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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에게서 들은 얘기다.
"제 자식 입에 밥숟갈 들락거리는 것 하고 자기 논에 물 들어가는 것 바라보는 재미보다 더 한 게 없다."
그래서 '제 논에 물대기'라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남의 눈치 볼 겨를도 없고 남 생각할 여유도 없는 것이 제 논에 물대는 일이다.
어둑발이 들 때야 겨우 논 물꼬로 물이 들기 시작했다. 어서 가서 저녁밥 지을 걱정도 잊을 정도였다. 물꼬로 물이 흘러들면서 바싹 마른 논이 서서히 젖어 들어가는 모습이 감개무량 할 정도였다.
감동이나 희열은 기다림의 간절함과 노력의 양에 비례하는 것. 오늘 아침 일찍부터 종일 논에 와서 살았다. 언덕을 개간하여 논으로 만든 것이어서 봇도랑에서 물을 끌어 대기가 여간 힘들지가 않았다.
서너 자 밑으로 흘러가는 도랑물을 대기 위해서 30여 미터가 넘는 물길을 만들어야 했다. 물 호스를 도랑 옆 비탈길을 따라 괭이로 파 가면서 깔았다.
30여 미터나 되는 거리를 수평을 맞추기 위해 멀리 뒤로 물러나 땅에 엎드려 한 쪽 눈을 감고 높낮이를 가늠해가며 작업을 했다. 수평을 맞춰가며 호스를 까는 것도 힘들었지만 겨우 물을 집어넣자 무게를 못 이겨 호스가 군데군데서 아래로 처져버렸다.
산에 올라가 나무 말뚝을 여러 개 만들어 와서 다시 작업을 했다. 물이 찼을 때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군데군데 말뚝을 박고 물 호스가 설치 될 수 없는 바윗돌이 있는 곳은 판자를 갖다 대고 물 호스 받침을 만들었다.
이미 관리기로 논 앞 두렁으로는 로타리를 다 쳐 놓고 쟁기로 물길까지 만들어 놔서 이대로 물만 잘 들어가면 한 사날 후면 논두렁 붙이는 일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흙을 논두렁 쪽으로 긁어 놓고 그게 꼬들꼬들 마르면 논두렁을 붙일 수 있게 된다.
정작 물이 들어가고 난 후에야 발견 한 것이 있다.
물이 들어가는 입구에 철망이나 모기장 망을 쳐서 쓰레기나 나뭇잎들이 안 들어가게 해야 하는데 그걸 빼 먹고 왔다. 내일 하는 수밖에 없다.
물이 들어가는 동안 거름을 폈다. 외발 수레에 거름을 담아서 쟁기로 갈아 놓은 논에 수레를 밀고 가려니 자꾸 자꾸 쓰러졌다. 거름은 유박이 40%인 유기질 친환경농업용 자재다. 전주대학교에서 개발한 것이다. 20kg 한 포에 5,200원. 400평 논에 30포를 뿌렸다.
내일은 위 논에 물을 대야한다. 모 심을 날을 5월 말로 할지 6월 초로 할지 어림짐작 해 가며 날짜를 역산하면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