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월의 첫 번째 일요일인 6일 종묘에서 2007년 종묘대제가 거행되었다.(주최: 문화재청·한국문화재보호재단 주관: 종묘대제봉행위원회) 종묘대제는 종묘에 신위가 모셔져있는 조선시대 역대 왕들을 위해 지내는 제사로, 과거에는 1년에 5회 지냈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1년에 한 번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지내고 있다.

종묘제례는 중요무형문화재 56호, 종묘제례를 위해 불리고 연주되는 음악인 종묘제례악은 중요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되어있으며, 이 둘은 2001년에 유네스코 지정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일명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종묘 역시 사적 125호 및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으며, 정전과 영녕전을 비롯한 각각의 건물들 또한 국보 및 보물이다. 1년에 단 한 번 볼 수 있는 종묘대제는 그야말로 보물 속에서 펼쳐지는 보물인 셈이다.

행사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영녕전 제례, 어가행렬, 정전 제례의 순서로 이어진다.

역대왕 중 업적이 많은 왕들의 신위는 정전에, 그밖의 왕들은 정전 서쪽에 보다 작은 규모로 지어진 영녕전에 모셔져있는데, 이 중 영녕전 제례를 아침 일찍 먼처 치르고 경복궁에서 어가가 도착한 후 오후가 되어서 정전 제례가 치러지는 것이다. 당대를 살았던 왕들 또한 이러한 '차별'을 몸소 시행하며 동시에 절감했을 것을 생각하면 흥미롭다.

▲ 영녕전 제례. 도열한 제관들.
ⓒ 박정민

▲ 영녕전 제례. 제관들의 행렬.
ⓒ 박정민
모두가 짐작할 수 있듯 종묘제례는 일제시대에 강제로 중단되었다. 그러나 해방 후 곧바로 재개되지는 못했으며 1969년에 이르러서야 전주이씨 대동종약원(현 종묘제례보존회)의 주관으로 재개되었으며,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지금도 제례 자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이는 조선왕조의 후예들이다.

▲ 영녕전 제례. 종묘제례악을 연주하는 악공들.
ⓒ 박정민

▲ 영녕전 제례. 팔일무 중 문무(文舞)를 추는 모습.
ⓒ 박정민
종묘제례악과 팔일무는 현재 동아시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왕실 제례악으로 무한한 문화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노래, 연주, 춤은 극도의 엄격함과 상징성을 갖는다. 이중 한둘만을 떼어 감상한다면 대단히 지루하고 낯설 수도 있지만 실제 거행되는 종묘대제 속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영녕전 제례가 끝날 즈음 경복궁에서 어가행렬이 출발한다.(물론 광해군 이후 고종 이전까지는 가까운 창덕궁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지금의 어가행렬은 경복궁에서 종로 1~3가를 거쳐 종묘에 도착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상당한 볼거리가 되고 있다. 행렬의 끝에서 끝까지를 구경하는데 10분 이상이 소요될 정도다.

▲ 어가행렬.
ⓒ 박정민

▲ 어가행렬의 용고.
ⓒ 박정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정전에서의 본행사가 열린다. 1년 중 종묘에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모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날 역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국내외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사진 붐'답게 수많은 프로 및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카메라가 바삐 작동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날만큼은 평소 1000원인 종묘의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 정전 제례. 364일간 굳게 닫혔던 정전 19 제실의 문이 열렸다.
ⓒ 박정민

▲ 정전 제례. 팔일무 중 무무(武舞)를 추는 모습. 현재 팔일무 재현은 고등학생들이 맡고 있는데, 대부분이 여학생이다.
ⓒ 박정민
제례악을 연주하고 팔일무를 추는 이들의 상당수는 여성이다. 특히 팔일무는 대부분 여학생들이 맡고 있다. 가정에서의 제사에 여전히 여성을 전적으로 배제시키고 있는 민간의 풍속을 되돌아보게끔 만드는 대목이다.

▲ 정전 제례의 마지막 순서인 망료례. 제사에 모셨던 신을 보내는 절차이다.
ⓒ 박정민

▲ 제례가 끝나고 나면 엄격했던 제관도 다시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 박정민
역대왕들의 신위를 모신 곳이기 때문에 나무 한 그루를 심음에 있어서도 요란한 꽃을 피우는 종은 선택하지 않는다는 곳, 서울의 문화유산 중 가장 엄격하고 보수적인 종묘이지만 대제가 열리는 날 하루만은 찬란하기 그지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정전제례를 끝으로 종묘의 제실들은 다시 1년간의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종묘대제 공식홈페이지: http://www.jongmyo.net.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종묘#종묘대제#어가행렬#팔일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