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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I were a lion" 표지
"If I were a lion" 표지 ⓒ Atheneum Books
< Where the wild things are >의 맥스처럼 '타임아웃' 당한 시간에 자신만의 환상을 펼치는 아이가 또 하나 있다. < If I were a lion >의 귀여운 빨간 머리 여자아이다.

벽에 낙서를 하고 시리얼을 잔뜩 흘려놓은 '나'를 엄마는 'You're wild(너는 동물같다)'라면서 타임아웃 의자에 앉힌다. 억울한 나는 사자, 곰, 늑대 등, 심지어 물고기와 토끼까지 예를 들며 항변한다.

진짜 동물들이라면 집안 꼴을 어떻게 만들어 놓을지를 엄마가 몰라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동물들은 나쁜 일과 좋은 일을 구별 못하고, 나처럼 얌전히 의자에 앉아있지도 않고 사과하지도 않는다. 엄마가 이런 사실들을 이해한다면, '동물'의 반대말이 뭔지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the opposite of wild is....me').

책 속에서 엄마는 'wild'를 '사납다', '거칠다'의 뜻으로 사용했지만, 아이는 '야생동물'로 받아들인다. 고민 끝에 우리 아이에게는 '동물같다'라고 번역해 읽어주었다.

"Wild?/ Who me? /That's so absurd. /How could she even use that word?
"동물같다고요? /누구, 내가? /말도 안돼. /엄마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If I were a lion, /I'd growl and roar /and knock the dishes/on the floor.
I'd scare the hair /right off the cat, /but do you see me /doing that?
만일 내가 사자라면, /으르렁대고 소리지르고 /바닥에 접시들을 깨부술텐데.
고양이 털이 곤두서도록 /겁을 줄텐데, /내가 그러는 것 봤어요?"


'나'는 머리에 손을 얹은 채 사자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쿠션을 이빨과 발톱으로 물어뜯는 곰을 보며 같이 '와으~' 표정을 짓기도 한다. 자기는 인형 가지고 예쁘게 포옹하고 뽀뽀한다며 새침 떨기도 하고, 너구리와 악어의 말썽을 보며 재미있어 하기도 한다.

"If I were a lion" 사자
"If I were a lion" 사자 ⓒ Atheneum Books

"If I were a lion" 곰
"If I were a lion" 곰 ⓒ Atheneum Books
각각의 표정과 대사에서 남자아이에게 기대하기 힘든 다양한 감정이 나타난다. 아들만 둘 있는 엄마라 그런지, 빨간 머리 여자아이의 모습 하나하나가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다.

하지만 동물들 혹은 '내'가 말썽 피운 흔적으로 가득한 집안 꼴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벽지나 바닥 또는 소품 등의 집안 묘사에 충실하기 때문에 각 동물이 집안 어디서 문제를 일으키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또래 아이가 있는 내 이웃의 집을 보는 것처럼 현실감이 넘친다.

동물원을 풀어놓은 것 같은 가지각색의 동물들도 생뚱맞게 나타난 것이 아니다. 각 동물이 나오는 장면 앞뒤 그림을 찾아보면 꼭 해당 동물의 인형이나 장난감이 구석 어딘가에 놓여 있다. 특히 사자 인형은 '나'의 항변이 시작될 때부터 가까이 있다.

말썽꾸러기 동물들을 모두 상자 속에 꾹꾹 밀어 넣고 그 위에 올아 앉았을 때도 뚜껑 사이로 사자 인형의 뒷발이 삐죽이 나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이곳에 있는 진짜 동물인 고양이는 '나'의 환상 동물들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느라 바쁘다.

"If I were a lion" 마지막 장면 'the opposite of wild is....me.'
"If I were a lion" 마지막 장면 'the opposite of wild is....me.' ⓒ Atheneum Books
< Where the wild things are >의 맥스처럼 < If I were a lion >의 '나'는 타임아웃이라는 벌을 받는 동안에 자신만의 환상을 펼친다. 맥스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왕이 되어 신나게 소동을 벌이고, '나'는 동물원의 동물들이 모조리 집으로 찾아온 것처럼 집을 엉망으로 만든다.

환상 속에서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뒤, 맥스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엄마에게 돌아오고, '나'는 말썽꾸러기 동물들을 모두 상자에 넣어버린다.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지 않는 환상세계는 그들의 카타르시스 공간이다. 우리 아이들도 이들의 환상을 엿보며 책이라는 공간에서 카타르시스를 만날 것이다.

동물들과 '와우~' 소리지르면서도 마지막에는 '천사 같은' 얼굴로 얌전히 앉아있는 이 깜찍한 여자아이를 보면 정말 우리 아이 생각이 난다. 지적 받으면 잠깐 주춤하다가 다시 '와아흥~!' 소리지른다. 야단맞을 줄 알면서도 말썽부리는 아이들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덧붙이는 글 | “If I were a lion” written by Sarah Weeks and Illustrated by Heather M. Solomon. Atheneum Books,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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