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이 시대의 학생들에게 화두가 되고 있는 말이다.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뭐'. 언젠가 광고에서 나온 이 말이 정답일 것이다. 아마 누구라도 공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또는 집에서 자식들에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하고 듣는 말이 바로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쉬우면서도 좀 더 생각해 보면 몹시 어려운 말이다. 어떻게 열심히 하라는 말인가? 막상 더 구체적으로 물으면 뭐라 할 것인가? 교과서 열심히 읽고, 문제 풀어보고…. 그러다가 결국은 또 한마디, 아무튼 '열심히 해라'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 시대에 누가 뭐라고 해도 학생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이자 목표는 '공부'이다. 아쉽지만 대학이 최고의 목표가 되고 대학을 나와야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로 위해 온갖 사교육과 그에 따른 폐해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현실을 누구인들 외면할 수 있을 것인가? 누가 사교육이 문제가 되니 공부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가?
어쨌거나 공부가 학생들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는 학생들의 본분이 되고 있다. 성적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학창 시절 공부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이는 어쩌면 위선적인 행동일 수 있다.
그래도 공부가 가장 쉽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쯤 한 때는 학생들의 특기를 강조하던 시절이 있었다. 서태지와 같은 사람이 모델이 되고 학생들의 특기를 살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떠들었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서태지는 한 명이며, 박태환도 한 명이며, 김연아도 한 명이다. 각각의 특기를 찾아 노력하는 사람들 중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다.
즉, 자신의 특기를 살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라는 것이 올바른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실제로 그렇게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0여 년 전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지금도 농담처럼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나, 보통의 학생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쉬운 일이 공부임에 틀림이 없다.
확대 해석하면 공부를 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훨씬 넓다는 말이다. 체육, 예능, 실업 분야 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공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공부가 가장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를 가장 많이 제공해 주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공부하느냐이다. 수능이나 대학 입시가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신문에 오르내리는 기사가 있다. 대체로 수석 입학을 한 학생들의 인터뷰 기사이다. 이들의 인터뷰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학교에서 교과서로만 공부했다는 것.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에서 교과서로만 공부해서 될 수만 있다면…. 물론 사교육의 폐해를 막으려는 언론사들의 의도가 일부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기사들은 오히려 대다수 학생들의 절망감만을 부추길 뿐이다.
많은 학부모들, 시험을 앞둔 많은 학생들은 차라리 이들의 솔직한 공부 방법을 원한다. 그들의 경험을 내 공부의 거울로 삼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답을 주듯 한 권의 책이 간행되었다. 나름대로 평가받는 유수의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모아 한 권의 책을 썼다. <공부 귀신>이라는 제목으로.
'나는 이렇게 공부했다'
<공부 귀신>은 지금은 대학 2학년인 최근웅군과 이재현군이 자신의 공부 경험을 사실 그대로 옮겼다.
어쩌면 공부에 목말라하고, 열심히 하고자 했으나 어떻게 하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인지 잘 몰랐던 학생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내용일 수 있다. 막연하고 평범한 주문보다는 어떤 자세로 어떤 과목을 어떻게 공부했는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 중 한 명인 최근웅군은 공부 열심히 하라는 추상적인 말 대신에 공부를 산에 오르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어떤 길이 쉬운지, 어느 길이 안전한지, 어느 길을 가야 힘이 덜 드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는 것. 자신의 공부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길의 하나를 제시하고자 했음을 밝히고 있다.
타인의 경험이란 측면과 앞서간 선각자가 개척한 길을 따라가며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아내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실용적인 내용이 아닌가 한다.
모두 5장으로 나눠진 이 책은 먼저 공부하려는 자의 마음가짐을 10계명으로 정리하고 있다. 공부를 해나가며 성격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주 단순하지만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있다고 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등 평범한 내용 속에서 길을 찾고 있다.
지은이 중 한 명은 중학교 시절 반에서 4∼5등 정도의 성적이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잘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고등학교에서 한 반에 겨우 4∼5명 정도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그리 좋은 성적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학생이 고교에서 1∼2등이 되기까지의 자신의 경험을 실감나게 쓰고 있으니 다른 어떤 공부에 관한 명언보다도 가슴 속에 다가온다.
두 번째 장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고3때까지 공부했던 과정을 다시 정리하여 공부에도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서술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선행 학습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데, 성적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에게 선행학습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가 등의 경험도 밝히고 있다.
세 번째 장에서는 과목별, 분야별 공부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수능의 영역별로 자신의 경험을 담았다. 네 번째 장에서는 자신들이 실천했던 하루의 일과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 최근웅군과 그의 쌍둥이 형인 최근형군은 각각 의대와 한의대에 합격한 후 언론에 기사화된 적이 있었다. 그때 신문기사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었던 내용이 이들의 공부 일과표이었다.
이 경험을 좀 더 상세하게 책에 옮겨 놓음으로써 공부 잘하는 이른바 '공부 귀신'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각 영역별로 자신들이 공부하며 작성했던 오답노트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어 이들이 학창시절 공부했던 모습을 마치 조감도처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이처럼 생생한 공부의 방법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학원에서는 공부를 시켜주지 않는다"
마지막 장에서는 공부의 습관에 대해 쓰고 있다. 어떤 습관이 '공부 귀신'을 만드는지 앞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을 정리하며, 자습서나 참고서의 활용법, 인터넷 강의 활용법, 시험 전의 '마인드컨트롤'까지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필수적인 내용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학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90% 이상의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고 있고, 또 학원이 학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학원 문제에 대해 지은이가 말하고 있는 대목은 눈여겨 볼 만하다.
지은이는 "과외도 하고, 학원도 많이 다녔어요. 인터넷 강의는 안 들어본 것이 없구요"라며 학원에 다닌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원을 선택하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런 솔직한 고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학원에서는 공부를 시켜주지 않는다. 그저 가르칠 뿐이다. 공부를 해서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는 일은 학생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못하면 학원에 다니는 것은 경제적인 면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낭비다."
학원은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하지 그렇지 않을 경우 비싼 돈을 주고 시간을 때울 뿐이라는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아울러 학원은 유명세보다는 자신이 다녀보고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바꾸거나 그만두면 된다는 내용도 보인다. 이 역시 학원에 맹신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경청할 만한 이야기이다.
내용이 많아 일일이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경험이 공부 방법을 잘 모르고 때로는 성적 향상에 목마른 학생과 학부모라면 타인의 경험을 거울삼을 만한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처럼 경험에 토대를 두고 쓰였음에도 이 책은 다소 아쉬움이 있다. 지은이들이 비교적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었다는 점이다. 성적이 신통치 않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의 공부 모습은 꽉 짜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 잘하는 이른바 '공부 귀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 공부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이 지은이들의 엄청난 노력을 보면서 혹시 절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한다.
아울러 두 명의 지은이가 자신의 경험을 썼음에도, 이 책에는 둘의 경험이 구분되지 않고 하나의 경험으로 섞여 있다. 이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독자들에게는 여러 '공부 귀신'의 많은 경험담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약간의 우려가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려는 두 지은이의 노력을 평가절하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지은이 최근웅군은 "과연 이 책이 공부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질문에, "제 경험을 토대로 하였으니 비슷하게만 한다면 누구나 공부 귀신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공부 귀신>은 2007년 2월 28일 '그리고책'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며 값은 9000원이다. 지은이 최근웅군은 중앙대학교 의학대학 의학부 06학번이며, 또 한 명의 지은이 이재현군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예과 06학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