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07 서울국제식품・식품기술전'. 25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지난해까지 식품전이란 이름만으로 치러졌으나 올해부터 식품기자재분야를 분리해 식품기술전을 따로 개최했다.
지난 26일 국내외 업체 921개사가 참여,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된 이번 전시회장을 찾았다. 최근 먹을거리 분야의 '웰빙' 열풍을 반영하듯 전시회장은 입구부터 관람객들로 붐볐다.
일산에 거주하는 김명희(54)씨는 "외국에서 살다 작년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아이들이 치즈가 먹고 싶다고 해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치즈를 살 수 있을까 해서 왔다"며 "치즈와 함께 어울릴 만한 와인도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분히 관람하던 인파들이 시식행사를 한다는 안내방송 나오자 너나할 것 없이 우르르 이동하는 바람에 다른 부스의 관람객들과 부딪히는 등 작은 소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시식코너 쏠림현상'은 식품관련 박람회의 묘미기도 하지만 관람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해 계도가 요구된다.
특히 이날 인기를 끈 부스는 이탈리아 젤라또 원료제조회사 GIUSO. 시식용 아이스크림을 나눠 준 이 회사는 더운 봄 날씨 덕을 톡톡히 봤다. 관람객들은 아이스크림을 받기 위해 약 50여m나 되는 줄을 서기도 했다.
에이치알에스사 스톤커피와 롯데칠성의 원두커피 칸타타 시음행사도 큰 인기를 끌었다. 스톤커피는 자체적으로 개발해 특허출원까지 한 로스팅 기계도 함께 선보였다. 이 회사 정정석 부장은 "원적외선을 이용한 로스팅 방식으로 볶을 때 발생되는 연기를 최소화해 커피콩만의 신선한 맛을 추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기술 가진 업체 지원 없으면 속빈 대회 될 것"
반면 이번에 분리해서 개최한 식품기술전 부스는 주최측이 민망할 정도로 한산했다. 주방기기와 가공기기 업체 직원들은 관람객들로 넘쳐나는 식품전 시식행사 부스를 부러운 듯 바라보거나 맥 빠진 모습으로 애써 외면했다.
뷔페 및 연회용 기물 수입업체 대표 임모씨는 "유사 업체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 기대한 만큼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없고, 시식행사를 진행하는 업체 소음 때문에 바이어들과 상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호텔이나 집단 급식업체, 식품제조공장 바이어들과의 만남을 기대했던 식자재 중소업체들은 관련 종사자에게 홍보가 덜 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소기업과 지방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지원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규모만 큰 속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왔다.
국제식품관은 국내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관련종사자들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한 국제전시장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바이어들의 상담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행사 소음이 다소 들리긴 했지만 바이어들과 상담을 나누는 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서부농업무역협회 자넷 케네프스키씨는 "일본과 홍콩에 비해 화려하진 않지만 조용한 분위기에서 바이어들과 만날 수 있어 다른 박람회보다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만족해했다.
프랑스의 한 와인업체 대표는 한국와인시장이 성장하는 속도에 따라 프랑스와인에 대한 바이어들의 관심도 높아져 이번 박람회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명하는 등 외국 참가업체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KOTRA는 내년에는 보다 큰 규모로 다섯 개 홀에 걸쳐 서울국제식품안전박람회까지 추가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