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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대사관저에서 열린<이다도시 한국, 수다로 풀자> 출판기념회
프랑스대사관저에서 열린<이다도시 한국, 수다로 풀자> 출판기념회 ⓒ 김혜원
"집을 꼭 소유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한국 사람을 이해하기 어려워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전세지만 저는 불만이 하나도 없어요. 시어머님은 지금 사는 집 전세 값에 조금만 보태면 지방 쪽에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하시지만 저는 집에 눌려 살고 싶지 않아요. 지금 집에서 우리아이들이 행복해하고 저도 행복하고 그러면 좋은 거지요.

결혼식 부조금 이해하기 어려워요. 프랑스에서는 돈으로 선물을 대신한다는 생각을 못하거든요. 결혼식장에서도 돈만 내고 밥 먹으러 우르르 몰려가고... 이상해요.

한국 엄마들 정말 무서워요. 아이들 교육열 대단한 것은 정말 좋은데 그 때문에 아이도 엄마도 행복하지 않다면 문제가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은 프랑스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문제는 아이들이 행복한가 하는 것이지요."


"울랄라~"라는 감탄사 하나로 한국을 사로잡은 프랑스 여인 이다도시. 그녀를 직접만나보기 전까지는 나 역시 그녀가 어눌한 한국 억양과 높은 목소리 톤, 엉뚱한 발언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코미디언이나 개그맨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방송에서 보여 지는 그녀의 이미지가 지금껏 그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를 직접 만나 본다면 그 모든 것이 방송이라는 거울에 비추어진 다소 과장된 캐릭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그녀를 만나보면 두 가지에 놀라게 되는데 그녀가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 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것과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지적이며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가진 여성이라는 것이다.

"저는 한국프랑스인이고 프랑스한국인이기도 합니다"

지난겨울 크리스마스 휴가를 친정에서 보내기로 했다면서 미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네던 그녀. 그날 그녀는 더 행복해 보였고 평소보다 상당히 들떠 보였다. 친정가족과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보다 더 두근거리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 책이 출판 될 거예요. '고요한 아침에 나라에서 온 이다'라는 제목으로 저의 한국 생활을 에세이로 담은 책이에요. 내년에는 한국에서도 출판을 할 계획이구요. 출판을 하게 되면 연락드릴께요."

해가 바뀌고 봄빛이 완연해진 지난 4월 24일. 지난겨울 약속한 대로 그녀는 한국에서 자신의 책을 출판했고 프랑스대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다며 초청장을 보내왔다. 부지런하고 세심한 그녀가 나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과 프랑스를 연상시키는 퓨전드레스를 차려입은 이다도시. 기자회견장에서의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웠으며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행복해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지금은 국제결혼을 보는 시선들이 많이 달라졌어요. 여성의 위치(가정과 사회 안에서)도 변화가 있었어요. 아주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5년간의 한국생활을 담은 책 <이다도시, 한국, 수다로 풀다>를 엮어낸 이다도시. 그녀는 자신을 외국인, 이방인으로 보지 말라달라는 당부로 입을 열었다. 지난 15년간 그녀에게 쏟아졌던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시선이 여전히 불편했던 모양이다.

"저는 한국프랑스인이고 프랑스한국인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한국이 좋으냐 프랑스가 좋으냐고 묻는 것은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고 묻는 것과 같지요. 섭섭한 것은 국제결혼 13%시대인 지금도 가끔은 물위에 뜬 기름처럼 느껴진다는 거예요."

외국인·이방인으로 보는 시선, 불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이다도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이다도시 ⓒ 김혜원
단일민족국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한국인. 그런 한국인과 결혼한 이방인라는 시선. 지난 15년간 자신을 따라다니던 시선에 대한 불편함을 털어 놓는 그녀는 요즘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미녀들의 수다>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제가 처음 방송할 때보다는 달라졌지만 아직도 방송에서 '우리'와 '남'으로 규정지어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 서운합니다. 이제 다민족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우리민족과 다르지 않게 대우해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 국적을 버리고 한국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이지만 외모와 말투, 행동이 조금씩 다르다는 이유로 집안에서나 사회에서나 외국인, 이방인으로 대우받고 시선을 받는 것이 이제는 조금 불편하다는 이다도시.

