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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한미FTA 무효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벌인 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우리 모두 노무현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한미FTA 조차 노무현의 프레임이다. 똥개도 자기 집 앞에서는 50% 먹고 들어가는 법이다. 그래서 불안한 예감이 든다.

협정문이 공개되어 여론이 요동칠 때 남북 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계속 생산하여 관심사를 돌리면 또 다른 노무현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이게 아니라도 '한미FTA를 비준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관계가 매우 악화되어 큰 손실을 입을 것이다'라며 협박정치를 하면 된다. 명분이 전혀 없는 이라크 파병 조차 제대로 반대하지 못하는 사회 아닌가?

내용적으로는 시장만능주의 사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입으로는 사회투자국가론을 말하며 스스로를 진보로 규정짓고 있다. 참여정부 내내 감세를 했으면서도 입으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에 교육시장이 개방되지 않은 것을 한탄하면서도 미국식 교육제도와 어울리지 않는 3불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말 따로 행동 따로... 노무현 정부의 프레임

▲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도대체 종 잡을 수가 없는 사고구조이다. 이러한 사고구조로 인해 개혁진보 진영이 큰 혼란에 빠져있다. 노무현의 프레임과 사고구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번 대선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 된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청와대가 한미FTA를 둘러싼 논쟁을 의도적으로 '개방 대 쇄국'으로 몰아가는 것에서 우리는 해결의 단초를 찾아야 한다. 이는 친노세력이 식민지 역사관에 갇혀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선 말기 격변기 정치논쟁의 핵심이 '쇄국 대 개방'인 것으로 간주하고 한미FTA 논쟁을 이에 비교하고 있다. 그러나 민족주체사관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아니다. 급진적 개방론자와 극단적 쇄국론자는 모두 사대주의자인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갑신정변 세력으로 대표되는 급진적 개방론자는 친일사대주의자이다. 극단적 쇄국론자들은 대개 중화사상으로 무장한 친중 사대주의자이다. 이들에게 서구문화는 금수의 문화일 뿐이었다.

당시의 정치적 대립구도의 본질은 '쇄국론자 대 개방론자'이 아니라 '사대주의자 대 민중주체세력'이다. 이를 쇄국 대 개방의 구도로 해석하는 것은 일제의 식민지침략을 개방으로 미화하려는 식민지사관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동학농민혁명군은 쇄국을 요구하지 않았다. 자강을 위한 개혁을 요구했을 뿐이다. 이들을 짓밟은 것은 청나라와 일본 군대이었고 그 뒤에 사대주의 정권이 있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불행한 근대역사의 출발점이다.

한나라당의 뿌리는 5·16쿠테타이다. 5·16쿠테타는 4·19혁명에 대한 부정이다. 4·19혁명의 내용은 이승만 친일정권의 부정이다.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정치적 기반은 친일세력이 된다.

한나라당의 모태인 유신정권은 친일세력을 정치적 기반으로 승계하였고, 일본산업사회를 모델로 하여 개발독재와 토건국가 방식으로 우리나라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지금 다시 유신시대의 산업사회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서구 선진국의 흐름인 지식기반경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산업사회세력이 곳곳에서 이에 저항하고 있으므로, 미국에 의존한 충격으로 산업사회를 해체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개혁, 진보로 착각되는 것이다.

한미FTA의 본질은 극단적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외세의존적 개혁세력의 쿠테타이다. 한미FTA의 역사적 의미는 낡은 사대주의자와 신사대주의자의 대연정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민족주체적 역사관의 부재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첫 번째 방미시 "53년전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저는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 모릅니다"라고 발언 한 것이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다른 하나는 물질적 풍요로움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고 사람은 이를 위한 수단으로 보는 천민자본주의적 세계관이다. 그래서 자동차 몇 대 더 팔려고 우리의 고향인 농촌을 내버리고, 우리 아이들의 식탁에 광우병 쇠고기와 유전자조작식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치하는 것이다.

자신이 거인인줄 착각하는 난장이들

세계 최강국과 FTA를 체결했다고 자랑하는 사대주의자들을 보면, 거인 위에 올라타 자신도 거인일 줄 착각하는 난쟁이를 보는 것 같다. 거인의 마음이 변해 내치면 한방에 끝나는데 말이다. 난쟁이가 살아남는 방법은 거인에 대한 아부의 도를 끊임없이 높이는 것 밖에 없다.

1945년 해방 이후 민족주체세력은 사대주의자인 친일세력을 청산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4·19혁명이 발생하였다. 이를 5·16쿠테타가 부정하여 다시 친일세력이 권력의 중심에 섰다.

한달 후에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일이 돌아온다. 이들의 피는 누구에 의해 뿌려졌는가? 좀 더 후면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기념일이 돌아온다. 우리는 6월 항쟁으로 4·19혁명의 정신이 계승되었다고 자부를 하고 있었다. 6·10 민주화항쟁으로 구사대주의 세력이 서서히 권력에서 밀려났지만, 신사대주의 세력이 한미FTA 쿠테타를 일으켜 사대주의 세력의 대연정이 이루어졌다.

2007년은 단순한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사대주의 세력의 본질을 폭로하고 이들을 축출해야 할 혁명의 시기이다. 과거의 섭섭했던 경험이나 작은 차이로 뿔뿔히 갈라진다면 향후 100년의 우리역사는 다시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도 일제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당시가 조선 시대 보다는 물질적으로 풍요했다는 이유를 든다. 예를 들면, 달콤한 요깡을 먹을 수 있었고 기차를 탈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이나 이해관계에 의해 일시적으로 그러한 생각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가치가 사회의 주류를 이루면 안된다.

지금 사대주의 세력에 맞서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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