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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를 끌어온 한미FTA 협상이 결국 타결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한미FTA 협상 타결내용을 각 분야별, 쟁점별로 진단할 예정입니다. 여섯번째 진단대상은 '자동차'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보내온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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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타결 이후 2주가 지났다. 일방적인 퍼주기가 명확함에도 정부측의 환호작약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퍼주기와 환호작약 사이의 깊은 간극은 '선진화'라는 말장난이 메우고 있다.
곧 어차피 경쟁력 강화와 제도 선진화를 위해 고치고자 한 것이니 이는 내 준 것이 아니라는 식이다. 지난 1년 내 불성실한 '수박 겉핱기' 식의 보도로 일관하던 일부 보수 언론은 타결이 되자 준비된 온갖 기획기사를 통해 모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들의 '마술피리' 연주로 온나라가 혼미하다.
정부와 이들 언론이 일치단결해 잘했다고 칭송하는 분야 가운데 단연 으뜸은 자동차 협상이다. 해서 과연 얼마나 잘 된 협상인지 그 손익을 따져 보자.
아래 표는 한미FTA 자동차 부문의 손익을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으로 가려서 정리한 것이다. 협상의 최종적 평가는 이처럼 각 요인에 대한 이해득실을 찬찬히 그렇지만 면밀히 비교 검토해 보았을 때 비로소 가능하리라 본다.
한미FTA 자동차 분야 협상 손익비교 | | | 플러스(+) 요인 | 마이너스(-) 요인 | 비고 | 관세 | 미 승용차 관세 2.5%(3000cc 이하 즉시, 3000cc이상 3년뒤 철폐) 부품(0~2.5%, 평균1.5%) 즉시 철폐* 트럭(픽업)** 관세 25% 10년뒤 철폐 | 한국차 관세 즉시철폐(8%) | *즉시철폐시 연 8억6000만 달러 수출증대 효과(산업연구원) **현재 생산 안함 | 비관세
| 세제 | | 배기량기준세제(세수 총 4조) 특소세, 자동차세 개편 4000억 세수 감소* 새로운 배기량기준세제 부과 금지 한국정부, 신차구입시 지하철공채·지역개발공채(현재 연1조규모)관련 공채할인을 공표해야** | *조세연구원 **한국정부발표에는 누락 | 환경 | | 자동차배출가스기준(K-ULEV) 관련 '캘리포니아주* 평균배출량제도' 도입* 승용차 배출가스 측정 장치(OBD)장착 유예(2008년 말까지) | *제작사가 판매하는 차량 전체의 배출량 평균이 기준을 충족하면 일부 차종에 대해서는 완화된 기준적용 허용 | 안전 | | 수입차에 대한 자기인증 유예(2008년 말까지) | | 기술 | | 새로운 무역관련 기술 장벽(TBT) 도입 금지 | | 특별신속분쟁해결절차 | | 자동차관련 양허위반시 기대이익 무효화 및 침해시 6개월내 특별신속분쟁해결절차 도입(스냅백)* | *USTR, "전례없다"고 자평 | 자동차표준실무작업반 |
| '조기경보체제'* | *한국 신규 규제시 즉시 통보 | 현지생산 |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 한국 기진출 | 현지생산비율*(현재 22%, 3년뒤 67%)** 2.5% 관세 즉시철폐 효과 대폭 감소 | *현대기아차 현지 생산 총 60만대규모 **3월 20일 바티야USTR 부대표 의회증언 | 환율 | | 원·달러 환율 960원시 약 7000억 영업이익 감소 "원·달러 환율10% 하락시 자동차 가격경쟁력 4.24% 하락"(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최대 피해업종이 자동차 | *2.5%관세철폐로 인한 가격경쟁력 상승폭을 압도함 | 우회수입 | GM대우 대미 수출증가 | 우회수입으로 인한 내수잠식 미국산 독일차*와 일본차** | *미국산BMW, 벤츠등 **중장기 진출 전망 | 기술개발 | 신기술도입* | 기술종속(엔진부품·변속기 등) | *자동차관련 대미 기술력 수준 약 90% | 구조조정 | 구조조정 효과 | 고용악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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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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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철폐] 3000cc이하 승용차의 관세 2.5% 즉시 철폐는 미국이 처음 15년뒤 철폐를 요구했었다는 점에 비추어 사실 의외에 가까운 것이었다. 산업연구원은 작년 승용차 및 부품 관세가 철폐될 경우,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연 8억6000만 달러의 수출증대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체 협상의 구도로 볼 때 관세 2.5%의 즉시 철폐는 한국의 각종 비관세장벽 철폐와 교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연 여기서 예컨대 라벨링법과 같은 미국의 자동차관련 비관세장벽은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알려진 바 80여개에 달하는 세제·환경·안전·기술표준과 관련된 광범위한 한국의 비관세장벽이 무너졌다고 보면 되겠다. 협상과정에서 자동차 할부금융, 모터쇼, 수입차 소유자에 대한 세무조사까지도 언급되었다고 한다.
