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흐른다. 강은 굽이굽이 흐르다가 방향이 바뀌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흙을 쌓아 놓는다. 그 흙은 쌓이고 쌓여 강 가운데 덩그러니 섬으로 솟아오른다. 한강에도 이렇게 형성된 섬들이 있다. '하중도(하천 가운데 섬)'라고 불리우는 선유도·난지도·밤섬 그리고 노들섬이 바로 그 것.
이 중 이촌동과 노량진 사이에 위치한 크지 않은 타원형의 섬, 노들섬은 현재 섬의 호안이 콘크리트로 돋우어져 있고 섬 위로 한강대교가 지나고 있다. 하지만 일제시대 전만 해도 이러한 모습이 아니었다.
전형적인 한강의 모래섬이었던 노들섬은 강의 흐름으로 해마다 조금씩 모습이 바뀌었다. 또 일제시대에 노들섬 위로 철교가 놓이면서 섬의 모래가 돋우어졌고, 섬 주변으로 발달한 넓은 백사장은 이후 한강 인도교 역이 세워지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시간과 함께 모양새 달라진 노들섬
그러나 1968년 시작된 한강종합개발계획은 노들섬을 비롯한 한강의 전체적인 모습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한강의 흐름으로 침식과 퇴적을 반복하던 노들섬은 섬 둘레가 메워지고 시멘트가 발라지면서 자연스런 하중도의 모습을 잃어버렸고, 크기는 몇 배로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섬은 한 건설회사의 소유가 되어 유원지로 개발될 뻔했지만 그 회사의 부도 때문에 2005년 다시 서울시 소유로 돌아갔다. 한편, 수십 년 동안 사람의 이용이 거의 없었던 노들섬은 서측의 테니스장을 제외하고는 섬 고유의 생태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동에서 서로 흐르는 한강물은 보통 섬의 동쪽을 깎아내고 서쪽을 쌓아놓는다. 그 원리로 형성된 노들섬 서측 퇴적지역은 간헐습지와 갈대밭이 발달되었고, 하부지역에서는 괭이갈매기와 논병아리의 서식이 관찰되기도 한다. 이는 조류의 중간기착지와 서식지라는 하중도의 역할을 노들섬이 일부나마 수행하고 있음을 뜻한다.
또한 동측 상부지역은 식생의 밀도가 높아 박새와 청딱따구리 등 다양한 산새가 번식하고 있기도 하다. 서측 상부는 반복된 정비로 인해 식생이 발달하지는 못했지만 테니스장을 따라 격자로 길게 이어져 있던 배수로가 주변 습지와 어울리면서 하나의 인공 연못이 만들어졌다.
멸종위기 맹꽁이 살아도 '방치된 땅'
| | | 우리나라 양서류 12종 멸종위기 | | | | 맹꽁이는 개구리목(무미목)의 한 종으로 전체적으로 뚱뚱한 모습이 재미있는 동물이다.
장마철에만 번식을 위해 잠깐 모습을 드러낼 뿐, 그 외 일 년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지내기 때문에 직접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예전 시골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동물이었다.
지금은 맹꽁이가 좋아하는 전통적인 논둑과 웅덩이 등의 습지가 급격히 감소하고 농약살포와 환경오염이 심화되면서 점점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맹꽁이는 현재 환경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맹꽁이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서식이 확인된 전체 양서류 18종 가운데 12종이 현재 멸종위기종과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물과 뭍을 오가며 살아가기에 어느 한쪽이라도 오염되면 생존 자체가 위험한 양서류들은 현재 전 세계적인 위기에 놓여있으며, 보호를 위한 정책과 실천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양서류 전 종의 종말을 고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한숙영 | | | | |
지난 2005년, 서울환경연합은 이곳에서 멸종위기 2급인 맹꽁이를 발견했다.
노들섬은 하중도의 생태를 가진 양서류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러한 환경적인 부분들에 대한 가치보다 사람의 이용이 없는 '방치된' 땅으로, 그래서 이용의 가능성이 충분한 공간으로 노들섬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에는 일제시대 전의 여의도에 대해 '모래땅으로 이루어진 쓸모없는 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과도한 토지 이용으로 인해 생물 서식지를 침범하는 것이 현재 야생동물과 환경의 가장 큰 위협이라는 사실을 읽지 못하는 것일까.
2005년 서울시는 어느 대중가수의 일회성 공연을 허가하면서 노들섬 맹꽁이 산란처를 대부분 매립한 적이 있다. 이 후 진행된 2년간의 조사에서 서울환경연합은 맹꽁이의 수가 현저히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올해 하이서울페스티발을 준비하면서 서울시는 마지막 남은 산란처마저 모두 파괴하고 말았다.
이명박 전 시장임기 때 오페라하우스로 기획된 '문화시설 건립'은 오세훈 현 시장의 '문화컴플렉스 건설 계획'으로 여전히 추진 중이다. 이러한 계획들은 노들섬의 생태와 환경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하루 행사보다 긴 생태환경을
노들섬은 한강의 마지막으로 남은 저개발 섬이다. 물론 예전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한강의 다른 섬들보다는 그나마 적은 시련을 겪었다.
한강은 다시 생명을 보듬을 수 있는 힘을 잃지 않고 있다. 골재 채취와 치수를 목적으로 밤섬이 폭파되고 저자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밤섬은 새들의 공간으로 돌아왔고 저자도는 다시 모래섬이 되기 위해 여러 작업들이 진행 중에 있다.
노들섬 역시 더 많은 생명을 가질 수 있는 힘이 있다. 오히려 그동안 파괴된 부분들을 복원하고, 그 복원된 부분을 시민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노들섬을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서울시의 짧은 하루 행사보다 노들섬 맹꽁이의 아들, 딸들이 훗날 우리의 아들, 딸에게도 그 울음소리를 들려줄 수 있도록, 또 그 맹꽁이의 자자손손이 지금과 같은 멸종의 길을 걷게 되지 않도록, 그리고 많은 새들이 한강과 서울하늘을 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가치있는 일 아닐까.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서울환경연합 초록정책국 한숙영 간사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