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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심은 채소들이 꽃이 활짝
작년 가을 심은 채소들이 꽃이 활짝 ⓒ 김선태
어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바람이 거세어서 작업하기에 몹시 힘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날씨에 해야 할 작업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농부의 마음은 내 몸이 젖는다고 작업을 하지 않는, 그런 한가롭고 여유로운 게 아니다. 비가 내리면 그만 큼 심은 작물의 활착율이 좋아지고, 심은 묘목이 모살을 덜하게 되기 때문에 날씨가 궂은 날, 비가 내리는 날이 가장 작업을 해야 하는 날이 되는 것이다.

어제 아침 나는 오늘은 모종을 심어야 하는 날로 결정을 하였다. 일기예보에 오전 중에 약간의 비가 올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침 평상시와 같이 운동을 마치고 난 기분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간단한 집안 청소와 정리를 끝낸 다음에 이발도 하고 모종들을 사다 심어야 되겠다고 집을 나섰다.

모종을 파는 가게들을 돌아보면서 어느 가게에서 무엇을 살 것인지를 미리 결정을 하여야 했다. 왜냐하면 동네 가게라서 모종을 무엇이나 다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어느 가게에만 있는 모종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적어도 잎채소로 상추, 민들레 잎 모양의 치커리, 갓잎 모양의 쌈채, 겨자채, 케일, 들깨 등을 사기로 하였고, 열매채소는 딱 한 가지 고추만 심기로 하였다. 그래서 죽 가면서 한 번 훑어보면서 어느 가게에서 무엇을 살 것인지를 결정하고, 오는 길에 차례로 산다면 힘이 덜 들고 빠뜨린 것이 없을 것이다.

새로 심은 모종들
새로 심은 모종들 ⓒ 김선태
마을 앞의 가게들을 6곳이나 차례로 돌면서 살 것들을 살핀 다음에 이발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차례로 사기 시작하였다. 지하철 입구 할머니에게서 주치니 호박 한 그루, 들깨, 상추, 씀바귀, 등을 사고,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집에 가서 상추와 겨자채, 붉은 치커리, 갓잎 모양 쌈채 샐러리 등을 사서 집으로 실어 왔다.

모종을 사서 집에 도착 하고 보니 이미 12시가 되어 버렸다. 점점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는데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힘들고 배가 고프겠지만, 한 시간 남짓 하면 될 것이므로 일단 모종 심기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우리 집 옥상에는 작은 농장을 꾸미기 위해서 사각플라스틱 함지박에 흙을 담은 화분이 50여개가 올려져 있다. 작년에 처음으로 작물을 가꾸면서 흙도 어느 화분은 마사토만 넣은 것이고, 다른 화분들은 황토와 밭흙이 섞이긴 하였지만, 너무 차져서 물빠짐이 엉망인 것들이 있었다.

장마철에 물이 고여서 호수처럼 물이 담긴 것을 빼내기 위해서 억지로 구멍을 뚫기도 하고, 옆으로 엎질러 물을 따르기도 하였지만 물에 잠겨 죽어 버린 것들도 생겼다.

고추와 함께 심은 잎 채소
고추와 함께 심은 잎 채소 ⓒ 김선태
그래서 올해에는 그런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지난달에 이미 화분의 흙을 모두 엎어서 다시 담았다. 모든 화분의 밑 부분에는 마사토를 깔고 그 위에 담은 흙은 모두 마사토와 밭흙, 황토를 알맞게 섞어서 물빠짐은 좋으면서 기름진 흙이 되도록 모두 잘 섞어서 담은 것이다.

옥상에 모종을 올려 좋고 보니 바람이 거세게 불고 비가 내려서 그냥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비옷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없이 시골 할머니들처럼 비닐을 둘러서 등을 가리고 작업을 하기로 하고 모자는 큼직한 차양이 달린 것을 덮어썼다. 그렇게 하고 비를 맞으면서 모종을 심기 시작하였다.

일단 한 화분에 고추 모종을 중심선을 따라 각각 1/4에 해당하는 지점을 찾아 둘씩 심고, 나머지 부분에 잎채소를 한 그루씩 심기로 하였다. 고추를 다 심고 나니, 이미 옷은 바람에 날려서 비닐을 몇 번이나 뒤집어쓰고 한 덕분에 거의 젖어 있었다.

주치니 호박도 한 그루
주치니 호박도 한 그루 ⓒ 김선태
이제 약 40여 포기만 심으면 돼 다 심었다 싶었지만, 이제 한 그루 한 그루를 심기 위해서 각각 옮겨 다녀야 하기 때문에 심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옥상이라서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휘익 부는 바람은 그만 비닐을 훌라당 뒤집어씌우곤 하여서 몇 번이나 돌아서서 다시 잡아끌어 내리기를 하였다.

작업이 끝났을 때는 오후 1시 30분쯤이었다. 작업을 한 시간이 약 한 시간 20분쯤이나 걸린 것이다. 다행히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기에 작업을 끝내고 여기 저기 흩어진 흙 부스러기들을 물로 씻어서 정리를 하고 나서야 방에 돌아올 수 있었다.

아침에 옥상에 올라가 보니 어제 심은 모종들이 너무나도 잘 안착을 하여서 똑바르게 서 있었다. 어제 비를 맞으면서 작업을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에 살지 않아도 농심으로 작업한 성과를 보니 흐뭇하고 저절로 미소가 피어오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디지털특파원, 실버넷,개인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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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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