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일요일 오전 9시 40분쯤 젊은 부부가 남자 아이 두 명을 데리고 입장을 하였다. 그 부모는 입장을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주의사항을 읽게 하고, ‘어린이박물관에서의 약속’이라는 글을 같이 보면서 입장하면 지켜야 할일을 말해주었다.
지금까지 봐온 많은 입장객들 중에서 이렇게 철저하게 교육을 시키면서 관람을 하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었기에 다른 사람들과 달리 눈에 띄었던 것이다. 어린이 박물관으로 올라간 지 약 10여분 뒤 아버지가 큰 아이(초등학교 2학년)를 데리고 내려왔다. 아버지는 입구에 써 붙인 약속판 앞으로 아들을 데리고 가서 손으로 가리키면서 ‘다섯 번째 약속 : 미끄럼을 타거나 뛰어 다니지 마세요, 일곱째 약속 : 전시물을 만져본 후 제 자리에 놓아 주세요’를 다시 읽게 하고 나서 “이제 잘 지킬 것이지?”하고 다짐을 받은 뒤에 데리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내가 이곳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말경이었으니 꼭 1주년이 된 셈이지만 그 동안에 처음 보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몇 번이나 관람객들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였고,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일일이 설명을 해도 그런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기만 했다. 어떨 때는 “이런 것 치우고 정리하는 것은 여기 계시는 분들이 하는 일이 아니에요?”라는 말까지 듣기도 했고 ‘이런 것도 하지 않고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냐?’는 식의 비난의 눈총을 받기도 해왔었다. 그래도 나는 꾸준히 깨우치려고 노력을 해왔다.
“제가 여기 와서 몹시 화가 난 일이 있습니다. 외국의 어린이들은 여기 오면 이런 것을 만지고 조작해 보고나서는 반드시 제자리에 정리를 하고 가는데, 우리 어린이들은 그것을 잘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저렇게 기본이 잘 된 어린이들과 경쟁을 한다면 어찌 될 것인가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파오고 걱정이 되어서랍니다. 지금 아이들이 이런 것을 치우는 것이 안쓰럽고 내가 해주고 싶겠지만, 자기가 한 일일, 자기가 만지던 것들은 자기 손으로 정리하고 관리하게 하는 것이 자녀들에게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랍니다. 그렇게 시켜 주세요. 제 손으로 하도록 가만히 놔두고 보기만 하세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렇게 시켜 주는 부모도 있지만 싫어하는 젊은 어머니들도 많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봉사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활동이고 이 사회를 위한 활동이라면 작은 힘이나마 바른 교육을 위해 쓴 소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계속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아버지가 직접 데리고 와서 잘못을 지적하고 가르치는 모습을 보니 ‘저 아이는 이 다음에 정말 반듯한 아이로 아니 반듯한 어른으로 자라서 이 사회에 기둥이 되는 사람으로 자라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시간을 내어서 전시장에 가서 그 아버지와 아이에게 ‘고누놀이’ 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게임 심판까지 봐 주고 내려왔다. 시간이 있으면 체험학습을 하고 가라고 일러주었더니, 아버지가 곧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하였다. 슬쩍 직장을 물으니 모 방속국의 기자라고 하였다.
대게 그런 방송국이나 신문사에 다니는 이들을 좀 거칠거나 따지고 드는 그런 사람들로 생각하곤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정말 원칙을 지키고 자녀를 엄하게 가르치는, 요즘 보기 드문 훌륭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내가 칭찬을 받을 일을 한 그런 기분이라면 내가 너무 들 뜬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내 개인불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