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고등학교 시절 IQ검사를 했다. 나는 IQ가 그리 높지 않았다. 솔직히 낮았다. 겨우 세자리를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창피했다. 학교에서도 IQ가 높은 아이들과 낮은 아이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그 시절 IQ는 그 사람의 지능뿐만 아니라 능력, 사회생활을 측정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생각되었다(어른이 된 다음에야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어린 나이에 IQ로 상처받는 아이들도 정말 많았다). 나는 지금도 나의 IQ를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사회에 나와서 잘 살고 있다. 사람들과도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고, 나의 직업에서도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IQ가 나오고 많은 세월을 속고 살다가 EQ가 등장했다. 세상을 살아갈 때는 IQ보다는 EQ 즉 감성지수가 더 중요하다는 뭐 이런 말이다. 단순히 수학적 지능이 높은 것보다는 사고를 할 수 있는 EQ가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EQ가 더 발전된 형태가 SQ이다. 즉 사회지능이라는 것이다. 책 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전제 하에 이 사회지능 즉 SQ가 높아야 인간 세상에서 인간관계를 잘 맺고, 그러면 일도 잘하고, 그것은 바로 그 사람의 능력과도 연결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데이터들이 나온다. 지은이가 이 사회지능을 얼마나 과학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했는지 알게 하는 부분이다. 자신도 실험을 했지만, 수많은 학자들의 실험결과들도 연결시켜 보여주려 하고 있다.

책은 두껍지만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몇 가지로 추릴 수 있다. 첫 번째는 감정이입이다. 요즘은 기업에서도 사원이 조직에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측정한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공부 잘하는 사람들만을 뽑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똑똑하기 만한 사람들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낭중지추(囊中之錐)가 되어 튕겨져 나가는 상황들을 많이 발생하게 됐다.

감정이입이란 바로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야 세상을 더 넓은 시야로 보게 되고 전체를 이해하게 되고 문제도 더 잘 해결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또한 감정이입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감정의 파장을 상대방에게 맞추고 편안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능한 영업사원과 고객 관리자들의 얼굴을 보면 놀랍게도 틀에 박힌 표정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물건을 판다는 생각으로 고객에게 접근하지 않고 자신들을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파악하는 조언자쯤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의료계에도 나타난다. 어떤 사람이 환자들에게 유능한 의사로 여겨질까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병을 잘 고치는 사람보다는 진료시간이 긴 의사가 더 유능한 의사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즉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의사가 더 능력 있게 비춰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조직이라고 말할 만한 곳에선 모두 이것이 적용된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좀 더 조직을 인간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기술과 산업은 그 끝을 모를 정도로 발달해 왔고, 앞으로도 엄청난 발전을 해갈 것이다. 모든 것이 급속도로 변해가고 더 이상 과거의 유물들은 쓸모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조직 속의 사람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길 원하는 것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시 말해 환경은 디지털이 되어가지만 사람들은 좀 더 인간성을 찾아가고 싶어 한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우리’라는 단어를 쓴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볼 때 그것들로 바라보지 말고 우리로 바라보라는 말이다. 서양사람의 입에서 우리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 새롭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지 사회에서 우리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다.

TV광고에서는 세상이 나 중심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며 얄팍한 상술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렇지 않아야 한다. 나만을 강조하고 나 중심적인 사람들이 행복할까? 결국 그들은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을 찾게 되어 있다고 한다.

결론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의 말처럼 나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삶이 결국은 자신과 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쳐 모두가 잘 살게 된다는 말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실험들과 하이로드와 로로드로 구분되는 우리의 뇌에 대한 설명은 사뭇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조직생활에서의 구체적 예들은 우리가 리더로서 또는 리더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꼭 한번 참고해볼 만한 책이다.

SQ 사회지능 - 개정판

다니엘 골먼 지음, 장석훈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감수, 웅진지식하우스(2006)


#SQ사회지능#IQ#EQ#다니엘 골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