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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연합기도회가 자넌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열린우리당의 유일한 개혁입법이라고 할만한 개정사립학교법이 개정 16개월만에 무력화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서 개정사학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개방형 이사제를 크게 후퇴시키기로 잠정합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종단과 학교운영위원회(대학은 대학평의회)가 같은 수로 개방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같은 수의 개방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허울뿐인 '개혁정당' 간판 내린 열린우리당

학교운영위원회와 종단이 2배수로 개방형 이사를 추천하면 재단은 이 가운데 종단 추천 이사만 선임함으로써 개방형 이사제가 유명무실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눈 가리고 아웅'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이런 식으로 사학법을 재개정하기로 한나라당과 잠정 협의한 것은 사학법 재개정이 처리되지 않으면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안도 처리하지 못한다는 한나라당의 완강한 태도와 종교계의 반발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이대로라면 한나라당과 사학재단의 16개월간의 끈질긴 투쟁은 승리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 지난 2월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김충환·이군현·신상진(왼쪽부터) 한나라당 원내부대표가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삭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현실적으로 정치적 동력을 상실한 열린우리당은 이제 '들러리당'이라는 비판이 딱 어울릴 듯 싶다. 17대 국회 이후 '개혁정당'이라는 요란한 기치를 올렸지만, 사실상 개혁법안이라는 것은 사학법 개정이 유일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구태정치에 반발해 국민들은 개혁하라고 과반수여당을 만들어 주었지만, 개혁은 간 곳 없고 그나마 누더기로 사학법 하나 개정했다.

그런데 이제 그조차도 도로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제 열린우리당은 차라리 '개혁정당'이라는 허울만 남은 간판을 홀가분하게 내려놓으니 속 편할 수도 있겠다.

열린우리당이 지금과 같은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이유가 정당의 정체성 상실이라는 측면인 것을 생각하면, 한나라당과의 사학법 재개정 합의는 거의 사망선고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열린우리당은 이제 존재 이유가 없어졌다.

물론 한나라당과 사학재단들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만약 사학법이 이들의 주장대로 재개정된다면 당장의 승리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간 사학법의 재개정을 요구하며 시급한 민생법안의 발목 잡기를 서슴지 않았다. 이것을 '차떼기'에 빗대 '사학떼기'라 불러도 될 정도다.

사학재단 등에 없고 '사학떼기'까지 하는 한나라당

부동산 관련법은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간신히 통과했지만, 로스쿨법은 법대 학장들이 단식에 나서는 현 시점까지도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로스쿨법에 미리 대비해온 대학들이 곤혹을 겪고 있다. 합리적인 국정과 민생은 팽개치고 오로지 당리당략에 따른 계산만이 존재했다. 민생을 인질로 삼은 '조폭'적 행태와 다를 바 없었다.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일부 종교계의 행위도 인간을 구원하겠다는 종교의 참 뜻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속의 정치판에 직접 개입하여 자신들의 조직적 이기주의를 거리낌없이 드러내었다. 사학법 재개정하지 않는다고 열린우리당을 망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지 않나, 사학법 재개정 시위에서 신성한 십자가에 바퀴를 달아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사학법 개정안은 민생 법안이다. 사학의 투명성을 최소한의 장치로 높여서 빈발하는 사학의 불법과 비리를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직접적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이다.

사학 내에서 황제와 같이 군림해온 재단의 전횡을 막기 위해 1/4의 개방이사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실제 법이 개정되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극렬하게 거부하는 사학들의 모습이 오히려 사학재단의 투명성을 더 강화하는 장치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 숨길 것이 많은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사학법 개정을 주장하면서 친북좌파니, 사회주의자니 연방제 적화통일이니, 공교육 해방이니 하는 정치적 선동까지 동원하는 일부 목사들을 과연 종교인이라 할 수 있는가?

개정 사학법 두고 정치 선동까지 한 종교인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에 참석했던 목사와 신도들이 국회 앞까지 행진하다 경찰 통제선을 벗어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비리사학에 맞선 사립학교 교사가 훈장을 받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평택 한광학원의 김진훈 교사가 부패방지 유공 정부 포상 대상자로 확정되어 사립학교 교사로는 최초로 옥조근정훈장을 받는다고 한다. 김 교사는 학교의 각종 불법과 비리에 맞서 10여 년간을 노력해 왔으며, 277일 간을 천막농성을 해왔다니 그 고초가 심히 짐작이 간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많은 사학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심적인 교사와 학교 구성원들의 희생과 고통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나 폐쇄적이고 독점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학을 '양심적 투사'들이 나서서 해결하게 할 것인가? 그 동안 학생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사학들이 떳떳하다면 개방이사 몇 명을 용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번 사학법 재개정은 개혁이라는 미명을 벗어 던진 '들러리당'과 사학재단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선 '조폭정당'의 야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당 소멸의 과정을 거치며 그 대가를 치러가고 있는 중이니 한나라당의 들러리 역할 이상을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더 이상 야당이 아니다. 이미 제1당이며 차기 정권을 되찾을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그런데 정말 민생보다 정치적 계산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한나라당에 정권을 맡기는 것이 점점 더 불안해 진다.

'들러리당'과 '조폭정당'의 야합

돈 공천 사건은 근절되지 않고, 이제는 당 대표가 관련되었을 수도 있는 선거법 위반 벌금 대납 문제도 쟁점이 될 것 같다. 자신의 잘못에는 반성할 줄 모르고, 언제 꺼질 줄 모르는 지지율의 거품에 만족하고 있다.

이번에 사학법이 개방이사제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재개정된다면, 이는 열린우리당의 의지박약과 무능에 기대어 한나라당이 종교계의 후원을 등에 업고 지난 16개월 간 민생과 국정을 발목 잡는 대가로 얻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제 존재가치를 잃어버리고 폐기처분될 것이며, 한나라당은 국민이 아닌 특정 기득권층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한 행위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태그:#교육, #사학법, #정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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