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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분노한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여의도 이 전 시장의 사무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분노한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여의도 이 전 시장의 사무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저요? 뇌성마비 장애인입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말대로라면 태어나기 전에 낙태됐어야겠죠(웃음)." (박홍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이하 전장연) 소속 20여명이 16일 오전 10시께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선 캠프 사무실을 점거했다.

이 시장의 표현대로, 뱃속에서 '불가피하게' 없어졌어야 할 사람들이다. 박 회장은 이 전 시장의 말을 곱씹으면서 쓴웃음을 보였다.

이들이 경찰의 저지에도 이 전 시장의 사무실을 찾은 이유는 지난 12일자 <조선일보> 인터뷰 내용 때문.

이 전 시장은 낙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반대"라면서도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들은 이 전 시장의 공개 사과를 듣기 위해 이날 사무실을 직접 항의 방문했다. 전장연의 또다른 회원 20여명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다음날(17일)까지 강원도를 방문 중이라 이날 장애인들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장애인 정책 크게 후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무실을 점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무실을 점거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사무실을 점거한 뒤 "이 전 시장은 자신이 장애인들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 전 시장은 '낙태는 반대한다, 하지만 불구는 낙태해도 된다'는 말은 비장애인 아이는 뱃속에서 생명으로 인정받고, 장애인 아이는 죽여도 된다는 뜻"이라며 "모순된 이야기"라고 비난했다.

이어 "장애인 문제는 개인의 신체적 손상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를 차별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라며 "이 전 시장의 발언은 이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영등포경찰서 관계자의 계속된 회유에도 "이 전 시장이 직접 인터뷰한 내용이니까 직접 나와서 공개 사과하라"고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는 "(이 전 시장을 만나면) 불구라면 왜 낙태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반드시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단체 소속 회원들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를 요구했다.
장애인단체 소속 회원들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를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 전 시장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는 회원들을 경찰이 막고 있는 모습.
이 전 시장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는 회원들을 경찰이 막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 전 시장의 발언에 가장 반발한 것은 장애인들과 그들을 자녀로 둔 부모들. 점거 농성에 참여한 박홍구 회장(뇌성마비 장애)은 "과연 이 사람이 장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장애 문제를 인식은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기사를 본 소감을 밝혔다.

박 회장은 "'불구'라는 장애인 비하 발언과 그들에 한해 낙태를 허용한다는 말은 이 전 시장이 장애인들의 현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보여준 사례"라며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현재 진행 중인 장애인 정책이 크게 후퇴하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장애인이 살기 힘든 것은 신체적 불편함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며 "똑바로 된 대통령 후보라면 '장애인이라도 걱정 말고 낳아라, 이 사회가 억압과 차별없이 살게 도와주겠다'고 말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문희 '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장애인이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하는 것이냐, 장애인 아이들도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공동대표는 "장애아를 둔 부모만큼 (장애 문제를)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를 이해만이라도 해달라"며 "정치를 머리로만 하려고 하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이 전 시장의 자녀가 장애아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며 "장애인이었다면 죽였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명박 측 "'불구' 표현, 신중하지 못했지만 비하 아니다"

전장연(준)은 기자회견문에서 이 전 시장의 발언에 대해 "장애인의 생명은 존중될 가치가 없다는 뜻"이라며 "대한민국의 정치적 수장이 되고자 하는 이 전 시장이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장애인의 생명을 짓밟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이어 "이 전 시장은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들의 처절한 투쟁을 아예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음이 틀림없다"며 "장애인의 열악한 삶은 개선하기 위한 고민을 해도 부족할 판에, 차마 담지 못할 장애 관련 발언을 언론에 서슴없이 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전장연(준) 회원 1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점거 농성을 위해 이 전 시장의 사무실로 진입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진입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오전 11시 40분부터 20여분간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 박경석 집행위원장 등 전장연(준) 소속 20여명이 이 전 공개 사과를 촉구하며 점거 농성 중이다.

이명박 전 시장이 지난 2월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을 방문, 일반인들이 어둠 속에서 시각장애인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어둠속의 대화`전시실에 눈을 감은 채 입장하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이 지난 2월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을 방문, 일반인들이 어둠 속에서 시각장애인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어둠속의 대화`전시실에 눈을 감은 채 입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이 전 시장측은 이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표현은 잘못"이라면서도 "발언을 오해했다"고 해명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기자와 만나 "장애인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아닌데 (농성자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며 "낙태 관련법에 있는 내용을 발언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전 시장의 선거 사무실의 이정선 전 서울시의원(장애인 비례대표)은 "표현상 용어 선택에 잘못이 있었다"며 "그러나 '불구'라는 단어가 장애인 비하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명박#장애인 발언#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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