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전문요양센터 중에서 무료시설도 가봤고, 실비시설도 가봤다. 그래서 이번에 유경 기자가 선택한 곳은 유료시설이었다. 유료시설도 참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있고, 복지재단이 운영하는 곳이 있으며, 병원이 운영하는 곳도 있다. 그 중에 시설과 비용이 최고급에 속한다는 '실버케어스'를 방문했다.
4인 가족 한달 생활비 보다 비싸... 시설은 '호텔급'
실버케어스(소장 김영애)는 서울여자간호전문대학 부설 노인전문요양센터다. 김영애 소장은 서울여자간호대학이 노인간호 특성화 대학이라고 설명했다. 노인간호를 더욱 더 전문화하고 특성화하기 위해 2001년 10월에 노인전문요양센터를 설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버케어스는 2001년, 홍제동 서울여자간호대학 내에 55병상으로 개원했으며, 만성질환 노인이 늘어나면서 2003년에는 평창동에 분원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 2월에 홍제동 본원에 26병상을 증설했다. 현재 홍제동 본원은 일부 내부공사중이라 정원이 81병상이지만 50명이 조금 넘는 노인들이 입원해 있다.
김 소장은 실버케어스의 시설과 관련해 "호텔과 같은 수준의 시설"이라면서 "서울시내에 있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가족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대학에서 운영하는 곳이라서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평창동 분원은 서울인데도 건물 뒤쪽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앞쪽으로는 깨끗한 개울이 흐르고 있어 입지적인 조건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렇다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 상당히 비싼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유경 기자의 말대로 어지간한 4인가족의 평균한달 생활비를 웃도는 수준이다.
실버케어스는 1인실, 2인실, 6인실이 있다. 홍제동 본원은 1인실이 2개, 2인실이 2개이며 나머지는 전부 6인실이다. 평창동 분원은 1인실과 2인실이 각각 하나씩이며 나머지는 6인실로 구성되어 있다.
1인실은 상당히 비싸다. 기본 입소비용이 300만원이다. 2인실은 기본 입소비용이 250만원이며, 가장 많이 이용하는 6인실은 190만원이다. 기본 입소비용 외에 집중관리비가 있는데 이는 기저귀를 비롯한 노인용 소모품과 튜브를 사용하거나 욕창 케어 등 기타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경우 그 비용을 말한다. 그런 비용까지 포함한다면 6인실은 200만원이상 비용이 든다고 보면 된다.
물론 입소보증금도 내야 한다. 1500만원으로 퇴소할 때 전액 환불한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소할 수 있다지만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자칫하면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실버케어스는 소개하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시설에 대한 일방적인 홍보가 아니라 정보를 제공 측면에서 보면 이런 시설에 대한 소개도 필요하지 않을까?
노인요양시설에 여성 입소자가 더 많은 이유
실버케어스의 입소노인들은 60%이상이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다. 일단 입소를 하면 입소자가 사망할 때까지 입원해 있어야 하는 게 노인전문요양센터의 특성이다. 입원기간이 얼마나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입소비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대부분 마지막 단계에 입소를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유료요양시설은 비용이 굉장히 비싼 편이기 때문에 거의 어르신들이 중증일 때 들어오세요. 치매도 문제행동을 보이는 초기나 중기에는 집이나 병원에서 치료를 하다가 신경학적인 증세를 보이는 말기에 입소를 하시죠. 신경학적 증상은 경련이라든가, 발작이라든가, 여러 가지 합병 증세를 보이면서 와상상태에 이르게 되는 겁니다."
김 소장의 설명이다.
실버케어스 입소자의 평균 연령은 80세, 전체 입소자 중 남자는 15% 정도이며, 입소자 대부분이 뇌혈관 장애나 알츠하이머 등의 만성질환을 두 가지 이상 가지고 있다. 말기암 환자도 있다. 최고령자는 102세 여성노인이다.
노인요양시설에 여성 입소자의 수가 월등하게 많은 것에 대해 이유를 알고 싶다는 독자가 있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유경 기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데다가 부부 중에서 남편이 아픈 경우 간병은 아내의 몫이 된다. 하지만 아내가 아픈 경우 남편이 제대로 간병을 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때문에 시설 입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이유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나 간호사가 여성이기 때문에 남자환자를 간병할 때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성기를 노출하거나, 심하게 피부접촉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심하면 아예 남자노인을 받지 않는 곳도 있다."
