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수 1억 5000만명으로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국가 브라질을 온통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방문이 지난 13일 4박 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갈수록 가톨릭 인구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중남미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음에 따라, 이 지역에서 가톨릭의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교황으로서는 방문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아이돌 스타'?
브라질 북동부에 위치하며 상파울루까지는 최소 3시간 이상을 비행해야 하는 포르탈레자에서 온 크리스티나 다 실바(42)는 "세계적인 가수가 올 때도 브라질 전 지역에서 올라오지 않느냐?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우리에게는 아이돌 스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살바도르에서 도착한 마리아 안토니아(25)는 "긴 시간 여행이 힘들고 지루했지만 교황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왔다, 가톨릭을 대표하는 교황의 설교를 듣고 싶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우루과이·칠레·파라과이·페루·에콰도르·온두라스·멕시코 등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 온 가톨릭 신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칠레에서 온 미겔 안젤 마르도나도(34)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브라질을 방문했다. 그는 "교황을 직접 보고 싶어 이렇게 오게 됐다"며 교황을 보게 된다는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상파울루 관광국에 따르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상파울루 방문으로 인해 24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6000만 헤알(약 24억원)의 관광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 숫자만으로 볼 경우, 인테를라고스 자동차 경기장에서 열리는 포뮬러원(평균 15만명)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포뮬러원(F1)에 비해서는 수익이 훨씬 낮은데, 그 이유는 교황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들 대부분의 주머니 사정이 별로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고속버스를 타고 와서 친척이나 가족들 집에서 숙박하며 일부는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교황을 보기 위해 전날부터 명당(?)을 잡고 밤을 새우기도 했다.
대규모 야외미사 후 200명 이상 병원행
지난 11일 오전(현지시간) 상파울로 시내 비행 훈련장인 캄포 데 마르테에서 교황이 집전한 대규모 야외미사에는 약 100만명의 신도들이 참가했는데, 이 미사 후 200명 이상이 병원 신세를 졌다.
이날 미사는 오전 9시 30분에 시작됐으나, 신도들은 밤을 새우며 긴 시간 동안 추위에 떨며 서있어야 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이 저혈당 증세와 체온 하락으로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브라질리아에서 온 클레베르 소우자(26)는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내내 추위에 떨며 잠도 못 자고 기다리는 고통 외에도 안정적인 직장까지 팽개쳐야 했다. 그는 "상사가 미사에 참가하도록 허락하지 않아 결국 사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그가 밤을 새워 추위에 떨면서 직장까지 팽개치며 미사에 참석한 이유는 바로 이날 미사에서 암과 신장병, 출산 관련 질병을 고치는 기적을 행하는 인물로 알려진 안토니오 데 산타나 갈바옹(1739~1822) 수도사에게 브라질인 최초의 시성(諡聖, 죽은 후에 성인품으로 올리는 것)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바티칸은 지난 1999년 상파울루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남자 아이의 출생 과정에서 일어났던 기적을 인정, 갈바옹 수도사에 대한 시성을 결정했다
많은 브라질인들은 기적을 바라며 이날 미사에 참가했다. 가정주부인 레찌시아 두아르떼(56)는 병을 앓고 있는 손녀가 완치되는 기적을 받기 위해 미사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사에 참가하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기적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며 믿음을 보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3일(현지시간) 미사를 집전한 아파레시다 교구에서도 상황은 같았다.
이미 11일부터 노숙하며 기다린 신도들 1000여명이 12일 오후 2시경에는 돗자리를 깔고 대규모 야영지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46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아파레시다에 도착한 안토니오(43)는 일광욕에 사용하는 해변용 의자까지 가져오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다. 그는 "버스를 타고 여행하면서 며칠간 목욕도 못하고 고생하고 있지만 교황과 하나님을 위해서는 희생도 값지다"고 말하고, "함께 온 친구들과 함께 기도하고 찬송하며 밤을 새울 계획이다, 대규모 영적 파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적의 알약' 수요 급증
한편 안토니오 데 산타나 갈바옹 수도사의 시성 이후, 이른바 '갈바옹 알약'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먹는 종이로 만들어진 '갈바옹 알약'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기도문이 새겨넣어졌으며, 암과 신장병, 출산 관련 질병을 고치는 기적의 약으로 알려졌다. 갈바옹 수도사가 만들었다는 '갈바옹 알약'은 지금도 루스 수도원에서 수녀들에 의해 제작되고 있다.
갈바옹 수도사의 시성 다음날인 12일 루스 수도원에는 많은 신도들이 몰렸다. 이날 하루동안 3만개의 '갈바옹 알약'이 배부됐는데, 이는 평소보다 3배나 증가한 것이다. 신도들은 알약을 받기 위해 최소 2시간 이상을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지난 9일 브라질에 도착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3일 밤 과룰료스 국제공항을 통해 로마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