먼저 세제를 보면 배기량기준세제(세수 총 4조)와 관련, 특소세 50%인하, 지방세로서 지방재정의 17%를 차지하는 자동차세의 과세구간 개편으로 약 4000억원의 세수손실이 예정되어 있다. 또 한국정부는 신차구입시 지하철공채, 지역개발공채(현재 연1조원 규모)의 80%를 환급받을 수 있음을 공표해야 하고, 새로운 배기량기준 세금 부과는 금지된다. 배기량기준세제가 기본적으로 직접세의 성격을 갖고 있는 데 비해 부족한 세수는 주행세 등 간접세를 통해 보전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안전기준] 미국차에 대한 환경·안전기준 역시 대폭 완화되었다. 먼저 여기서 2006년 미국차의 수입량이 5025대(1억400만불)임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환경 기준 중 배출가스기준을 보자. 정부는 소규모 제작사(연간 판매량 1만대 이하)에 대한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2009년부터 기존보다 2배 가량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이 번 협상에서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미 캘리포니아 평균배출량 제도(FAS) 기준을 도입, 이를 사실상 유보하였다.
정부는 배출가스 중 하나인 NMOG(비메탄계 유기가스)를 기준으로 당초 수입차에 대해 배출 허용 기준을 0.047g/㎞에서 0.025g/㎞로 강화할 방침이었으나, 연간 판 매량 4500대 미만 수입사에 대해서는 2009년 이후에도 0.047g/㎞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
4500~1만대 미만 수입사에 대해선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0.037g/㎞로 적용, 당초 방침의 절반 가량 강화된 수준에서 유지해 주기로 했다. 그 결과 국내 자동차사들은 기존 방침대로 강화된 수준의 배출 허용가스 기준을 적용받게 돼 정부 스스로 국내 환경 문제를 방치하고 역차별을 유발한 셈이다. 또한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 부착 의무 규정에 대해서도 한국내 연간 1만대 이하 판매 수입차는 국내사와 달리 2008년 말까지 부착 의무를 면제해 주었다.
안전기준(자기인증) 역시 수입차에 대해서는 2년간 적용이 유예되었다. 제작사별 6500대 이하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수입차에 대해서는 미국기준 충족시 한국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된다.
아울러 한국정부는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 즉 '수입차에 대한 편견'(anti-import bias)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세제와는 달리 환경·안전·기술 표준 등과 같은 비관세장벽은 당장 계량화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로인해 상당한 경제적 피해가 초래됨은 자명하다.
[국내차에 대한 역차별] 그런데 미국차에 대한 특혜와 국내차에 대한 역차별 논란에 대해 정부측의 설명을 보자.
