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47주년을 하루 앞둔 18일 사월혁명회 주관으로 흥사단 서울본부에서 사월혁명상 시상식이 있었다.
사회자 정동익 사월혁명회 공동의장은 47년 전을 상기하듯이 말문을 열었다.
"1960년 4월 우리 청년 학생들은 이승만 친일독재정권을 맨주먹으로 타도하고 이 나라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4·19혁명은 일본군 장교 출신인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에 의해 미완의 혁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갈망한 4월 혁명정신은 면면히 이어져 우리 민족민주운동의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를 유신독재식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유신독재의 후예들이 대선에서의 집권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 허세욱 노동열사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망국적 한미 FTA 폐지하라!' '내 유골을 전국 미군기지에 뿌려 달라!'며 숨진 허세욱 노동열사를 추모하며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음은 노중선 상임의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4월 혁명은 외세를 거부하고 민족통일을 갈망하는 전민중적 의지가 반통일적 이승만 독재정권의 타도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외세의 비호 아래 친일반민족세력을 주축으로 출범한 반통일적 분단정권을 전복시켰다는 데에 그 역사적 의미가 큽니다.
그 이후 오늘에 이르도록 분단으로 말미암은 질곡의 역사는 계속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외세의 개입이 더욱 심화되어 우리 민족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제라도 전쟁에 휘말려 민족이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거나 빈곤층이 확대되고 민중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완전한 경제적 예속인 한미FTA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예속시키는 것입니다. 사월혁명정신으로 예속을 막아냅시다."
"자주·민주·통일 위해 숯처럼 불살라"
서정복 공동의장의 47주년 선언문 낭독 후 양재혁 공동의장의 제18회 사월혁명상 심사보고가 이어졌다.
"홈페이지와 우편 등을 통해 사월혁명상 추천 공고를 하고, 2명의 추천인으로 압축하여 세 차례 회의를 통해 선정하고 총회의 인준을 받았습니다. 4월 혁명의 정신인 '자주·평화·통일운동'으로 압축되는데 문정현 수상자가 '반미·평화·통일운동'에 적합하다고 총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김시현 이사장으로부터 "이 땅의 억압받는 민중들과 고통을 함께 하며 반미자주와 반전평화전선에서 싸워 옴으로써 4월 혁명정신을 크게 선양하였다"는 사월혁명상 수상이 있었다.
이어서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회장이 역대 사월혁명상 수상자를 대표해서 축사를 했다.
"세상에는 많은 상이 있지만 사월혁명상이야말로 가장 값진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정현 신부님은 벌써 받으셨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수상한 것 같습니다. 문 신부님은 유교에 가면 유교식으로, 불교에 가면 불교식으로, 성당에 가면 성당식으로 하신 문익환 목사님을 생각하게 합니다. 아니 더 독특한 방식으로 민주와 평화의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오셨습니다.
신부님의 삶은 숯과 같은 삶이었습니다. 숯은 자신을 온전히 태워야만 합니다. 어느 한 곳이라도 타지 않으면 숯이 될 수 없습니다. 신부님이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정의와 평화, 자주와 민주와 통일을 위해 불사르신 우리 시대의 예언자, 우리 시대의 성자입니다.
인혁당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억울하게 사형당한 시신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장애인이 되셨습니다. 최근에는 전쟁기지를 반대하며 대추리에서 자신의 몸을 촛불처럼 태웠습니다. 전쟁이 없는 조국과 인류의 평화를 위해 싸우신 것입니다. 사월혁명상 수상을 큰 박수로 축하합시다!"
"후퇴한 민주주의에 침묵 않고 투쟁"
사월혁명상을 수상한 문정현 신부가 비장한 소감을 어둠 속의 촛불처럼 밝혔다.
"저는 지금 대추리 땅과 평화가 죽어서 땅에 묻고 온 상주 같습니다. 지금 시기적으로 대추리는 바다가 되는 계절입니다. 모내기를 시작하기 전에 논에 받아 놓은 물이 황새울 들녘을 바다처럼 보이게 할 때입니다. 그런 생명과 평화의 터전에 우뚝 솟은 집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처참하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추리에서 쫓겨난 이후 정신적 공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추리 땅과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야만적인 국가 폭력 앞에 촛불처럼 자신들을 태워버린 주민들에게서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배웠습니다.
대추리를 처참하게 짓밟았던 폭력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과거의 그 어떤 군사독재 때도 없었던 끔찍한 폭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제주도 화순, 평화의 섬에 미 해군기지는 안 된다고 외치는 시민단체 회원들은 물론 성직자와 수도자들까지 강제 연행했습니다. 이러한 무차별 연행은 유신독재 때도 없었던 국가폭력입니다.
이렇게 후퇴한 민주주의에 침묵하지 말라고, 4·19혁명의 정신인 정의와 평화, 민주와 자주와 통일을 위해 다시 일어나 시작하라는 격려로 알고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4·19 혁명을 주도한 학생들과 지금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허세욱 동지가 꿈꾸었던 그 혁명의 날은 올 것입니다.
저는 동학혁명정신, 4·19정신, 5·18정신이 정의와 평화의 씨앗으로 싹이 나고 자라고 꽃을 피운다는 진리를 믿습니다. 또한 미군이 이 땅에 없어지지 않는 한 진정한 혁명은 없다는 것을 요즘 절실히 깨닫습니다.
평화의 길은 멀고멉니다. 평화운동에 적극적이면 신변의 위협을 받습니다. 그렇다 해도 가던 길을 멈출 수 없습니다. 멈추지 않고 싸우면 어느 날 새로운 4월 혁명의 감격을 다시 맛볼 것입니다. 항상 새로운 시작일 뿐입니다. 4·19정신으로 함께 손잡고 자주와 민주, 정의와 평화의 바다로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종린 범민련 명예의장의 만세삼창으로 사월혁명상 수상을 마쳤다.
"민족자주통일 만세!"
"만세!"
"평화통일 만세!"
"만세!"
"사월혁명 만세!"
"만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