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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 먹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야."
지인에게 어떤 사람들이 두릅나무를 가차 없이 베어버렸다고 말하자 했던 말이다. 동감이다. 그들은 두릅 먹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나무 꼭대기에 있는 두릅 고작 한두 개 얻기 위해 팔목만큼 굵은 두릅나무를 베다니.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그들은 산에 올 자격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29일 일행 몇 사람과 함께 경기도 가평 명지산에 두릅을 따러 갔다. 목적지 산 아래에 봉고차가 서 있는 걸로 보아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있나보다. 예상대로 두릅은 없고 따간 흔적만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잘 살펴보면 아직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두릅이 있기 때문이다. 한 시간 넘게 걸려 여럿이 나눠 먹을 정도까지 땄다. 그러니 먼저 와 훑고 지나간 그들을 원망할 일도 없다. 허나 씁쓰름한 기분을 떨쳐지지 않는다. 두릅을 따기 위해 저지른 그들의 행위때문이다.
두릅은 나무 꼭대기에 나오는 새 순이 가장 굵고 맛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나무를 잡아당겨 휘어서 두릅을 딴다. 하지만 나무가 굵다면 아무리 좋은 두릅이 달렸더라도 포기해야 한다.
휘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힘으로 따려 하다간 부러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 건 이미 먹거리가 아닌 자연의 일부가 된 거라고 보면 된다. 근데 그들은 욕심이 과했을까? 낫으로 두릅나무를 두 동강 내서 기어이 두릅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낮에 의해 두 동강 난 두릅나무는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작년에 베어진 것으로 보이는 두릅나무는 벌써 죽어 썩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몹쓸 짓을 해서 딴 건 두릅이 아니라고 본다. 욕심이고 인간의 이기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산에서 내려오니 봉고차 옆 나무 그늘에 7~8명의 남자들이 앉아있다. 가까이 가보니 두릅을 담은 배낭과 낫이 보인다. 두릅나무를 훼손한 사람들이 분명했다. 그들은 무전기까지 동원하고 있었다. 택시 기사들이라고 하는 그들에게 묻는다.
"두릅 먹을 자격 있습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