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 초. 문화면의 굵직한 뉴스를 장식한 이름들이 있다.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김선욱(19)군과 올해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박세은(18)양의 이름은 좀처럼 봄이 오지 않는 한국 기초예술계의 큰 위안이 되기도 했다. 이 두 사람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이거나 예비학교 학생이라는 점과 유학을 통하지 않는 국내파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개교 후 국내외 예술계에 큰 반향과 때로는 불협화음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황지우)가 숙원이던 제2교사 개관 기념축제를 열어 지역주민 및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을 무료로 초대했다.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 석관동 캠퍼스에서 열리는 봄의 축제에는 박세은양이 출연하는 발레를 비롯해서 무용 <볼레로>, 오페라 <리골레또>,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 삼도 풍물 중 <웃다리 풍물>, <크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독보적인 창작세계로 조명을 받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학생들이 직접 펼치는 수준높은 공연 프로그램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9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극장장르 입장권 신청을 받기 시작한 한예종 봄날축제는 신청접수 첫날 인터넷 분량은 동이 날 만큼 일반대중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스승도 스타, 제자도 스타인 한예종다운 인기를 엿볼 수 있는 현상인데, 나흘간 축제는 극장과 봄을 맞은 한예종 야외 캠퍼스 곳곳에서 다채롭게 열리고 오페라, 무용 등 극장 종목도 인터넷 분량만 매진되었을 뿐 현장 배부용 좌석은 아직 여유가 조금 있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말이다.
총장인 황지우씨가 연극 대본을 쓴 것을 필두로 해서 이번 봄축제에는 한예종 전교수, 학생이 총동원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교수라는 이름보다는 예술 현장에서 지명도를 가진 것이 또한 한예종의 특징 중 하나이기에 이번 축제는 한예종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학교예술축제가 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안성수 안무의 볼레로, 김홍승 연출의 리골레또, 김태웅 연출의 이, 김선희 대표안무의 발레, 원일 등 전통음악원 교수들이 총동원되는 전통과 창작무대 등은 앞으로 한국 공연예술무대를 이끌어 갈 새 얼굴들을 대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물론 한예종의 다양한 모습은 공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진전, 드로잉전, 단편 영화제 등이 캠퍼서 여기저기서 열린다. 특히 봄날을 맞은 4월 캠퍼스의 푸른 기운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야외종목에도 흥미로운 볼거리가 그득하다. 춤과 미술이 만나는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할 남정호, 윤동구의 열린갤러리, 마치 우리 옛선인들이 집을 새로 짓거나, 봄을 맞아 지신밟기를 하듯이 캠퍼스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즉흥적인 춤과 몸짓을 선보일 한예종 즉흥춤개발집단의 ‘춤소리 터밟기’도 기대된다.
완연한 봄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수준 높은 공연도 무료로 감상하고, 오랜만에 젊음의 현장 속에서 봄기운보다 강한 사람기운 한번 받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공연문의 공연전시지원센터 746-94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