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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닌텐도의 신개념 게임기 '위'.
미국, 일본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닌텐도의 신개념 게임기 '위'. ⓒ Nintendo
도쿄와 뉴욕의 가전 매장은 PS3를 사려는 게이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베이에서는 이제 막 출고된 PS3 한 대가 수백달러의 웃돈을 받고 팔렸다. 심지어 PS3를 탈취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살풍경도 연출됐다.

지난해 12월의 풍경이다.

두 번에 걸친 출시 지연에도 게이머들은 PS3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 때만 해도 소니의 게임기 전략은 고진감래 끝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4일 이 모든 전략을 총지휘한 '게임제왕' 구다라기 켄 게임사업본부장은 끝내 사임을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매출부진이다. 소니가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고 무시했던 닌텐도의 게임기 '위'가 미국 시장에서 40%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달성한데 반해 MS의 X박스360이 33%, PS3는 18%의 초라한 매출을 기록한 것. 닌텐도의 기세는 일본에서 더 대단해 60만대 이상을 팔아치우며 무려 68%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

닌텐도의 압승에는 물론 다른 측면도 있다. PS3나 X박스360이 전통적인 콘솔게임 마니아들의 취향에 맞추어 개발된데 반해 닌텐도의 '위'는 주부 등 그동안 게임에 관심이 없었던 소비자층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

두 번의 출시 지연, 막대한 보조금에도 매출부진에 시달리는 소니의 PS3.
두 번의 출시 지연, 막대한 보조금에도 매출부진에 시달리는 소니의 PS3. ⓒ Sony
실제로 닌텐도는 주부 체험단 등을 조직해 일반 소비자들을 공략했고, 모션센서를 장착한 컨트롤러를 전후좌우 휘둘러 게임을 할 수 있는 '위'의 손 쉬운 인터페이스도 인기에 한 몫을 했다.

기존 게임콘솔이 손가락만을 집중적으로 혹사시켰던 것에 비하면 훨씬 운동량이 많은 혁신적인 작동 방식이다.

콘솔게임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2억대라면 '위'는 마니아층 바깥의 저변을 겨냥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뜻. 물론 PS3에 기본 내장된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인기를 끌면서 향후 시장점유율이 회복될 것이라는 시장분석가들의 예측도 있다.

하지만 게임의 즐거움에만 집중해 성공한 닌텐도 '위'의 등장은, 게임콘솔을 IT업체가 거실을 공략하는 트로이목마로 활용하려던 소니와 MS의 전략에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한다. 구다라기 켄의 사임은 바로 이 트로이목마 전략의 실패를 의미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웹TV에서 X박스, PS3, IPTV 그리고 애플TV에 이르기까지 IT업체들은 끊임없이 컴퓨터 박스를 탈출해 그 세력을 안방으로 넓히기 위해 애를 써 왔다.

MS나 소니가 막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게임콘솔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것은 게임 타이틀 판매를 통해 후일 손실을 회수한다는 계산도 있지만, 그보다 게임콘솔이야말로 PC에 갇혀있던 IT의 촉수를 거실까지 확장하는 유력한 수단이라 보고 이를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닌텐도 '위'의 성공은 MS와 소니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게임콘솔이 여전히 게임마니아의 한계에 갇혀있으며 거대한 가전시장에 진입하는데는 별 효과가 없음을 입증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사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모든 IT기기는 근본적으로 개인용이다. PC 역시 결국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의 약자이다. 휴대폰이 그렇고 게임콘솔 역시 쌍방향 작용의 속성상 개인용 기기다.

이런 이유로 최근 '애플TV'를 출시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 역시 한 때 PC가 과연 거실의 TV가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바 있다.

거실은 온 가족이 공유하는 공간이고 이에 따라 TV스크린에서 인기를 끄는 컨텐츠 역시 영화, 드라마 등 일방향 컨텐츠다.

반면에 PC, 휴대폰, 게임기 등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어서 사용자는 자신만의 은밀한 개인정보와 컨텐츠를 저장하고 즐기는 도구로 이를 활용하게 되고 결국에는 온 가족이 한 대씩 사게 마련이다.

결국 개인화와 쌍방향을 지향하는 IT기기가 공유를 지향하는 가족의 공간 거실에 진입하기에는 감히 넘을 수 없는 근원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뜻.

PS3와 X박스360의 부진 그리고 구다라기 켄의 사임은 지난 수 십여년 간 끊임없이 시도됐던 IT업계의 거실진출이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머물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MS, 애플, 그리고 최근 가전업체로의 변신을 모색중인 인텔 등이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PS3#소니#닌텐도#게임콘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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