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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4월 14일).
이틀 동안 쉬고 다시 문경에 왔다. 12일 날은 개성에 갔다 왔단다. 민화련이라고, 개성 숲 가꾸기 행사로 개성공단을 견학하는 모임인데 개성땅을 보고 싶기도 하고 겸사겸사 해서 가게 되었단다. 그리고 어제는 비가 오는 바람에 여길 오질 못했는데 오늘에야 이곳 현장에 올 수 있었단다.
아침에 집에서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여기 도착한 시간이 9시가 넘었구나. 너와 성안이는 건넌 방 할머니방에서 자고 있더군. 엄마도 너희들 옆에서 자고 있고 아빠가 아침에 혼자 집을 나서는데 조금 마음이 서글퍼지기도 하더구나. 아빠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렇게 지방에 나가는 일이 이제는 마음적으로 힘이 드는구나. 너희들이 보고 싶기도 하고 집을 비운다는 것도 이제는 아빠가 견디기 힘든 일이구나.
전에 H 빔으로 기초를 해놓고 갔기 때문에 오늘은 마루를 깔고 벽체를 세우는 일이란다. 미국식 목조주택은 원래 오늘 하는 것처럼 장선을 깔고 마루를 까는 게 정석이란다. 그건 미국 사람들은 난방을 건식으로 스팀난방을 하기 때문이고 우리나라는 습식으로 바닥에 보일러를 깔고 살기 때문이란다.
미국식 목조주택이 우리나라에 와서 변형된 건 이 부분이란다. 우리나라는 온돌문화이기 때문에 바닥에 이처럼 엑셀을 깔고 바닥 난방을 해야 하기에 바닥 난방을 신경 써야 한다.
성욱아, 우선 목조주택의 기본부터 이야기해보자.
아버지가 짓는 목조주택은 미국식 목조주택으로 투바이 퍼를 이용해 집을 짓는 거란다. 투바이 퍼란 2인치, 4인치 되는 각재를 16인치 간격으로 기둥을 세워서 집을 짓는 걸 말한다. 그래서 미국식 목조주택의 목재는 2×4, 2×6, 2×8, 2×10 등으로 되어 있고 주로 2×4가 프레임으로 쓰인다.
이튿날 처음 작업은 서울에서 내려오신 이씨 아저씨와 둘이서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개성에 갔다 왔기 때문에 하루를 쉬고 그 다음 날은 비가 와서 쉬었기 때문에 이틀 동안 이씨 아저씨는 이곳 산골짜기 문경에서 갇혀 있어야 했다. 그야말로 귀양생활 아닌 귀양생활을 하게 되어 아버지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구나.
간단히 작업을 하기 전에 아저씨한테 공구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일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H 빔 위에 용접해 놓은 앙커볼트에 방부목을 까는 작업이란다. 방부목에 구멍을 뚫고 H 빔 위에 안착시켜 볼트로 고정시켰다.
"이렇게 망치로 쳐서 땅땅 소리가 나야지요?"
서울에서 오신 이씨 아저씨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아저씨는 처음으로 목조주택을 배우는 게 너무 좋으신 것 같았다. 못주머니를 차고 귀에 연필을 꽂고 하니 이제 목수가 다 된 기분이었다.
"못주머니 차면 목수 인건비 받아야 해요. 그래서 일할 때 목수 인건비 안 줄려고 일부러 못주머니 못 차게 하는데 이거 아저씨 첫날부터 목수 다 되셨네."
아버지가 너스레를 떨며 농담을 하자 이씨 아저씨는 좋으신지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이씨 아저씨는 60이 넘으신 분으로 30년 동안 동대문 시장인가 어디서 장사만 하다 시골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짓고 싶어서 이렇게 목조주택을 배우러 오셨다고 한다.
오전 새참 때가 되자 대전에서 연락이 온 최씨라는 분이 찾아오셨다. 공무원이신 이분도 시골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짓고 싶어 찾아오신 분이란다. 최씨는 미리 못주머니도 사오고 망치 줄자까지 사오는 적극성을 보였다.
전에 자기 땅에 직접 창고도 지어보고 뭐든지 일을 열심히 하는 성격이더라. 알고 봤더니 아버지랑 나이가 거의 엇비슷해 서로 통하는 게 많더라. 근데 이분은 장가를 일찍 가서 대학 다니는 딸이 스물셋이나 된다고 하더라. 그리고 자녀분들이 네 명이라고 하니 너무 부럽더라.
아버지는 장가를 늦게 가 성욱이 네가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이고 성안이가 1학년이니 이분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늦었냐.
성욱아, 이젠 바닥 장선을 깔았다. 바닥 장선을 깔면서 목조주택 수강생 두 분을 데리고 기본을 설명했다. 미국식 목조주택은 인치 자를 사용해야 한다. 모든 자재가 인치로 나와 있기에 인치 자를 써야 편리하단다.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인치자를 못 팔 게 되어 있더라. 이것도 참 웃기는 일이지. 인치자가 필요한데 인치를 못 쓰게 하려면 미국식 목조주택도 허가를 내지 말아야지. 그런다고 그게 막아지는 게 아닌데 말이다.
줄자도 목조주택용 줄자가 따로 나온단다. 프레임을 짤 때 16인치 간격으로 기둥을 세우는데, 그거에 맞게 줄자가 빨간 글씨로 씌여 나온다. 그 16인치는 나중에 단열재 인슐레이션을 넣는 폭이 되고 합판과 석고보드를 치는 치수가 되기도 한단다.
인치자를 사용하고 그 인치자대로 장선을 깔고 합판도 그 인치자에 맞게 먹줄을 치니까 일하는데 아주 편리했다. 이 공정은 아버지가 수년 동안 목조주택을 지으면서 정립한 것인데 이것을 수강생들한테 알려주니 정말 좋은 스승을 잘 만나면 선생님이 오랫동안 공부한 걸 쉽게 얻어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버지의 자화자찬이 아니고 말이다.
바닥에 합판을 다 깔고 프레임을 짜서 벽을 세울 차례다. 벽도 합판 길이로 프레임을 짜고 기둥의 간격은 16인치로 짜나가야 한다. 창문과 문의 개구부는 투바이 퍼 두께 두 개를 더 여유를 주고 구멍을 뚫어야 한다. 이는 인방을 밑에서 기둥으로 받쳐야 하기 때문이란다.
성욱아, 이제는 벽체를 세우고 가새를 대야 한다. 가새는 보통 수직추로 봐야 정확하게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긴 수평막대자로 쟤는 사람도 있는데 가장 정확한 건 수직추란다. 왜냐하면 나무가 반듯하긴 하지만 중간이 많이 휘어져 있고 막대자 자체도 안 맞는 게 있단다.
그리고 보통 벽을 세울 때는 합판을 붙여서 창문까지 다 짜서 세우는 수가 있는데 이건 올바른 공법이 아니란다. 왜냐하면 목조주택의 기본은 프레임이나 전체 틀이 자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이루고 구조적 힘을 받아야 하는데 일부 사람들은 바닥 수평도 쐐기를 박아 수평을 맞추는 사람들도 있단다. 이 쐐기가 썩으면 벽이 가라앉을 텐데 집을 이런 식으로 지어서야 되겠느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종뉴스(www.sj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