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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로 짠 들기름
들깨로 짠 들기름 ⓒ 정명희
언젠가 멋도 모르고 참기름만으로 김을 구운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순도 100%의 참기름으로 구웠으면 그 만큼 맛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썼다. 그래서 왜 그런가 하고 엄마에게 물었더니 식용유랑 섞어야 된다고 하였다. 참기름은 발화점이 낮아서 바로 타버리기에 탄내가 나는 것이었나 보았다.

"그러면 예전엔 무엇으로 '찌짐'을 했어?"
"그땐 들기름으로 했지. 들기름이 없으면 피마자기름으로도 하고. 요샌 슈퍼에 찌짐 부치기 좋은 기름들이 많으니 다들 흥청망청 쓰지만 예전엔 기름도 귀했단다."
"아하, 들기름이 있었구나."

그때부터 나는 들기름을 요리에 이용해 볼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시중 식용유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였다. 있는 식용유 다 먹으면 그땐 정말 들기름을 써야지 해도 그 식용유가 떨어지지 않았다. 떨어질라 치면 또 시어머니께서 명절에 선물로 들어왔다면서 서너 병씩 주곤 하였기 때문에 도무지 기름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식용유를 들기름으로 대체한 계기가 왔다. 집들이차 대전친구네에 놀러갔다가, 김이 하도 맛있어서 왜 이리 꿀맛이고 하면서 친구네 머무는 동안 김만 싸먹은 적이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김이기에 이렇게 맛있지?"
"들기름으로 구웠어."
"들기름?"
"응, 경상도는 들기름 잘 안 쓰지. 충청도는 들기름 잘 먹어. 볶을 때도 들기름 많이 써."

"오호, 그렇구나. 난 들기름은 참기름에 비해 참스럽지(?) 못하고 한물간 기름인줄 알았는데.(웃음) 그러나 식용유보다는 낫겠지 싶어 한번 써 봐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했는데 진짜 이제부터는 써야 될까봐."

그 후, 시어머니께 식용유 대신 들기름을 먹겠다고 하며 들기름을 부탁하였다.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시어머님은 진즉에 들기름을 짜줄 것을, 하며 흔쾌히 응해 주셨다. 몇 번은 그렇게 얻어먹다가 이제는 그냥 들깨만 달라고 하여 내가 직접 방앗간에 가서 짜먹는다.

간장, 된장, 고추장에서 그러했듯이 들기름 짜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역시 조상들의 슬기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기계로 볶고 기계로 짜지만 옛날엔 어떻게 기름을 추출했는지 그 방법이 몹시 궁금해졌다.

그동안 부침이나 볶음요리, 혹은 생선을 구울 때 각종 식용유나 올리브유를 썼다면 이제는 들기름을 한번 써보면 어떨까. 물론 기름이 많이 필요한 튀김요리 같은 경우는 들기름을 쓰기엔 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튀김의 경우는 일반 식용유를 쓰고 볶거나, 굽거나, 부칠 때는 꼭 '들기름'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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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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