비용이 비싼 만큼 수혜자의 입장에서는 양질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할 터. 김 소장은 그런 면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실내온도가 달라질 때마다 다른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무엇을 어떻게 먹여야 하며, 어떻게 케어 해야 하는지 일일이 적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입소자 가족의 과다한 요구 때문에 힘들어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단다.
그렇다면 입소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진다. 홍제동 본원은 입소자가 50명이 조금 넘는데 간호사가 9명이며, 간병인은 환자 3명당 1명꼴로 전체 직원은 40여 명이라고 한다. 평창동 분원은 40명 입소자에 간호사가 6명이며, 전체 직원은 30명 정도 된다.
실버케어스는 다른 요양시설에 비해 간호사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김 소장은 "노인 요양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간호"라며 노인복지는 결국 노인 간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인요양시설도 브랜드가 있다
유경 기자는 노인요양시설의 안전사고에 대해 짚었다. 아무리 질 높은 케어를 한다고 해도 사고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입소 어르신이 다치는 경우가 있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법적 문제까지 가고 엄청난 비용손실이 생기고,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확인을 합니다. 오늘은 아무 문제없이 잘 지냈는가, 고객으로부터 클레임은 없었는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결정적 상황 15가지를 만들어놓고 세부적으로 160가지를 체크하고 있습니다."
체크 리스트를 확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그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아예 5%를 손재비용을 세워둔다. 때문에 김 소장은 "노인요양사업이 흑자가 많이 나는 사업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너도나도 노인요양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고민을 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인프라 없이 시작하면 문제가 생겨 손실을 보거나 위험할 수 있다는 게 김 소장의 지적이다.
노인요양시설에도 브랜드가 있다? 김 소장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인요양시설을 선택할 때 소비자가 가장 먼저 인지하는 것은 브랜드 선호도입니다. 실버케어스도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져서 부모님이 이 곳에 계시다는 것만으로 우월감을 갖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시설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그 점을 경영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유경 기자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효' 사상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서 부모님을 직접 모시지 않고 노인요양시설에 입소시키면 대부분 죄책감을 느끼면서 그 사실을 숨기고 싶어한다"며 "고가의 요양시설에 부모님을 모신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체면이 서고, 집에서 모시는 것보다 질 높은 간호를 받게 한다는 자기만족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체면과 자기만족이 반드시 환자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중증의 노인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님을 집에서 모시는 경우 오히려 방치나 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물론 고가의 시설에 입소시킨다고 해서 그것이 효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그에 대해 김 소장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효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장기요양보험 시행되면 부담 줄어들 것"
입소비용으로 인해 가족간의 갈등을 겪기도 하고, 예상보다 장기간 입원을 하게 되는 경우 비용이 적게 드는 요양시설로 옮겨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입소비용으로 입소자에게 강한 스트레스를 주는 자녀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증의 질환을 가진 노인들이 입소해 있기 때문에 평균 입소기간은 2년 반 정도라고 한다. 2001년 10월, 개원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입소해 계신 어르신도 있다는 게 김 소장의 귀띔이다. 입소자가 상당한 재력가인 것 같다고 했더니, 경제력은 있으나 가족이 없고, 고관절 골절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분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 분은 이곳이 요양시설이 아니라 집이라는 것이다.
비용부담과 관련해 김 소장은 2008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래도 비용부담이 현재 수준보다 절반 정도는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비용부담이 달라지겠지만 그것은 선택하기에 따른 것이므로 전체적으로 비용부담은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게 김 소장의 전망이다.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유경 기자와 함께 직접 시설을 둘러보았다. 입소자들이 환자복을 입고 생활하는 것은 지난번에 취재했던 중랑노인전문요양원(무료시설)이나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실비시설)나 차이가 없었다. 시설 역시 큰 차이는 없었다. 두 곳 다 시립이고 최근에 지어졌기 때문에 시설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 비해 실버케어스는 아기자기한 실내장식이 눈에 띄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많은 입소자들이 중증환자여서 그런지 생기가 별로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많은 분들이 휠체어를 타고 있었으며, 걸어 다니는 노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 김 소장의 설명대로 중증상태의 입소자가 많기 때문인 것 같았다.
실버케어스는 시설 면에서 손색이 없었다. 높은 비용부담이 문제지만, 김 소장의 전망대로 앞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된다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