"표준 제도(안전기준, 환경기준) 변경의 영향은 미미, 환경(배출가스 기준)의 경우 제도 선진화의 효과" - <국정브리핑> 4월 4일자
즉 배출가스기준 강화를 선진화라고 말하던 정부가 이제 미국차에 대해 배출가스기준을 완화한 것을 두고 '제도 선진화'라고 말하고 있다. 후진화가 선진화로 둔갑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미FTA 환경챕터를 언급해 둘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은 '무역 및 투자를 증진할 목적으로 환경보호 수준을 저하할 수 없다'고 합의하였다. 하지만 자동차 배출가스관련 한미 합의는 자동차 무역을 증진할 목적으로 사실상 기존 환경기준을 완화한 것이기 때문에 상충이 불가피하다. 한미FTA가 한미FTA를 부정하는 꼴이다.
[미국 현지 생산 문제] 수익률로 볼 때 3000cc 이상이 5%인데 비해, 3000cc이하의 경우 1%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3000cc이하 자동차에 대해 2.5%관세가 즉시 철폐될 경우 일정한 수익률의 개선이 기대된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차의 경우 미국현지 생산라인은 소나타급이고 최근 현지생산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 2005년 현대차의 수출이 33만대에서 2006년 24만대로 감소하고, 이에 반비례해서 미국현지 생산량은 8만7000대에서 22만대로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 북미 수출 및 현지 생산판매 실적(단위 천대) | | | 수출(국내 생산) | 미국 공장 생산 판매 | 북미판매합계 (국내+현지 생산) | 미국 | 캐나다 | 북미 | 내수 | 수출 | 합계 | 2005 | 328 | 59 | 387 | 87 | 4 | 91 | 478 | 2006 | 240 | 49 | 289 | 215 | 21 | 236 | 525 | 증감 | -26.8% | -16.8% | -25.2% | 147.1% | 425.0% | 159.3% | 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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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측 협상대표인 바티아가 의회에서 증언했듯이 3년 뒤면 한국차의 현지생산비율이 67%에 달하게 된다. 이 말은 4~5년뒤 3000cc이하 즉 소나타급의 현 수출물량이 거의 현지생산으로 대체될 때, 관세 2.5% 철폐를 통한 기대이익이 대부분 소멸됨을 의미한다.
또 부품의 경우에도 부품회사가 이미 미국 현지에 동반진출하고 있고, 소나타의 부품 현지조달비율이 70%에 달하기 때문에 마찬가지 부품관세 평균1.5%의 철폐 효과 역시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
[특별신속분쟁해결절차] 작년 협상초기부터 미 USTR측은 자동차관련 '전례가 없는', '강력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바티아 부대표 역시 최근 의회증언에서 "유일하고, 전례없는, 강력한" 제도의 도입이라는 말을 되풀이 한 바 있다. 바로 그 '전례가 없는' 이 새로운 제도가 자동차 부문에 '특별신속분쟁해결절차'를 도입하는 것이다.
대개 통상협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분쟁해결 절차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한미FTA에서도 '국가 대 국가간' 분쟁해결 메카니즘을 두고 있고, 투자챕터에는 저 유명한 독소조항인 '투자자-정부소송제'(ISD)를 두고 있고, 노동·환경챕터에는 또 별도의 분쟁해결메카니즘을 두고 있다. 그래서 예컨대 덤핑관련 분쟁의 경우 각국은 덤핑마진만큼 상계관세를 부과한다든지, 아니면 ISD나 노동·환경관련 분쟁에서는 배상금이나 과징금 부과 등과 같은 구제조치를 취하게 된다.
그런데 한미FTA 자동차 부문에서 양국이 합의한 '특별 신속분쟁해결절차'는 이를 훨씬 넘어선다. '자동차 관련 양허 위반시 또는 기대이익의 무효화 및 침해시', 경우에 따라 2.5% 관세철폐를 회수할 수 있다는 '스냅백'조항이 발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의 80%를 차지하는 자동차에 관한한 이 경우 자유무역 자체를 중단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물론 정부측은 스냅백 조항이 '협정문이행의 안전핀'으로서 '심각한 위반'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듯이 설명하지만, 미 USTR이 발표한 내용에는 '기대이익의 무효화 및 침해'(nullification/impairment of expected benefits)라고 명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비위반제소'의 발동요건에 해당되는 이 조건은 그 개념 자체가 애매하다는 점에서 오남용의 여지는 피할길이 없다.