밝고 긍정적인 성격 탓에 오래 상심하고 있지는 않지만 결혼 초기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난 15년 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다. 가부장적인 가족구조에 길들여진 '조선남자'인 남편과 전통적인 한국의 여인상을 고집하시는 홀시어머니 그리고 종부로서 1년에 5번의 제사까지 모셔가며 15년간 한국인의 아내, 한국인의 며느리가 되려고 노력했으니 이쯤 되면 어지간한 한국아줌마도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다.

아줌마들, 좀 더 자신에게 투자하길 바란다

"아줌마라고 부르면 쳐다보지도 않아요. 프랑스에서는 30대를 더 매력 있는 나이로,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 여기지만 한국에서는 아줌마라 칭하는 동시에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만들거든요. 부부사이에서도 그렇구요. 정말 나쁜 것 같아요. 아줌마의 다른 말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아줌마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에게 투자하길 바래요.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한국아줌마들 경쟁력 최고지요. 아이들에 대한 교육열도 그렇구요. 많은 아줌마들이 사회에 나와 활동도 하고 자신을 가꾸면 좋겠어요.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세요. 멀리 있는 행복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행복한 것도 중요해요. 곁에 있는 작은 행복을 소홀히 생각하지 마세요."


방송도 공부도 중요하지만 셋째를 낳고 싶은 욕심도 적지 않다는 그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보람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연 "아이들"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가정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줌마가 분명했다.

결혼 15년을 정리하듯 한권의 책으로 엮은 아줌마 이다도시. 홀시어머니에 외아들, 외며느리로 살아오며 두 아들을 사랑스럽게 키워내고 자신 역시 쉬지 않는 노력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그녀는 분명 자랑스러운 한국의 아줌마가 분명하다.

아줌마라는 호칭이 싫다고 했지만 나 역시 그녀를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부지런한 아줌마라 부르고 싶다. 그녀보다는 좀 더 경력이 있는 선배 아줌마로서 인생의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는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응원을 해주고 싶다.

"울랄라 아줌마. 파이팅!"

한국, 수다로 풀다는?

ⓒ이미지박스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이다도시의 첫 수필집 <이다도시 한국, 수다로 풀자>는 한불수교 120주년이었던 지난해 프랑스에서 낸 < Ida au pays du Matin Calme-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온 이다 >의 한국어판이다.

대학원 실습생으로 3개월간 한국에 왔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국인의 정을 잊지 못해 또 다시 취업비자로 한국을 찾게 된 사연, 그녀가 늘 이야기하는 '조선남자'인 남편과의 달콤쌉싸름한 연애담, 불 뿜는 용 같은 홀시어머니와의 웃지 못 할 문화충돌과 아침밥 굶기가 더 어려웠던 좌충우돌 제사모시기 등등.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위주로 서술한 <이다도시 한국, 수다로 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밝고 명랑한 톤의 이다도시식 수다에 버무려져서 인지 토크쇼 한편을 보듯 가볍게 읽힌다.

하지만 웃고 넘기는 가운데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우리문화 꼬집기도 존재한다. 과도한 혼수 등 결혼식비용문제나, 모유수유문제, 지나친 교육열, 그리고 빨리 빨리 문화까지...

숲 안에 있으면 나무를 보지 못한다고 했던가. <이다도시 한국, 수다로 풀자>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아줌마가 된 이다도시의 눈과 수다를 통해 우리의 오늘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이다도시 한국, 수다로 풀다

이다도시 지음, 이새롬 옮김, 이미지박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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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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