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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밸린다씨 가족. 왼쪽부터 막내 민준이를 목마태우고 있는 남편 김명식씨와 그 무릎을 베고 있는 둘째 니나. 셋째 타미를 안고 있는 밸린다씨와 그 옆에 첫째 손서.
행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밸린다씨 가족. 왼쪽부터 막내 민준이를 목마태우고 있는 남편 김명식씨와 그 무릎을 베고 있는 둘째 니나. 셋째 타미를 안고 있는 밸린다씨와 그 옆에 첫째 손서. ⓒ 조원정
참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지극히 평범한 가족이 여기 있다. 힘들면 서로 기댈 수 있는 서로의 보금자리 ‘가족’이라는 이름이 여기 있다. 슬프면 마음대로 울 수 있고 기쁘면 마음대로 웃을 수 있는 ‘가족’이 여기에 있다. 가정의 달, 평범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익숙하지만 조금은 낯선 다문화 가족을 만나보았다.

밸린다 카사틸리오 아다오(39·범어)씨에게 한국과 양산은 이렇게 소중한 가족을 만들어 준 곳이다. 고향인 필리핀에서 머나먼 이국인 양산으로 온 지 벌써 9년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 어느새 그녀를 양산댁으로 만들었다.

수줍은 듯 배시시 웃는 손서(8)와 공주님 니나(6), 아직도 우유병을 달고 사는 응석받이 타미(4) 그리고 이제 4개월 된 막내 민준이까지 아이들은 밸린다씨와 김명식(45)씨의 소중한 보물이다.

둘째 니나
둘째 니나 ⓒ 조원정
“엄마가 해준 감자탕이 제일 맛있어요.”
“아니야~ 계란프라이랑 김치가 젤루 맛있어요.”

손서와 니나가 엄마 음식 솜씨자랑에 열을 올릴 때 타미는 엄마 품에서 언니들을 보며 까르르 웃는다. 막둥이 민준이는 유리알같이 맑은 눈을 깜빡이며 아빠와 눈맞추기 놀이를 한다.

필리핀이 고향인 밸린다씨는 1998년 지인의 소개로 남편 김명식씨를 만났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편안함이었단다. 애정표현 한 번 인색한 남편이지만 언제나 뒤에서 자신을 든든하게 밀어주는 후원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첫 딸 손서를 낳고 집에만 있다 보니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는 밸린다씨. 그래서 고향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한 기억을 되살려 학원 영어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결혼이민자지원정책인 원어민강사로 양주중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이 모든 게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니었으면 힘들었다고 말하는 모습에 사랑이 담뿍 묻어난다.

맨앞에 둘째 니나, 그 왼쪽 첫째 손서, 맨 뒤 셋째 타미
맨앞에 둘째 니나, 그 왼쪽 첫째 손서, 맨 뒤 셋째 타미 ⓒ 조원정
귀염둥이 세공주와 막둥이 왕자도 밸린다씨가 양산댁으로 즐겁고 유쾌한 삶을 사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말솜씨가 수준급인 이유도 아이들 때문이라고.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도 가고 유치원도 가려니까 한국말을 안 배우고는 안 되겠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들은 한국인이니까 우리나라말 잘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국어사전을 옆에 끼고 살았죠. 드라마 보는 것도 한국말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되던데요?”

지난해에는 드디어 운전면허를 따 직접 차를 몰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줄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는다.

피부색은 조금 다르지만 밸린다씨가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네와 똑같다. 사랑하며 웃으며 울기도 하고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 조금 낯선 듯 익숙한, 어느새 우리 곁에서 함께 걸어가는 가족의 풋풋한 모습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 180호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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