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이 버지니아텍(버지니아 공대) 총격난사 사건의 용의자 조승희씨의 심리분석에 영화 <올드보이>를 등장시켰다.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조승희씨의 범행에 영화 '올드보이'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뉴스블로그를 운영중인 마이크 니자 기자는 조승희씨가 NBC로 보낸 사진의 한 장면과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가 망치를 들고 있는 모습이 매우 흡사하다며 이 영화가 총기난사사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니자 기자는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이 영화의 줄거리가 15년간 영문을 모른채 감금됐다 풀려난 주인공 오대수가 잔혹한 복수극을 벌이는 것이라며 조승희씨의 총기난사 계획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영화 평론가 마놀라 다지스는 <올드보이>가 "시체가 나뒹굴고 가학적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로 컬트영화 애호가들에게 어필할 만한 내용"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버지니아텍의 폴 해릴 교수 역시 이 영화와 조승희 동영상의 유사점에 주목하고 이를 <뉴욕타임스> 뉴스블로그에 알려왔다고 니자 기자는 덧붙혔다.
<뉴욕타임스>뿐만 아니라 ABC뉴스도 이런 시각에 가세했다. ABC는 "사진은 충격으로 기억되는 한국의 2003년작 '올드보이'를 연상케 한다"며 "조씨가 '올드보이를 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에 나타나는 복수와 근친상간의 테마는 조씨가 쓴 극본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올드보이'가 조씨의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을 강조했다.
이들 매체들은 홈페이지 첫화면에 조씨가 망치를 들고 있는 모습과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망치를 들고 있는 사진을 같이 편집한 사진을 올려놨다.
'올드보이'가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했고, 오대수가 들고 있는 장면이 미국인들에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하더라도 미국 언론들이 '한국인 조승희'의 범행과 '한국영화 올드보이'를 연관시키는 논리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인다.
이번 범행에 조씨가 망치를 사용했다는 정황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오히려 15년 이상을 미국에서 성장한 조씨가 한국 문화보다는 미국 문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이 '올드보이'와 조승희씨를 관련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한국 네티즌들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에 게재된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한국 네티즌들은 "망치만 들면 올드보이냐"(avery4u), "하나도 안비슷하다"(0406jun)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오히려 조씨의 범행이 결국은 15년을 넘게 성장한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면서 "매일 총 쏘는 미국 영화에서 영감 받았을 것"(rirics), "쌍권총 쏘는 미국 영화 '툼레이더' 영향을 받은 것 같다"(sjwplay)는 지적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