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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종'이 철거됐다. 무각사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전두환 각하'라는 글귀가 선정하게 씌여있던 종(사진 왼쪽)을 철거하고, 새로 제작한 '무각사 범종'을 설치했다.
'전두환 종'이 철거됐다. 무각사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전두환 각하'라는 글귀가 선정하게 씌여있던 종(사진 왼쪽)을 철거하고, 새로 제작한 '무각사 범종'을 설치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에 남긴 '살풍경' 하나가 사라졌다. 81년 5월에 설치된 '전두환 범종'이 철거된 것. 전두환 전 대통령은 광주를 군화발로 짓밟고 권좌에 앉은 1년여 만에 이 종을 광주에 남겼다.

이에 따라 광주광역시청사 식수동산에 남겨진 이른바 '전두환 나무'의 철거 논란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정권 찬탈을 기념이라도 하듯 자신이 직접 돈을 내 제작한 종을, 상무대 군 법당으로 사용됐던 무각사 범종각에 설치했다.

상무대는 80년 5월 당시 민주화를 요구했던 수많은 이들이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군사재판을 진행했던 곳이다. 현재 무각사는 5월 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5·18기념공원' 안에 위치하게 됐다.

철거된 '전두환 종', 무각사 대웅전 뒤편에 보관

지역에서는 "기념공원에 아직도 학살자를 기리는 종이 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전두환 종' 철거요구가 지속됐고, 무각사는 "철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됐다. 지난해 무각사는 "올해 안에 다른 범종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각사는 철거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으나, 지난해 12월 22일 동짓날 '전두환 종'을 철거하고 새 종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해줬다. '여의산 무각사 범종'이 '상무대 호국의 종'을 대신하게 됐다.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 등도 시주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각사 범종각에 25년 동안 자리했던 '전두환 종'의 존재는 2003년에 알려졌고 종에 '상무대 호국의 종' '대통령 전두환 각하'라는 글귀가 씌여 있어 '전두환 종'으로 불려졌다.

지난 13일 무각사 측은 철거된 '전두환 종'이 어디에 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않았다. 무각사 종무소 관계자는 "종을 바뀐 것은 알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웅전 뒤 쪽에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결과 '전두환 종'은 무각사 대웅전 뒤 편에 파란색 비닐로 덮힌 채 놓여 있었다. 종무소 측은 "종이 아니다"고 했지만 종의 문양으로 보아 '전두환 종'이 확실했다.

지난해 5월단체와 5·18기념재단은 무각사에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철거 후 5월단체에 기증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무각사측의 입장은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조진태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되지는 않았다,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무각사측에 필요한 사항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물은 5·18정신 형상화, 동산엔 '전두환 나무'

철거된 '전두환 종'은 무각사 대웅전 뒤 편에 파란 비닐로 덮여 진 채 끈으로 묶여져 있다. 무각사 측은 이에 대해 "종이 아니"라며 종의 행방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결과, 종의 문양으로 보아 '전두환 종'이 확실하다.
철거된 '전두환 종'은 무각사 대웅전 뒤 편에 파란 비닐로 덮여 진 채 끈으로 묶여져 있다. 무각사 측은 이에 대해 "종이 아니"라며 종의 행방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결과, 종의 문양으로 보아 '전두환 종'이 확실하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무각사의 '전두환 종' 철거로 광주광역시청사 내 기념식수 동산 한 가운데 자리에 표지석 없이 서 있는 '전두환 나무'가 관심이다.

여기에는 80년 5월 당시 국방부장관으로 진압을 진두지휘해 사법처리는 물론 서훈를 취소당한 주영복씨의 나무도 있다. 무각사의 조치로 나무에 대한 철거 논란이 다시 일 것으로 보인다.

상무지구 시청사는 5·18정신을 계승해 미래로 나아가자는 배를 형상 한 것이다. 5층인 의회동은 뱃머리를, 18층인 행정동은 돚대를 상징한다. 건물 층수에 5·18의 의미를 담았다. 5월을 기리며 상징하는 공간과 '학살자 전두환'의 흔적이 조우하고 있는 것이다.

'전두환 나무'는 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옛 계림동 시청사 방문 기념으로 식수한 것으로 지난 2004년 3월 상무지구로 시청사를 옮기면서 알려져 철거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광주시청은 시민여론조사 이후 이전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했고, 여론조사 결과는 '시청사에 나무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80% 가까이 됐다. 그러나 아직 그 자리에 서 있다.

"일해공원도 반대하는데, 아직 '각하 흔적'... 머쓱하다"

아직 광주시청사 식수동산 한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두환 나무'. 87년 광주시청사 방문을 기념해 전두환이 식수한 동백나무에 대해 철거요구가 계속됐지만 시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있다.
아직 광주시청사 식수동산 한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두환 나무'. 87년 광주시청사 방문을 기념해 전두환이 식수한 동백나무에 대해 철거요구가 계속됐지만 시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재야단체 한 관계자는 "그것 뽑아버려야지, 상무지구 신청사로 옮기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현재는 어떻게 하겠다고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계기를 만들어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면서 "학살자 전두환이 속죄한 것도 아니고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진 것도 아닌데 5월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시청사에 학살자가 남긴 나무가 있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5월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하는 박광태 시장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찬영 조선이공대 교수는 "5·18를 기르는 공원 등으로 옮겨 심고, 안내판을 달아 역사적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시민사회가 연례행사처럼 5월달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이번에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옮기지 못한다면 나무 주변에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일해공원 명칭 논란을 언급하며 "솔직히 머쓱하다"며 "일해공원 관련해서 광주전남대책위까지 구성했는데 정작 우리 광주에서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경남 합천군이 공원 명칭을 전두환 전 대통령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의 호를 따 '일해공원'으로 명칭 변경 한 것에 대해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도 대책위를 구성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광주에 있는 '각하의 흔적'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의 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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