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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이 배우 조명남님, 오른쪽이 작가 오재호님.
사진 왼쪽이 배우 조명남님, 오른쪽이 작가 오재호님. ⓒ 유경

-72세의 작가, 60대 중반의 배우에게 나이 듦이란 무엇인가?
오재호 "원숙함, 익어가는 거다. 나이 들어 내가 가장 잘하게 된 것은 '듣는 것'이다."
조명남 "내게 나이 듦은 어떤 희망 같은 것이다. 나이 들고 나서야 제대로 된 판단력이 생겼고, 연기자로서는 젊어서는 볼 수 없었던 행간이 보인다고나 할까. 그러니 연기가 힘든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즐겁다."

-이 연극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노년에 대해 생각하고 느꼈던 것에 변화가 있었나?
조명남 "노욕(老慾)이라는 것은 바로 나만 옳다고 하는 것, 자기 울타리를 고집하면 외롭다. 가족과 좀 더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해야겠고,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재호 "요즘 사람들은 노인을 '살아있는 물건'으로 본다. 소속감도 없고, 자율성도 없는 존재로 보는 거다.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 거 아닌가. 이건 말도 안 된다."

-꿈꾸는 멋진 노년상이 있는가?
조명남 "죽을 때 미소 짓고 싶다. 그러려면 후회 없이 살아야겠고, 남에게 원수질 일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웃음)"
오재호 "나 자신이 1년에 6개월 정도 아내와 떨어져 혼자 산다. 독거(獨居)노인이다. 꼭 하고 싶은 일, 쓰고 싶은 글이 있어 팔십까지 살아야 하는데, 혼자라고 힘없이 사는 게 아니라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산다."

-인생의 후배들인 젊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다.
오재호 "노인들에게 웃어 달라. 눈을 좀 맞춰 달라. 힘 드는 일도 아니고 돈 드는 일도 아니지 않은가."
조명남 "지금 노인문제가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얼마 있다가 중년 세대가 노년이 되면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때를 생각해서라도 노년을 다시 한 번 돌아봐라. 너희들의 노년, 금방이다! 경제적인 것만 노후준비가 아니다. 가족화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작가의 칠순 기념 공연 두 번째 작품으로, 4월 29일 마지막 공연 날 딱 72세가 되신다고 들었다. 소감은?
오재호 "희곡은 방송드라마 쓰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작업이다. 이 작품을 2년 동안 썼다. 대화를 거부당해 죽어가는 노인, 현대판 고려장을 당하는 노인, 고독사(孤獨死)하는 노인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사람들이 이 연극을 통해서 인간 자체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은 느낌이 아니라 결심하는 것', 이것이 주제이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다."

-이번 연극 작업에서 얻은 것은?
조명남 "70대 작가와 60대 배우에다가 연출가마저 동년배였다면 아마 달랐을 것이다. 30대 중반의 연출가 덕분에 '노(老)-소(少)세대'가 함께 하면서 감정 과잉에 빠지지 않고 적당히 긴장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과정이 있어 좋았다."

-(이때 김민호 연출가 동석) 이번 연극을 통해서 연출가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느낀 점은?
김민호 "나이 들어 명심해야 할 것은 젊은 사람들이 다가오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두 분 선생님들께서 바로 그렇게 하셨다. 먼저 다가오셨고, 먼저 손 내밀어 주셨다. 연극 보시는 분들도 마음 열고 그냥 오셨으면 좋겠다. 부모님 무덤가에 가만 빈 마음으로 앉아있으면 무언가가 채워지는 것처럼, 이 연극도 그냥 빈 마음으로 앉아 보노라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고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는 4일 10일 <귀향> 개막 공연이 끝난 후 분장실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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