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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인터뷰 중인 김용문 원장
기자와 인터뷰 중인 김용문 원장 ⓒ 김옥자
- GDP 2만불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대적 풍요로움 속에서 이러한 자살 폭증 현상은 우리를 당혹하게 만듭니다. 무엇이 이들의 귀중한 목숨을 끊도록 했으며, 왜 이들은 삶보다 죽음을 택해야만 했는지, 그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가 있고 힘쓰고 애써서 일구어놓은 삶의 터전이 있었을 텐데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러한 것들을 모두 버리고 삶을 종결하도록 했을까요?
"자살이란 자기 자신을 죽이는 행위, 즉, 자신의 자유의지대로 목숨을 끊는 행위입니다. 자살이 형법상으로는 살인으로 규정되지는 않았지만, 부여된 생명을 파괴하는 살인행위이며 자신에게 속한 생명이지만 이를 스스로 끊는 것은 피해자가 본인인 '살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살은 죽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살자의 주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사회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우선, 자살은 본인과 더불어 가족및 친지에게 커다란 고통과 상처를 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슬픔을 초래하기 때문에 경제적 타격도 발생합니다. 그리고 자살로 인해서 사회적인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국립서울병원과 이화여자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3조 838억원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 액수의 규모를 보면 2007년도 보건복지부 사회복지분야 예산이 약 8조인바, 자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엄청남을 알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살의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자살의 원인으로는 인구고령화, 가족문제, 고독, 비관등 심리적 문제, 생활고, 디지털화, 명예훼손, 인간관계문제, 인터넷 자살 사이트의 범람 등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같이 급속한 산업화와 고도성장 중에 발생한 경제 불황과 급격한 사회변동, 전통적인 사회규범의 약화 등으로 인해 초래된 다양한 고통으로부터의 탈출구로 자살을 선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살 유형의 대부분은 Durkheim이 지적한 개인이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 발생한 이기적 자살과 사회의 급격한 변동에 적응하지 못해 초래된 아노미적 자살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이제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들의 자살률이 높아지는데, 그 이유는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인구고령화와 관련해서는 노인들이 고독, 질병, 빈곤 등의 문제로 시달리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자살을 택하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60대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은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노인자살은 보편화 되었으며, 2000년 후 지난 5년간 노인 자살률은 5배나 증가하였습니다."

- 자살 이유 중에 경제적인 문제는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경제문제는 가장 많은 자살의 이유입니다. 경제문제로 인한 자살은 특히 '사회적 타살'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40대 가장들이 많이 자살을 시도하고 실제로도 가장 많이 죽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요. 경제적 어려움은 신용불량, 실업, 생활고 등으로 가족전체가 동반 자살하는 경우도 많아서, 경제적 문제로 인한 자살은 사회적 책임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이 더 잘 구축되었더라면 가정의 경제적 위기 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 자살의 유형을 보면 계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최근 한국사회는 급변하는 가운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회적인 요구에서 도태되어 자신에 대한 절망감과 좌절감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자살도 많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즉 디지털 시대 속에서 아나로그 시대의 정신으로 살아가고자하는 소수자들이 설 땅이 너무 좁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자살은 빈곤층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층에서 발생하는 것이지요.

아울러 최근의 생명경시 풍조와 인터넷 자살사이트의 부작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방 자살을 합니다. 유명 인사들의 자살도 매우 급증하고 있는데, 그들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어서 그들의 자살의 여파는 매우 큽니다."

- 그렇다면 사회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방법이 좋은지 정리 좀 해 주시지요.
"자살은 개인의 결정이지만, 자살의 전 과정을 놓고 보았을 때 사회적인 책임이 큽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살은 사회가 조장하고 방관한 '살인'이라고 볼 수도 있지요. 한 예로, 이번에 미국에서 일어난 조승희씨 사건도 같은 맥락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자살은 간접적인 '타살'이라고 할 수도 있을만큼 자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막중합니다.

결국 자살은 개인이 선택에 의해서 하는 것이지만, 개인을 자살로 이끈 것은 '사회'이며, 따라서 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심리 정신의학적인 지원과 함께, 사회 전체적인 여건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대책이 필요합니다.

첫째, 가족간 갈등이나 가족해체로 인한 스트레스나 좌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고, 개인의 사회적 소외, 외로움의 문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둘째, 건실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해서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개인이나 가족이 회생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셋째, 자살을 조장하고 자살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는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필요합니다.

넷째, 초중고 학생에 대해서는 자살예방교육이 실시되어 충동적인 자살을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다섯째, 일선교사, 정신과 의사, 임상심리학 의사 등이 공동 참여한 자살안전망을 구축해야합니다. 핫라인과 응급지원 시스템을 갖추어서 자살에 대한 상담과 함께 응급처치도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자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필요합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자살 전담기구를 운영하여 자살률을 최소한으로 낮출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 기자에게 김용문 원장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는 것도 본인 스스로를 자살의 유혹에서 구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며 "하루 빨리 밝은 사회안전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김용문#자살#정다빈#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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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시원한 청량제, 겨울에는 따뜻한 화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쓴 책 : 김경내 산문집<덧칠하지 말자> 김경내 동시집<난리 날 만하더라고> 김경내 단편 동화집<별이 된 까치밥> e-mail : ok_0926@daum.net 글을 써야 숨을 쉬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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