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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어린이를 찾기 위해 경보를 울리는 '앰버 시스템'이 실시된다고 한다. 지난 8일 경찰청은 건설교통부, 서울시와 '앰버 경고 시스템 운영 협약'을 체결하고 각종 도로에 설치된 전광판과 지하철 전광판, 그리고 교통 방송을 통해 실종된 어린이의 인상착의를 신속히 알리는 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후 이동통신 회사로 협약을 확대하여 이동전화 문자메시지까지 포함시킬 계획이다.

'앰버 시스템'은 1996년 미국 텍사스 주에서 납치되어 살해된 여자 어린이 앰버 해커먼 사건 이후 미국에서 구축한 경보 시스템이다. 어린이가 실종되면 도로 전광판과 방송을 통해 실종 어린이나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널리 알려 신고를 유도하거나 범인을 압박하여 범행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현재 49개 주에서 이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납치·유괴 사건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앰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왕 시작하는 제도가 실제로 범죄 해결에 힘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대한민국의 차이를 살펴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 앰버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 상황이 다르다

어린이 납치·유괴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성폭행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경우 돈을 요구하는 경우보다 성폭행 목적의 범죄가 대세를 이뤘고 미국은 유괴와 성폭행 모두 형량이 높기 때문에 납치된 어린이들이 살해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미국에서 성폭행을 목적으로 어린이를 납치하거나 유괴하는 범인들은 자동차에 어린이를 싣고 일단 멀리 도주하여 범행을 저지른 뒤 어린이를 살해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런 경우 48시간이 지나면 납치된 어린이의 생명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통계도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어린이 실종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범인이 자동차로 다른 주로 이동하기 전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 목격자를 찾아내고, 도로 전광판을 통해 이동하는 범인을 식별하는 것에 앰버 시스템의 목적이 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린이 납치, 유괴사건 역시 빚에 쪼들린 범인이 돈을 목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와 성폭행을 목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과거 부유층 아이를 노리던 경향에서 최근에는 불특정 아이를 상대로 즉흥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고 있고 성폭행이 목적인 경우엔 유감스럽게도 납치된 어린이가 피살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가 납치·유괴에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다른 주로 도주하는 미국과는 달리 자기 집 또는 미리 마련한 은신처로 이동하거나 인근 야산 등 미리 보아둔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범인들은 이동거리가 짧고 은신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경우 미국처럼 도로의 목격자를 찾는 것 보다는 범인 가까이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신고나 제보가 절실하다.

이번에 구축된 앰버 시스템은 도로 전광판과 지하철 전광판을 주축으로 삼고 있지만 이동하는 운전자나 지하철 탑승자가 해당 내용을 본 뒤 숙지하여 신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기는 어렵다. 교통방송의 경우도 음성 정보로 내용을 알리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공영방송의 뉴스를 활용하자

관심을 끌고 신고를 이끌어 내야할 대상이 범인 가까이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그 대상은 중년 여성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방송의 참여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전국 단위 네트워크가 강하기 때문에 공중파 방송으로 실종 어린이나 용의자에 대한 내용이 전파될 경우 신고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특별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 곤란하다면 뉴스 시간을 활용하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KBS1과 KBS2를 합칠 경우 하루 13번의 뉴스가 편성되어 있다. 각 뉴스마다 실종 어린이 소식을 주요하게 다뤄주고 시사성을 가진 교양프로그램까지 포함시켜 프로그램 안에 주요 꼭지로 다뤄주면 일반 편성만으로 적어도 1시간 간격의 방송이 가능해 진다. 이미 구축되어 있는 방송 뉴스를 인터넷 포털 서비스에 공급하는 한다면 공중파 방송과 인터넷을 통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황사가 심할 경우 모든 뉴스마다 황사 경보에 대한 소식을 되풀이 하는 것을 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정도라도 다뤄 준다면 특별히 긴급편성을 하지 않더라도 만만치 않은 파급효과를 불러 올 것이기에 지금 당장 KBS와 경찰청이 가능한 수준의 협약을 맺고 핫라인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가정에서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여 자녀들의 인상착의를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적어도 6개월마다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새 옷을 샀을 때나 자주 입고 다니는 옷을 입혀 사진을 찍어 두거나, 안경을 쓰는 아이인 경우 안경을 벗은 사진, 머리를 묶는 아이의 경우 머리를 풀고 찍은 사진을 준비해 놓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장익준 기자는 토클(TOKL, 국어능력인증시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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