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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밭에서 풀을 뽑다 말고 여기 몇 평씩 저기 몇 평씩 산비탈 곳곳에 널려 있는 유씨 할아버지의 밭들 중, 어느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켜 놓고 있었습니다. 삼사 년 전쯤이었습니다. 유씨 할아버지는 그 산비탈 밭에서 커다란 바위 하나를 캐냈습니다. 할아버지는 망치와 정을 들고 아침부터 바위를 쪼아대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 뭐 하셔유, 힘드시게!"
"밭 만들어서 들깨 줌 심으려구…."
유씨 할아버지는 점심을 드시고 제 자리로 돌아와 그 일을 계속 했습니다. 저녁 무렵에도 계속해서 바위를 쪼갰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점심 무렵, 며칠 걸릴 것이라 예상했던 바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밭 가장자리에는 돌무더기들이 보기 좋게 놓여있었습니다.
그 해 할아버지는 바위를 캐낸 그 밭에다가 들깨를 심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그 밭에 아무것도 심지 못할 것이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돌아오신 유씨 할아버지는 산비밭을 둘러 보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밤나무 묘목이 심어진 밭 가장자리에서 그저 넋을 놓고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생태 전문잡지 <자연과 생태> 5,6월호에 보낸 원고를 수정해서 올린 기사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