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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9일 오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복폭행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남대문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도대체 언제까지 이 해괴한 광경을 지켜보아야 하는가.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이 사람을 납치해서 산으로 끌고가 보복폭행을 했다고 치자. 당장 그 다음날 철창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분명히 맞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피해자들이 여럿 있는데도, 때린 적은 물론이고 현장에도 없었다고 우겼다가는 '괘씸죄'까지 적용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김승연 회장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자신에 대한 혐의를 막무가내로 부인하는 김 회장에 대해 경찰은 아직까지도 구속영장 청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경찰은 사법처리를 위한 물증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것은 늑장수사의 원죄를 안고 있는 경찰의 업보라고 치자. 정말로 기막힌 것은 이 상황을 언론을 통해 매일같이 지켜보며 우롱당하고 있는 국민들이다.

김 회장은 국민을 상대로 씨름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단지 경찰을 상대로 씨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정말 후회스럽다"는 심경을 밝히며 "너무 감정이 북받쳐서 사과를 받아내려 했다가, 결국 일이 잘못돼 이번 사건으로 비화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무엇을 후회하는 것인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솔직한 말이 없다. 막강한 변호인단을 방패막이 삼아 진실을 은폐하려는 모습만 계속 보이고 있다.

▲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 회장이 벌이고 있는 대국민 우롱극에는 한화라는 기업이 동원되고 있다.

그동안 잠적했던 한화그룹 비서실장은 8일에야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역시 진실을 엿볼 수 없는 말바꾸기의 연속이었다.

그는 "북창동 주점 종업원들을 청계산으로 데려가 폭행한 사실은 있지만, 사건현장에는 김 회장과 차남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 부자나 한화 측에서는 아무도 청계산에 가지 않았다던 그동안의 주장을 뒤짚는 말이었다. 여러 구체적인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니까, 보복폭행 사실은 인정하는 대신 김 회장 부자는 보호하기 위한 진술로 해석된다.

결국 한화측은 김 회장 부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들을 상대로 말바꾸기를 계속하는 거짓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재벌 총수는 누구인가

시종일관 그런 식이다. 6명의 피해자들이 보복폭행에 대해 일관되고도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는데 김 회장 부자와 한화측은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사건현장에 있었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부터 폭행사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주요 혐의들을 부인해왔다.

확고부동한 물증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라 법리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법보다 상식이 먼저임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북창동 술집종업원 6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김승연 회장이 직접 때렸고 김 회장이 청계산에도 갔다"고 거듭 주장했다. 극도의 불안감에 떨고있던 이들은, 자신들은 파리목숨보다 못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진실이 꼭 밝혀지도록 나라에서 힘을 써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아무리 술집종업원 일 하면서 먹고사는 처지라 해도, 맞은 것을 맞았다고 해서 불안에 떨며 파리목숨보다 못한 처지를 걱정해야 하는 광경. 아무리 재벌총수라 해도 세상 사람들이 뻔히 지켜보고 있는데도 앞뒤가 맞지않는 일대 조작극을 연출하고 있는 광경.

이를 지켜보노라면 도대체 우리가 어느 세상에 살고 있는가를 묻게 된다. 이 나라에서 재벌총수는 그렇게까지 무서운 존재인가.

언제까지 그의 거짓말 행진을 봐야 하나

▲ 지난 3월 8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S클럽 종업원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청계산 기슭의 상가 건물 신축 공사 현장.
ⓒ 연합뉴스 임헌정
김승연 회장 부자와 한화그룹이 벌이고 있는 은폐조작극은 우리 사회를 욕보이는 행위이며,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삼척동자도 어떤 일이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명백한 상황을 놓고, 지켜보는 국민들을 바보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같은 거짓말 행진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이제 보복폭행 사건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김 회장 부자와 한화가 벌이고 있는 은폐조작극이다.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지금 그들의 모습이다.

재벌총수의 위세가 북창동에서는 하늘을 찔렀을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가 그같이 부도덕한 거짓말을 용인할 수는 없다. 조금의 반성도 없이 끝까지 국민을 속이는 사람들에게, 가장 무거운 처벌이 따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승연#한화#보복폭행#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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