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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시각부터 바티칸을 관람하기 위한 관광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었다.
ⓒ 이한철
이탈리아 로마에 있으면서도 하나의 독립된 나라인 바티칸 시국. 인구가 1000명도 안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전 세계 가톨릭을 이끄는 본거지로써 교황의 집무실이 있으며 세계 최고의 박물관 중 하나인 바티칸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아침 일찍 서둘러 바티칸으로 향했는데도 불구하고 바티칸 시국을 입장하기 위한 관광객들은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바티칸은 하나의 독립 국가이기 때문에 단순히 입장권을 구입해 입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식 입국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입장하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 바티칸은 높게 솟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 이한철
바티칸은 높게 솟은 외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에서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벽을 넘어 바티칸 시국 내로 침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는 워낙 삼엄한 경비체제를 갖추고 있어 침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1시간 정도를 외벽을 따라 길게 늘어선 줄을 서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주변 건물들과 각국에서 모인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느라 지루할 틈은 없었다. 바티칸에 입국절차를 통해 입장하게 되면 곧바로 바티칸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다.

전 세계 미술의 중심 '바티칸'

▲ ‘삐냐 정원’의 풍경
ⓒ 이한철
박물관에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전설적인 인물들의 작품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각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느라 여념이 없었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도 그렇지만 바티칸 역시 다 돌아보기까지는 상당한 체력소모를 감수해야 한다. 각 관마다 의자가 마련돼 있긴 하지만 좌석은 이미 다른 관광객의 차지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빈 좌석이 있을 때마다 놓치지 않고 틈틈이 쉬었다.

박물관을 돌다 잠시 '삐냐 정원'에 나오게 되면 축구 경기장처럼 초록빛 잔디가 상쾌하게 다가온다. 이곳엔 사자 동상과 분수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4m 높이의 거대한 솔방울 조각은 로마시대에는 분수로 쓰였지만 지금은 조각품으로서만 기능을 다하고 있다.

▲ 팔각형 모양의 ‘벨베데레 뜰’
ⓒ 이한철

▲ ‘벨베데레 뜰’에서 볼 수 있는 ‘라오콘 군상’과 ‘페르세우스’
ⓒ 이한철
조각으로 만나는 근육질의 청년들

팔각형 모양의 '벨베데레 뜰'에 들어서면 가운데 작은 분수를 중심으로 주변에는 하얀 빛깔의 조각상들이 저마다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저마다 건장한 청년의 근육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과 오랜 세월이 지나고도 훌륭한 보존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사지가 없는 모습이 인상적인 ‘토루소’
ⓒ 이한철
특히 눈에 띄는 작품 '라오콘 군상'은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렇듯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트로이의 사제 라오쿤과 그의 아들들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보낸 두 뱀과 싸우는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인간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페르세우스'는 가장 끔찍해서 그런지 눈에 확 띄는 작품 중 하나다. 메두사의 잘려진 머리를 들고 있는 페르세우스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어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목을 직접 베었음을 알 수 있다.

바티칸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그리스의 아폴로니우스가 조각한 '토루소'이다. 사지가 잘려나간 상태로 미켈란젤로에 의해 발굴됐는데 미켈란젤로가 그 상태만으로도 완벽하다며 복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절묘하게 비추고 있는 조명에 의해 작품의 근육이 더욱 강조되고 있었다. 발달된 근육질을 근거로 '헤라클레스'로 추정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아이아스'라는 쪽에 무게 중심이 옮겨 갔다고 한다.

바티칸에는 '피에타상'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모조품이고 '싼 삐에뜨라 대성당'에 있는 것이 진품이다. 모조품은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진품은 방탄유리로 철저히 보호되어 있으며 멀리 떨어져 감상하도록 철저히 통제되어 있다.

인간의 한계 뛰어 넘은 '미켈란젤로'

▲ ‘피에타상’을 비롯한 다양한 미술품들
ⓒ 이한철
이밖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작품이 워낙 많아 일일이 이해하고 기억 할 수 없어 책에서 봤던 몇몇 작품들을 유심히 보는 정도로만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바티칸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은 최대한 자세히 둘러보려고 노력했다.

여러 작품들을 관람하면서 '씨스티나 예배당'을 향하다 보면 화려한 그림들이 천장과 벽을 장식하고 있어 마치 궁전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금빛이 빛나는 복도는 오히려 바티칸에서 가장 화려한 곳일지도 모른다.

▲ ‘라파엘로의 방’으로 연결되는 복도
ⓒ 이한철
미켈란젤로의 라이벌로도 유명한 라파엘로의 방을 거쳐 '씨스티나 예배당'에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 없다. 길이 40m, 높이 20m가 넘는 거대한 그림은 예배당을 꽉 채운 관광객들을 뒤덮고 있었다.

천장에는 '천지창조'가 그려져 있으며, 정면에 '최후의 심판'이 그려져 있다.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봤던 그림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두 작품만으로도 하루 전체를 고생한 보답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만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토록 넓은 공간을 정확한 비율로 나누고 곳곳에 나름의 의미를 지닌 각각의 작품들을 그려냈으며 그 각각의 작품들은 다시 하나의 작품으로 통합시켰던 것이다. 그려진 작품을 눈으로 확인하고도 '이건 불가능해!'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쉽게도 사진촬영은 철저하게 금지돼 있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나선형 계단이 나오는데 무척이나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이 계단은 쥬세페 모모가 설계한 것으로 마치 달팽이 모양을 연상케 한다. 이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박물관을 나섰다.

▲ 쥬세페 모모가 설계한 나선형 계단
ⓒ 이한철

덧붙이는 글 | 2006년에 9월에 다녀왔습니다.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바티칸#미켈란젤로#라파엘로#천지창조#최후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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