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늦은 수업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왔을 때, 반가운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지난 4월 10일에 군대를 간 제 친구놈으로부터 온 전화였습니다. 주어진 시간 3분 동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반갑게 받아줬어야 했는데 너무 당황해서 간단한 대답만 하다 시간을 다 보낸 것 같습니다.

저랑 제 친구놈은 올해로 25살입니다. 아직 젊구나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또는 더러 늦게 군에 입대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군입대만 생각한다면 제 친구도 결코 어린 나이는 아니죠. 훈련소 동기 200명 중에 3번째로 나이가 많다고 합니다.

자신은 괜찮다고 할 만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군대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걱정 또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이 많다고 따돌리지는 않을까? 외국에서 공부하다 왔다고 괜히 나쁜 장난을 치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죠.

제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대학을 갔습니다. 그리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올 초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군대를 간다는 것.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한 의무겠지만 전 제 친구의 선택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피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피하려고 했다면 피할 수도 있었던 길이었음에도 제 친구는 군대라는 길을 선택한 것이죠.

솔직히 말하면 전 친구를 말리고 싶었습니다. 군대에서 보내는 2년의 시간을 두고 흔히 썩는다고 말들 하죠? 군대에서는 사회에서 해보지 못한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발전의 시간도 충분히 가질수 있구요.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곤 합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평생 기억될 많은 추억들이 있지만 다시 그곳을 가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서 말리고 싶었습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말하진 못했지만, 그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당당히 입대하는 친구를 보며, '괜히 그런 생각을 했구라'라며 뒤늦게 후회하기도 했지만, 만약 제 주변 가까운 사람이 제 친구와 같은 상황에서 입대를 망설이고 있다면 말리고 싶은 마음이 우선입니다. 참 나쁘죠?

왜 그럴까요? 전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군대는 왜 그렇게 우리에게 부정적일까요? 군대는 상당히 전 근대적이고 몰 개성을 강요받는 공간입니다. 20년간 다른 생활을 해온 이들에게 단체생활이라는 비명하에 똑같은 것을 강요합니다. 똑같이 일어나야하고, 똑같은 것을 먹으며, 똑같은 옷을 입어야 합니다.

규칙이라는 것의 힘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강요하는 획일화된 규칙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 입니다. 사람이 변해야 사회가 변하는 것입니다. 사회가 변했다면 사회 구성원들인 사람들은 더 많이 바뀌었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군대는 사회가 변하면 뒤따라 가기 바쁩니다. 그래서 늘 많은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군대는 폭력을 위한 곳입니다. 분단된 지금의 현실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2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 저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그리고 그 필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말하고 싶은 폭력은 그것이 아닙니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20대의 혈기 왕성한 남자들이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 곳도 없이 모여있습니다. 큰 사건, 사회적 이슈가 되고 문제가 되는 사건도 많지만, 사회에는 알려지지도 않는 사건 사고들이 군대에는 더 많습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곳은 늘 긴장상태이고, 늘 조금은 위험합니다.

군대에 가면 누구나 중간만 하라고 합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못하면 힘들고 잘하면 피곤한 곳이 그곳입니다. 그래서 군대에서는 튀지 말고 중간만 하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이 가지는 것은 다 가져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은 다 해야한다는 우리 사회의 강박관념과 교육의 연장선상이 아닐까요?

3분이라는 짧은 통화시간 동안 전 낯설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원래도 개성이 넘치고 밝은 성격의 친구는 자유롭다는 미국에서 보낸 5년의 시간 동안 더 활발해져 있었음에도 수화기 넘어도 들려오는 목소리는 군대에서 지난 2년간 들어오던 그 익숙한 목소리. 딱 그 목소리 였습니다. 겨우 한 달 남짓이지만 목소리가 늠름하고 당당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고 서글퍼지는 것은 또 저만 괜히 그런 것일까요?

친구놈이 저와 다른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저에게 일주일 먼저 보냈는데, 다른 친구에게 먼저 도착했습니다. 결국 저에겐 2주가 넘는 시간이 걸려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제 편지는 군 우편을 이용해서 보낸 것이고, 다른 친구놈에게는 종교행사 중에 교회에서 보낸 것이라고 합니다. "거긴 아직 그렇구나" 라고 웃고 말았습니다.

지난 4월 30일은 저의 첫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예비군들과 함께 했던 현역 시절 동원 훈련의 기억과 작대기 하나를 달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을 제 친구, 그리고 누가 예비군 아니랄까봐 대충 복장을 갖추고 놀러가는 듯한 (저를 포함한) 주변의 예비군들을 바라보며 이런 예비군들에 대한 여러 생각이 짧은 하루의 훈련 내내 들었던 생각들이었습니다.

이번주도 그리고 다음주도 입대하는 많은 군인들이 생겨날 것이고, 전역하는 새로운 사회인들도 생겨날 것입니다. 저처럼 걱정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또 한시름 놓는 사람도 생겨나겠죠.

매일매일 제 친구에게 사고나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길 기도하면서, 매주 화요일(306보충대, 102보충대는 논산과 다르게 화요일에 입대를 합니다)이면 제 친구에게 후임병들이 생기겠구나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나면 제 친구의 선임병이 전역해서 제 친구가 내무실 서열이 올라가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으려고 합니다.

불비한 여건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60만 장병 여러분들께, 오늘은 제 친구를 위한 기도가 아닌 모두를 위해서 기도 드리고 싶습니다. 과연 제가 드리는 기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을 걱정하는 부모님, 형제, 친구를 생각하면서 모두들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나라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친구놈과 그리고 저의 동생. 그 외에 수많은 국군장병들을 위해 잠시나마 고마운 마음을 가져봅니다.


#군대#친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