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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달리자' 후속인 '말 달리자 환상의 짝꿍'
'말 달리자' 후속인 '말 달리자 환상의 짝꿍' ⓒ MBC
올 봄도 예외 없이 많은 프로그램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그중에서 요즘 내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일요일 오전 9시 50분에 방영되는 '말 달리자 환상의 짝궁'(MBC)이다. '말 달리자(사투리 편)'에 이은 후속작으로. 몇 해 전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전파견문록'(MBC)처럼 어린이들의 순수한 동심, 의외성, 기발함 등을 무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전형적인 3B(Beauty, Beast, Baby: 미녀, 동물, 어린이) 아이템 프로그램이다.

당연히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재미는 변화무쌍한 어린이들을 지켜보는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이들의 동선(動線)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웃음, 감동, 행복을 만나게 된다. 때론 어린이들의 돌발 행동이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귀엽기만 하다. 이런 점들 때문에 '환상의 짝꿍'이 일요일 오전 시간대에 안착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러나 아직 과도기라서 그런지 몇 가지 개선할 점들이 눈에 띈다. 시청자게시판에 올라온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선물에 관한 얘기가 많다. 현재는 어린이 출연자가 퀴즈를 맞히고 다른 어린이의 선물을 빼앗아오도록 되어 있는데,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막판 뒤집기 게임의 비중이 커서 꼴찌를 달리고 있던 팀들이 단 한 번의 기회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 측면도 있다. 자칫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퀴즈를 맞히지 못했을 때 뿜어져 나오는 연기(CO2)가 어린이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어린이 출연자가 어른 출연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종종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도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사전에 어린이 출연자가 어른 출연자를 비호감·호감으로 구분하고 시작부터 껄끄러워하는 모습은 어린이 출연자, 어른 출연자, 시청자 모두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럴 바엔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어린이 출연자와 어른 출연자들이 충분한 만남을 갖게 하거나 아예 어린이 출연자들이 선호하는 연예인들을 섭외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이런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동심을 가진 어린이들이 예고없이 터뜨리는 웃음 폭탄, 돌발 행동, 귀여운 대형 사고를 지켜보고 있으면 다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 채널을 고정할 수밖에 없다. 비록 아직 성공 여부를 낙관할 수는 없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흥미를 더하며 일요일 오전의 활력소로 자리매김하는 느낌이다.

'말 달리자 환상의 짝꿍'에 올라온 시청자 의견
'말 달리자 환상의 짝꿍'에 올라온 시청자 의견 ⓒ 시청자 의견 캡처
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

그리고 글을 맺기 전에 한 가지 덧붙일 말이 있다. 물론 어른들을 향해 하는 말이다. '전파견문록' '환상의 짝꿍' 같은 프로그램에선 으레 어린이 출연자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는데 그럼 그중에 일부 어린이들은 다분히 부모님의 의사가 반영된 듯한 대답을 한다. 예를 들어 판사, 검사, 변호사 등등. 물론 정말로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고 싶은 아이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판사, 검사, 변호사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아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모르긴 해도 부모님이나 주위에서 좋다고 하니까 얼결에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대개 권력 지향적인 직업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의 비슷하다. 아마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직 어려서 자기의 재능이나 소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일부러 그들이 좋아할 만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누구보다 어른들이 잘 알지 않는가? 어른이 되면 권력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권력의 무상함도 깨닫게 된다. 또한 어릴 적 꿈꾸었던 장래희망이 자신의 재능이나 소명과 별개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어린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소질을 개발하고 좀더 현실적인 장래희망을 갖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판사, 검사, 변호사가 무얼 하는지도 모르면서 장래희망으로 선택하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말 달리자 환상의 짝꿍#MBC#어린이#전파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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