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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탕 안주 5,000원
달걀탕 안주 5,000원 ⓒ 맛객
술집에서 서비스로 나오는 것 중에 하나가 달걀탕이다. 뚝배기에 보골보골 끓여서 나오는데 맛있어 보이진 않는다. 실제로 먹어봐도 공짜니까 먹고 있지, 돈 주고는 못 먹겠다. 아무리 서비스라지만 하나같이 니맛도 내맛도 아니다.

며칠 전 후배들과 함께 최근 개업한 술집에 갔다. 부천 원미동에 있는 이곳의 옥호는 '쇼당'으로 친근감은 없다. 오고가며 봐 둔 집이고 테이블이래봤자 딱 두 개만 있는 초소형 술집. 오징어양푼무침을 대표안주로 해서 포장마차에 있는 몇 가지 안주가 있다. 그러니 특별한 집이라고는 볼 수 없다.

산오징어양푼무침을 주문하려 했지만 마침 오징어가 출타중이란다. 딱히 고를만한 안주도 없고 해서 오돌뼈를 주문. 그런데 잠시 후 이 집 역시 그 문제의 달걀탕이 서비스로 나온다. 하지만 그동안 봐 온 달걀탕과 다르다. 어라? 달걀탕 가운데 붉은 꽃이 피었네. 날치알이 반 스푼정도 고명으로 올려져 있었던 것이다.

서비스로 나오는 달걀탕은 언제나 무시하는 버릇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시선이 가면서 맛은 어떨까 관심이 간다. 한 숟가락 떠서 먹으니 음~ 괜찮네! 맛객도 달걀찜에 청어알 젓갈을 넣어 만들어먹은 경험이 있어 이 맛을 안다.

톡톡 터지는 알로 인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식감에 활력을 넣어주는 맛. 느끼함도 별로 느껴지지 않고 말이다. 또 달걀을 어찌나 잘 저었던지 부드럽기가 말도 못하다. 마치 연두부를 달걀탕이라고 속여판다는 의심이 들 정도의 촉감이다. 그렇다. 그래도 그렇지. 후배 중에 한 놈은 혼자서 계속 떠먹더니 결국 바닥을 보이게 만든다. 우리도 입은 달렸거든.

할 수 없이 서비스 추가주문! 이번에도 그 후배가 독차지 하다시피 다 먹는다. 그러자 다른 놈들도 뭔 맛 이길래? 하면서 먹어보기 시작한다. 그 바람에 오돌뼈만 초라하게 식어가고 있다.

또 다시 서비스 달라고 하면 첫인상이 안 좋게 찍힐 것 같고, 에라 모르겠다 통 크게 정식으로 달걀탕 5000원짜리를 주문! 앉아 있는 자리 바로 뒤가 주방이다. 탁탁탁! 파 써는 소리가 들리고 달걀을 푸는 소리가 들린다. 음식의 참맛은 오감으로 느낀다더니 벌써 맛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렇듯 음식에 있어서 청각도 무시 못할 요소다. 뷔페의 음식이 맛없는 이유도 조리 시 나는 청각이 빠진 탓이다. 큰 뚝배기에 달걀탕이 나왔다. 국물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이거 육수 따로 뽑아서 쓴 거예요?”
“예!”

“뭘로 뽑았어요?”
“ㅎㅎ 그건 왜 물어요?”

“맛이 달라서 맛있네요”
“다시마하고 멸치....”

“화학조미료 들어갔어요?”
“거~~의 안 들어갔어요.”


역시 맛의 비결은 육수에 있었다.천편일률적인 달걀탕에 조금만 정성을 더해도 이리 맛에서 차이가 난다. 이는 실력의 차이가 아니라 요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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