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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의 보급으로 공중전화기가 '퇴물' 취급을 받고 있다.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공중전화기가 '퇴물' 취급을 받고 있다. ⓒ 홍성현

“공중전화, 아~ 흘러가는 옛 영광이여”
“호출은 1번, 음성 녹음은 2번을 눌러 주십시오”

한때, 무선호출기는 전 국민의 필수품이었다. 통신 예절이 자리 잡지 않았던 시절, 언제 어니서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리던 무선호출기 탓에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누구든 호주머니 속 무선호출기가 “삐삐~”하고 울려 될 때면 자동적으로 공중전화를 찾아 달려가곤 했다.

지금은 휴대전화에게 그 자리를 뺏기긴 했지만 1997년에는 전국 가입자가 1천5백만명을 넘어 섰고, 당시 졸업·입학 선물로 단연 무선호출기가 1위를 차지했었고, 무선호출기가 없으면 ‘왕따’를 당할 만큼 전성기를 누렸다. 아마도 공중전화도 이때가 잘나가던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되고 휴대전화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무선호출기는 하루아침에 책상 서랍 속에서 나뒹구는 처량한 신세가 돼 버렸다. 더구나 휴대전화 요금이 크게 내리면서는 아예 찬밥 대우를 받게 됐고 이제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무선호출기에서 휴대전화로 급속히 교체되면서 된서리를 맞은 것이 바로 공중전화다. 무선호출기와 찰떡궁합을 이루며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공중전화도 무선호출기의 몰락과 더불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삐삐~삐삐~’ 주머니 속 무선호출기가 울리면 어김없이 공중전화기를 찾는 풍경은 이제 흘러간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돼 버렸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내 신세 처량해”

휴대전화에 밀린 공중전화가 이제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10분, 20분, 30분…. 수많은 사람들이 공중전화 앞을 지나가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찾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다 시설 노후화와 관리소홀로 오히려 이용자들의 불만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동전 전화기는 동전을 먹기 일쑤요, 카드 전화기는 걸핏하면 고장이다. 또 지나가던 취객의 분풀이 대상이 됐는지 깨진 전화 부스와 양심까지 함께 버린 누군가의 쓰레기까지 뒤엉켜 도심 미관을 해친다는 악명까지 떨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최근 공중전화는 또 한 번 골칫거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해마다 적자를 내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공중전화가 수익은 커녕 올해 오히려 40억원 가량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40년 만에 10원짜리 동전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10원짜리 동전을 사용하는 공중전화의 부품교체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적자로 우선 철거대상으로 지목되며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공중전화기. 최근 수신자부담 통화 수익금으로 그나마 근근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우리 곁에서 공중전화를 볼 수 있을까.

“공중전화 ‘퇴물’이라는 편견은 버려”

하지만 공중전화기는 다시 한 번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KT링커스는 문자메시지 전송서비스, 위치정보 확인서비스 등 최첨단 기능이 추가된 신형공중 전화기를 설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형 공중전화는 동전이나 전화카드 없이도 신용카드로 바로 전화를 걸 수 있고 휴대전화 배터리도 충전할 수 있어 ‘주적’이었던 휴대전화와 상생의 길을 걷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신형 공중전화기는 디지털 시계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을 비롯해, 문자메시지 전송, 위치추적 및 지리정보 확인, 핸드폰 및 디지털카메라 배터리 충전 기능, 지역별 맛집 정보제공, 슬라이딩 광고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환골탈태하듯 똑똑해져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공중전화기가 과연 예전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메일 등에 설 자리를 뺏긴 우체통이 사라지고 있다.
e메일 등에 설 자리를 뺏긴 우체통이 사라지고 있다. ⓒ 홍성현

“정성 담긴 편지가 그립지 않습니까”

공중전화 신세가 처량하다 한들 우체통만 하랴. 그나마 공중전화는 부활의 날개짓이라도 하고 있건만 우체통은 대책 없이 흐르는 세월을 온몸으로 버티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한 내용도 아니지만 우리는 편지 한 장 쓰라고 하면 몇 번이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그 속에는 설렘이 있다. 또 편지란 묘한 매력이 있어 마지못해 쓴 위문편지라도 답장이 오면 뛸 듯이 기뻤다. 촌스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편지는 그렇다.

하지만 집집마다 전화기가 생기더니 e메일과 휴대전화에 설 자리를 모두 내어 줬다. 그리움을 담아 보내던 빨간 우체통 안에는 고지서와 의례적인 연하장 그리고 잃어버린 신분증과 지갑이 대부분이다.

가끔 할 일을 잃어버린 우체통을 쓰레기통으로 착각했는지 쓰레기만 배불리 먹은 우체통도 있다니 처량함을 감출 길이 없다. 시 외곽에는 하루에 편지 한통도 수거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존재가치가 없어진 우체통은 조용히 없어지고 있다. 체신청은 개인우편사업의 수익성이 워낙 낮아 이용자가 적은 곳의 우체통은 없앤다는 입장이다.

느리고 불편했지만 소중한 정성이 담겨 있는 것들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편지를 쓰는 일은 줄었지만 글로 마음을 전하는 여유마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www.ysnews.co.kr) 17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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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수영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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