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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이면서 둘 인섬, 우삭도
하나이면서 둘 인섬, 우삭도 ⓒ 김대갑
섬. 외로운 섬. 그러나 이제는 다가와 내 아내처럼 곱게 보이는 섬. 그리고 물 위를 걷는 여인들.

다섯이면서 여섯이고, 여섯이면서 다섯인 섬. 아니, 엄밀히 말하면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우삭도. 한 몸에서 두 몸이 나고, 두 몸에서 한 몸이 나니 창조주의 장난치고는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낚시꾼들과 해녀
낚시꾼들과 해녀 ⓒ 김대갑
감청색 바다 위를 거침없이 떠다니는 검은 빛의 여인들.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았을 우리의 아내이자 누이였던 그녀들. 낚시꾼들은 해녀를 싫어할 지도 모른다. 작은 바늘에 미끼를 끼워 물고기를 유혹하는 찰나에 해녀의 물질에 그들은 짜증을 낸다.

그러나 낚시는 물고기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속이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물고기에게 속임수를 쓰겠다는 그 마음이 벌써 인간을 속이는 마음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해녀는 낚시꾼들에게 속죄할 기회를 준 것이다. 속이지 말라고.

바다 위를 거니는 여인
바다 위를 거니는 여인 ⓒ 김대갑
두렵지 않을까. 심연 속으로 들어가는 그 마음이 두렵지 않을까. 고독하지 않을까. 태풍이 치는 밤에 폭풍우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그 마음이 고독하지 않을까.

갓 잡아 온 해물을 파는 여인들
갓 잡아 온 해물을 파는 여인들 ⓒ 김대갑
두렵지 않을 것이다. 물 위의 누이들은 물속만큼 편안한 곳이 없을 것이다. 물속에는 그녀들의 가정에 희망을 안겨주었던 자원이 있었기에, 그녀들의 자식을 키워 준 소중한 생명들이 있었기에 그녀들은 편편한 마음으로 물 속을 거닐었을 것이다.

고독하지 않았을 것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도 그들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기 때문에 결코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다섯이면서 여섯인 그들이기에, 하나이면서 둘 인 우삭도이기에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폭풍우의 거센 질타를 견디었을 것이다.

섬, 감청색의 바다 위에 떠 다니는 섬
섬, 감청색의 바다 위에 떠 다니는 섬 ⓒ 김대갑
물 위를 떠다니는 해녀들을 물새들이 무심히 바라본다. 일렬로 늘어선 그들의 머리 위로 회색빛 태양이 작은 빛들을 은가루처럼 내려준다. 조금 있으면 그들은 날아갈 것이다. 3차원에 머물고 있는 인간들을 조롱하듯이 버려두고 4차원의 공간으로 날아갈 것이다. 그들은 늘 인간들의 머리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특권을 누렸다.

오륙도를 오가는 유람선
오륙도를 오가는 유람선 ⓒ 김대갑
그러나 자만하지 말지어다. 비록 너희들이 4차원의 세계를 누리는 특권을 갖고 있지만 너희들도 결국엔 지상의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운명을 갖고 있다. 아주 잠시 하늘을 누비는 특혜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결국 지상에서 모두 만날 운명이라는 것을 알아 주렴.

해녀 막사
해녀 막사 ⓒ 김대갑
바다, 여섯 개의 섬, 낚시꾼, 그리고 물 위의 여인과 저 멀리 보이는 유람선의 여유. 아, 어디선가 보았던 한 폭의 유화가 바로 이거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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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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