는데 부상으로 꿈을 접으셨다 하더군요. 정말 실력이 엄청 납니다..경기가 있는날이면 항상 육지에서 울릉도에 오십니다. 고마우신 분이죠..
'토네이도'팀의 코치님이랍니다. 오래전 선수생활을 하셨는데 부상으로 꿈을 접으셨다 하더군요. 정말 실력이 엄청 납니다..경기가 있는날이면 항상 육지에서 울릉도에 오십니다. 고마우신 분이죠.. ⓒ 배상용
이분들은 주전일까요? 후보일까요? 후보들은 술 먹는거 절대 제지 안합니다.^^
이분들은 주전일까요? 후보일까요? 후보들은 술 먹는거 절대 제지 안합니다.^^ ⓒ 배상용
자~ 울릉도의 4개 야구팀의 단체사진입니다.
자~ 울릉도의 4개 야구팀의 단체사진입니다. ⓒ 배상용
이곳 울릉도에는 총 네 개의 사회인 야구팀이 있답니다. 울릉군청 소속의 공무원들로 구성된 '독도수비대팀'과 한전 전우실업의 '백갈매기팀' 그리고 사회인팀으로 구성된 'UBC팀'과 내가 소속된 '토네이도팀'입니다.

4월 7일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네 팀이 리그전을 거쳐 우승팀이 육지에서 개최되는 경북리그 야구본선대회에 참가하게 된답니다. 그런 중요한 경기이기에 매 순간순간마다 프로리그에 못지 않은 긴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동해 신비의섬 울릉도, 올여름 휴가철에 육지 야구동호회팀의 전지훈련장소로 울릉도 어떻습니까. 맑디 맑은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울릉도야구팀과 경기도 하고 수영도 즐길 수 있는 1석 2조의 '야구관광'도 괜찮을 것 같은데.

물론 울릉도의 신선한 해산물도 소주와 곁들여 배터지도록 먹여 드릴 수 있답니다. 단, 저희팀보다 실력이 떨어지면 책임 못집니다. 아셨죠?

덧붙이는 글 | 배상용 기자는 울릉도 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 현지 운영자이자 울릉군의회 의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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