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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 및 전우회관(예식장) 전경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 및 전우회관(예식장) 전경 ⓒ 전쟁기념관 홈페이지
전쟁기념사업회(회장 김석원, 서울특별시 용산구)가 발주한 전우회관 인테리어 공사에 참여했던 영세사업자들은 공사가 끝난 후 빚쟁이로 전락했다. 공사가 끝난 후 전쟁기념사업회 측이 공사대금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A씨 등은 지난해 8월 경 전쟁기념사업회가 발주한 전우회관 인테리어 공사에 참여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는 2007년 1월 중순 경에서야 끝났다. 하지만 이 공사를 맡았던 영세업체들에게 돌아온 건 빚뿐이다.

전우회관 증축공사는 지난 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정부예산 70여억원을 들여 예식장(1~4층) 480평을 증축 및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이중 영세업자들이 맡은 공사는 예식장 리모델링 인테리어 공사다.

불법 재하도급 의혹... "목공 부분만 공사했다"고 발뺌

공사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당초 인테리어 공사 사업비는 7억500만원이었으나 도급(C 업체)과 재하도급 단계를 거쳐 6억3000만원에 P업체가 공사를 맡았다"고 말했다. 원청업체가 인테리어 공사면허가 없자 C업체에 도급했고, C업체는 다시 면허 대여료 3000만원을 받고 P업체에 재하도급한 것.

관련법상 이처럼 면허를 대여하고 재하도급을 주는 것은 불법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건설업자는 다른 사람에게 건설업등록증을 대여할 수 없도록 하고 도급받은 공사를 하도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사가 처음부터 불법으로 시작된 셈이다.

이에 대해 전쟁기념사업회와 원청업체 측에서는 "재하도급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전쟁기념사업회 관계자는 "P업체에는 전체 인테리어 공사 중 목공작업만을 맡겼다"며 "따라서 재하도급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도급자인 C업체 관계자는 "재하도급이 맞다"고 시인했다.

재하도급 받은 P업체 관계자는 "계약당시부터 전쟁기념사업회와 원청업체가 재하도급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업체가 목공은 물론 전우회관 인테리어 공사 전체를 처음부터 완공까지 도맡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원청업체와 전쟁기념사업회에 보고된 일일출력인원 점검표와 공사 실정보고서가 모두 우리 업체 명의로 전달됐다"며 "발주처와 원청업체 모르게 재하도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쟁기념사업회가 처음부터 불법 재하도급을 알고서도 묵인했다는 증거다.

"떼인 돈 받아주겠다"던 사업회 믿고 공사 지속

공사가 시작됐지만 순조롭지 않았다. 사업 초기부터 시공사인 P업체 사장과 사업중개인 S씨가 선급금 1억8000여만원을 떼먹고 달아난 것.

공사에 참여한 영세업체들은 원청과 발주처인 전쟁기념사업회측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더 이상 공사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전쟁기념사업회 측이 나서서 선급금 떼인 것을 받아 주겠다며 공사 참여를 독려했다.

영세업체들은 관급 공사라 더 이상 돈 떼일 염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기념사업회 관계자가 나서 떼인 선급금까지 회수해주겠다고 나서자 이를 믿고 다시 공사를 벌였다. 이후 기념사업회 측은 인테리어 공사 현장을 수시로 드나들며 수십여 차례에 걸쳐 공사변경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카페트는 당초 설계상에는 국산이었는데 수입산으로 교체됐고, 예식장 무대의 안개 연출기를 비롯해 도장과 목공·금속·벽지 등 대부분의 공정이 추가됐다. 이 과정에서 설계상 3칸이던 계단이 5칸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인테리어 참여업체들은(시공업체를 통해 공사변경에 따라) 추가공사를 벌일 때마다 18차례에 걸쳐 기념사업회와 원청 측에 자재와 인건비 등 추가 공사내역을 보고 했고 작업지시서도 받았다. 이같은 정산 방식은 전쟁기념사업회측이 요구한 방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념사업회측은 공사가 끝나자 시공업체측에 추가공사비 2억8600만원 중 1억9천여만원 외에는 인정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 때문에 준공 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원청업체와 도급업체는 자신들이 벌인 공사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공사 끝나자 "추가 공사비 중 9000만원은 인정 못해"

시공업체 관계자는 "기념사업회측의 요구대로 매번 승인을 얻은 후 설계를 변경했기 때문에 사업비가 추가됐고, 매번 실정보고서를 올려 작업 지시서대로 공사를 했는데 이제 와서 추가 공사비 중 상당액을 줄 수 없다고 하면 우린 어떻게 하느냐"며 "이 때문에 사업에 참여한 금속업체, 타일 업자 등이 주저앉았고 나머지 영세업자들도 줄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추가공사비의 경우 정직하게 계약단가로만 요청했다"며 "그런데도 기념사업회에서 준공검사까지 받은 마당에 공사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영세업자에게 열심히 일하고 손해만 보라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전쟁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준공 후 감리업체를 통해 확인한 결과 1억9천여만원 상당의 공사비만이 인정돼 나머지 9000만원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국가예산을 절감시키려 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쟁기념사업회는 인테리어 공사에 대한 감리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쟁기념사업회가 감리를 맡겼다고 하는 H건축의 S씨는 전화통화에서 "감리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리를 한 것이 아니라 자문을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기념사업회의 관계자가 인테리어 추가공사비 정산과정에서 감리를 맡겼다는 주장이 거짓임을 드러내 주고 있는 부분이다.

이와 같이 전쟁기념사업회가 추가공사비의 1/3에 해당하는 9000만원을 후려치려고 하지도 않은 감리를 한 것처럼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어 인테리어 공사에 참여한 영세업체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전쟁기념관 예식장 시공과정에 참여한 영세한 업체들은 "기념사업회측이 추가공사비 잔액을 집행해 줄 것을 거듭 바란다"며 "더 이상 정당한 요구를 묵살해 영세업자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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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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