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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청와대가 정치권과 언론에서 사용하고 있는 '범여권'이라는 용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청와대 정무팀은 3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을 통해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을 통칭해 '범여권'으로 부르는 것 같다"면서 "근거도 없고, 사리에도 맞지 않는 구분"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열린우리당은 얼마전까지 여당이었으며, 위의 구분에 해당될 요소가 많으니 여당 또는 구여권이라 불러도 누가 뭐라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면서 "그런데 민주당, 국민중심당을 '범여권'이라 일컫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은 '국정에 대한 심판'을 주장하는 명백한 야당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또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하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세력이나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탈당 정치인까지 '범여권'이라 부르는 것은 더 잘못됐다"면서 "정치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용어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비한나라 세력' 또는 '지역연대세력'이 적절"

청와대는 이와 함께 "'반독재세력' '민주개혁세력' '평화개혁세력' 등의 표현이 적절한 이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비한나라당 세력' 또는 '반한나라당 세력'으로 부르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된다"면서 "만약 이들이 앞으로 지역주의에 바탕한 연대를 추진한다면 '지역연대 세력'이라고 불러도 될 듯 싶다"고 주장했다.

'범여권'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요구는 결국, 현 정치구도에서 '범여권'으로 포괄되는 정치세력이 어디까지인지를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좀 더 나가면 피아구분을 하자는 것으로도 연결된다.

청와대는 '범여권'을 '▲대통령(정부)과 국정에 대한 책임을 함께하거나, 함께 할 용의가 있는 인사·정치세력 ▲공동의 목표를 위한 목적의식적 연대 혹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인사·정치세력'이라고 정의하면서, 현실의 정치세력으로는 열린우리당만을 꼽았다.

통칭 '범여권'으로 불리는 열린우리당 탈당파, 민주당, 국민중심당, 손학규 전 지사 등은 '범여권'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같은 '권역'구분은 2일 공개된 노 대통령의 글 '정치, 이렇게 가선 안 됩니다'의 내용과 연결된다.

노 대통령은 이 글에서, "열린우리당은 4·25 재보선의 책임을 물을 대상조차 모호한 처치에 빠졌다"면서 "책임을 따진다면 이미 당을 깨고 나간 사람들, 또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만 만들어 놓고 당을 나갈지 말지 저울질하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또 "통합에 대한 아무런 전망도 없이 당부터 깨자고 한 것을 보면 각자 살 길을 찾자는 속셈"이라고도 했다. '열린우리당 해체'와 '범여권 통합'을 외치는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 등 탈당 준비파를 겨냥한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결국 2일과 3일 다시 한번 '열린우리당 중심으로'라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 탈당했는데도 열린우리당에 왜 메시지를 계속 던지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탈당했지만, 애정과 관심을 아예 끊으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 아니냐"면서 "통합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과 가치를 계승하는 통합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여권 움직임의 중심은 여전히 노 대통령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은 노 대통령에 대한 반박을 통해 자신들의 진로에 대한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다. 노 대통령의 개입이 여권의 움직임에 한 동력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노 대통령과 친노그룹과의 결별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정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은 당 사수론자"라면서 탈당과 경선불참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김근태 전 의장은 좀 더 나가 "당해체를 통해 대통합의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별다른 돌파구도 없이 시간만 가는 상황에서 5월 중에는 뭔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 반등으로 힘을 얻고 있는 친노세력의 움직임은 더욱 바쁘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현직을 떠난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은 '참여정부 평가포럼'으로 모이고 있고,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 등 친노쪽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은 '평화'의 깃발을 들고 평양으로, 러시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개헌발의를 접으면서 '세 부족의 비애'를 호소한 노 대통령이 세력을 만들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재보선 패배로 불거졌던 한나라당의 내분이 일단 봉합되면서, 정국의 초점은 여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노 대통령이 있다.
#노무현#청와대#범여권#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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