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머니에게로 다가갔다. 똥이 발에 밟혔다.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다보는 어머니 얼굴이 반쪽이었고 훨씬 굵어진 주름들이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어머니 곁에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눈높이를 맞추었다. 어머니 눈은 겁을 머금고 있었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겁먹은 눈초리.

그것은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공포였다.

어머니 어깨를 감싸고 꼭 안았다. 울컥하고 울음이 솟았다. 어머니가 천천히 돌아앉으며 내 팔을 잡았는데 미끈거리는 똥의 감촉이 전해져왔다. 어머니 얼굴에 볼을 대고 속삭였다.

"어무이 똥재이."

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 우스웠다. 그래서 웃었다. 그러자 눈물이 볼을 타고 굴러 내렸다.

"어무이 똥 박사~"

소리를 높여 말하자 이번에는 어머니가 알아 들었나보다. 어머니 굳어 있던 얼굴이 풀렸다. 어머니도 내 웃음에 감염되었는지 따라 웃었다.

"어무이 똥 대장~" 다시 소리쳤다.

우리는 서로 똥 묻은 상대를 손가락질 해가며 마구 웃었다. 불을 환히 밝히고 보니 여기저기 발린 똥덩이들이 몇 년 잘 묵은 된장 같았다.

감자 놓던 뒷밭 언덕에
연분홍 진달래 피었더니
방안에는
묵은 된장 같은 똥꽃이 활짝 피었네.
어머니 옮겨 다니신 걸음마다
검노란 똥 자국들.

어머니 신산했던 세월이
방바닥 여기저기
이불 두 채에
고스란히 담겼네.

어릴 적 내 봄날은
보리밭 밀밭에서
구릿한 수황냄새로 풍겨났지.
어머니 창창하시던 그 시절 그 때처럼
고색창연한 봄날이 방안에 가득 찼네.

진달래꽃
몇 잎 따다
깔아 놓아야지


"아여~ 말이다. 그노무 영감태기들이. 허연 도포를 입고 삿갓을 쓴 영감태기들이 셋이나 와서는 말이다." 어머니는 고자질하듯이 내게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농어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