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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터쇼 전시장 장면
ⓒ 하승창


최근에 서울 자동차 모터쇼가 끝난 것으로 안다. 몇 년 전 코엑스에서 열렸던 서울모터쇼에 가보고 그 빈약함에 실망했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주최 측은 '세계 5대 모터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선전했었다. 마침 이 곳 뉴욕에서도 모터쇼가 열리고 있다.

한국도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지만 자동차를 생산하는 주요나라들은 자국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자동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일종의 자동차 박람회이기도 한 모터쇼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말하는 사람마다 엇갈려서 나로서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세계 4대 모터쇼에 거론되는 파리, 프랑크푸르트, 디트로이트, 동경, 제네바뿐만 아니라 시카고, 뉴욕, 상하이, 서울 등 모터쇼가 열리는 주요 도시들은 대부분 자동차의 주요 생산국이거나 생산지와 관련이 있는 도시이다.

한미 FTA로 미국 지프, 픽업 시장을 노릴 수 있는 기회?

▲ 모터쇼에 전시된 차량
ⓒ 하승창

모터쇼에서는 신차나 컨셉카가 소개되고 이를 통해 자동차 동향과 미래의 자동차 발전방향을 가름해 볼 수 있다. 또 자동차 생산회사들의 기술력을 확인하는 장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1995년에 제네바 모터쇼를 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모터쇼를 개최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가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뒤늦게 알게 돼 너무 늦은 시간에 찾아가서 차분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그 규모와 화려함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자동차 모터쇼였지만 여러모로 생각할만한 소재도 안겨주었다.

그런 기억을 회상하면서 뉴욕모터쇼, 뉴욕 인터내셔널 오토쇼에 가보기로 했다. 지난 4월 14일 인터넷으로 티켓을 구매하고 쇼가 열리고 있는 자비스(Javis)센터로 향했다.

1층은 주로 지프와 픽업트럭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었다. 미국인들이 즐겨 타는 차들이어서 1층에 배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기아의 스포티지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정부는 이번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의 지프와 픽업 시장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고 중요한 성과를 얻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픽업트럭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 준비한다 해도 몇 년 후에 상상할만한 일이다. 그동안 픽업트럭 제조회사들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실패하지 않고 눈부시게 발전한다고 해도 실제 의미있는 판매(시장에서의 성과가 아니라)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시점은 아마도 10여년 후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미국 시장에서 기존 픽업트럭 경쟁사들을 이기고 시장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알 수 없는 미래’인 셈이다. 한국정부가 FTA의 성과를 운운하면서 한국의 자동차회사들이 10년 후 미국시장의 전망과 한국자동차회사의 기술력을 다 감안한 것인지 모르겠다.

3층은 승용차를 중심으로 한 메인 전시장이다. 역시 훼라리 앞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마쯔다가 내놓은 엽풍이라는 컨셉카에도 많은 사람이 몰려서 카메라 플레시를 터뜨렸다. 데몰리션 맨인가 실버스터 스탤론이 나오는 공상과학 액션영화에 나오는 차같다.

그 외에도 엔진을 덮고 있는 차량의 앞면을 둘로 갈라 디자인한 차부터, 아예 승용차에다 액정화면과 앰프를 설치해서 광고도 할 수 있고, 라이브 실황중계를 돌아다니면서 보여줄 수 있는 차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현대차, 우리와 경쟁 상대 아니다"

▲ 모터쇼에 전시된 차량
ⓒ 하승창
▲ 훼라리 전시장 앞
ⓒ 하승창
어떤 종류의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차량의 외부뿐 아니라 내부도 소비자가 신뢰할 만큼 제대로 잘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차량을 슬라이스로 잘라서 보여주는 것은 제네바에서 보았던 것이기도 한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정말 각양각색으로 디자인한 차들이 여기저기서 뽐내고 있었다. 예전보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로 움직이는 차량에 대한 주목도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

아무래도 현대차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얼마전 인터넷으로 본 기사 중에서 BMW 고위 임원이 서울모터쇼에 오면서 현대차에 대해 한 말이 보도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우리와 경쟁상대는 아니다." 이렇게 말했던가?

평범한 소비자로서 이런 모터쇼를 보면 '우리와 경쟁상대가 아니다'라는 그의 말은 진담으로 받아들여진다. 비슷한 경쟁자를 향해 '우리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선언적 출사표가 아닌 것이다. 자동차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은 아니어서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현대차 코너에서 본 차량의 디자인이나 기능 등을 살펴 보면서 확실히 아직 우리는 뒤쳐져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곳에 몰려있는 사람들도 주로 남미계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남미계 사람들에게 많이 팔린다더니 실제로 그런 모양이다. 그러나 두가지 점에서 '많이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디자인만 보고 느끼는 것이지만 전시장안의 다른 고급차들과 견줄만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어쩌면 이것을 시작으로 유력한 자동차 회사들과 경쟁을 시작하는 단계에 접어든 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른 하나는 제네바 모터쇼와의 차이이다. 제네바모터쇼에서 현대차의 구호는 '세계에서 제일 싼 차'였다. 이제 그 구호는 없어진 것을 보니 확실히 지난 10년 사이에 현대차가 많이 발전하기는 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과 지금 사이에 여전히 변화가 없는 것이 있었다. 10년 전 난 제네바에서 작은 생각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차량 내부를 보여주기 위해 차를 슬라이스 형태로 자른 '상태' 하나만으로도….

당시의 볼보차량 같은 경우엔 잘라진 자리마저 매끈하게 잘 마감돼 있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현대차는 자른 곳에 대한 마감처리가 거칠었고, 고무패킹 같은 것은 떨어져서 차라리 보여주지 않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였다.

"한국은 자르는 기술마저 뒤떨어지나"

▲ 슬라이스된 차
ⓒ 하승창
▲ 슬라이스된 차량
ⓒ 하승창

그걸 보면서 '한국은 자르는 기술마저 다른 곳에 비해 뒤떨어지는가'라고 자문해 보았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사실 그것은 자르는 기술의 차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생각의 차이에 기인한 게 아닐까 싶다. 볼보는 처음부터 자른 차를 만들었고, 현대는 차를 실제로 자른 것은 아니었을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처음부터 자른 차를 만든 외국 회사들과 전부는 아니지만 부분 부분을 잘라 낸 차를 전시한 현대차의 차이는 그대로였다. 모터쇼를 찾은 관람객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 실제 기술, 디자인, 성능 등 품질의 차이를 비교하기에 앞서 외국 회사 제품에 신뢰감을 갖게될 것이다. 결국 이런 점에서 bmw고위임원은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뉴욕모터쇼도 작은 전시회가 아니어서 2-3시간 돌고 나니 다리가 아파서 더는 못돌겠다. 전시장 바깥으로 나오니 택시들을 전시하고 있다. 별 생각없이 그냥 지나쳐오는 데 장애인들을 위한 택시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좌석을 움직이게 만들어서 장애인의 편의를 도모한 택시다.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생각을 실체로 옮겨 놓은 모습을 모터쇼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모터쇼를 찾는 즐거움중의 하나다.

서울모터쇼와 달리 예쁜 모델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각종 쇼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전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새로운 모델의 차를 구입하려는 의사를 가진 사람들의 구매협의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그만큼 실제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시장'이기도 한 셈이다. 미래를 예측해 보게 되는 변화와 현재의 상태를 느끼게 하는 각종 자동차들의 전시를 통해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곱씹게 된다.

▲ 장애인 택시 차량
ⓒ 하승창

태그:#모터쇼, #한미FTA,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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