그리고 자동차부문 협상이 미국의 관세 대 한국의 비관세의 맞교환이라 할 때, 협정위반의 소지는 수많은 비관세장벽이 양허된 한국측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러한 한국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 합의되었다는 것은 전적으로 관세 2.5% 즉시 철폐라는 가시적 성과에 과도하게 집착한 한국 협상단의 책임이다.
물론 알려진 바로 한국 역시 자동차관련 신속분쟁해결절차 특히 스냅백(full snapback) 조항에 대해 처음엔 반대하였고, 또 3월 30일 연장협상기간 동안 스냅백의 규모를 25% 정도로 줄이고자 한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점에서 이 조항의 위험성과 비대칭성은 사전에 인지되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또 하나의 독소조항이자 자동차부문의 ISD라 불릴만한 스냅백 조항에 따른 과잉제제 문제는 향후 두고두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자동차 부문 재협상?] 자동차관련해서는 미 의회의 입장이 중요하다. 미 의회는 지난 3월초 이른바 '한국 자동차 시장 개방을 위한 초당적 의회안', 즉 ▲ 미국 수입관세 2.5%의 철폐와 한국내 수입차의 시장점유율(OECD 평균, 20%)를 연계하고 ▲ 한국의 비관세장벽을 철저히 제거하자는 매우 포괄적인 제안을 한 바 있다.
또 이 의회안의 관철을 위해 미 민주당 수뇌부가 총동원되어 부시와 USTR에 전방위 압박을 가한 바 있다. 따라서 이와 비교해 협상결과는 의회의 입장에서 매우 미흡한 분야이며,향후 미 의회가 재협상을 들고 나온다면 그 중 자동차 부문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환율 하락] 2005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10%하락시 자동차 가격경쟁력이 4.24% 하락한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그 절반인 5%가 하락해도 자동차 가격 경쟁력은 약 2.1%하락, 2.5% 관세철폐의 효과를 거의 잠식할 수준이다. 또 원·달러 환율이 960원일 때 현대·기아차의 경우 약 7000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한다. 미국의 강력한 견제로 말미암아 사실상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차단된 현 조건에서 보자면 2.5% 관세철폐 효과는 그만큼 취약한 모래성과 같은 것일 수 있다.
[독일·일본차 우회 수입] 미국산 독일차나 일본차의 경우 자동차 원산지규정상의 현지조달 부품비율 50% 수준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차로 분류된다. GM대우의 경우 미국으로의 우회수출로 일정한 기대이익이 예상되지만 실제로 위협적인 것은 미국산 독일차나 일본차의 우회수입이라고 볼 수 있다.
2006년 10월 현재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4.22%(신규등록 78만984대 중 3만2963대)로 국별로 보면 미국 0.58%, EU 2.42%, 일본 1.13%, 기타 0.10%이다. 그래서 현재의 조건으로만 보더라도 한미FTA의 결과 내수시장의 상당 잠식은 불가피하다. 우려되는 것은 내수잠식으로 인한 경영위기와 이로 인한 구조조정 압박이 현저히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스스로 가장 잘 했다고 하는 자동차 협상은 그 진상을 볼 때, 잘해야 '본전'인 협상, 아니면 오히려 손해이다. 즉 관세 2.5% 즉시 철폐의 경제적 효과가 전혀 없다 할 수 없으나 현지생산 증가, 우회수입(내수감소), 환율 불안, 비관세부문(세제·환경·안전·기술 등)과 스냅백 조항 등의 요인으로 그 효과는 대부분 상쇄·소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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