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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의 전 구간이 개통된 지 올해로 101년이다. 러일전쟁 직후인 1906년에 일본은 한민족 지배와 만주 침략을 목적으로 서울과 신의주 사이를 오가는 경의선 철도를 완공시켰다.

지난 101년간의 역사를 보면, 경의선의 이미지가 두 번 바뀌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1906년 완공 당시의 원래 이미지는 1951년 6월 12일 서울-개성 구간 중단 때에 첫 번째 변신을 경험했으며, 2007년 5월 17일의 문산-개성 시험운행으로 인해 두 번째 변신을 겪게 되었다.

아래의 논의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경의선은 각 시기마다 한민족이 처한 상황의 핵심을 전형적으로 보여 주는 상징물이었다.

1906년 완공 이후 경의선이 가진 이미지는 '식민'이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한반도를 자국의 식민지로 만들고 또 만주를 침략할 목적으로 경의선을 완공시켰다. 그리고 경의선 완공 이후의 역사는 일제식민통치의 역사였다. 한민족이 처한 최대 상황이 일제식민통치였을 때에, 경의선은 식민의 이미지를 띠고 있었던 것이다.

1951년 서울-개성 구간 중단 이후 경의선이 새롭게 가진 이미지는 '분단'이었다. 경의선은 본래 일제 침략의 상징물 중 하나였지만, 해방 이후 한민족이 일제침략 못지않은 풍파를 겪으면서 경의선의 상징적 의미도 바뀌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 이미지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 한민족이 처한 최대 상황이 남북분단일 때에, 경의선은 분단의 이미지를 띠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2007년 5월 17일에 이르러 경의선은 두 번째 이미지 변신을 겪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통일'의 이미지다. 경의선 시험운행은 6·15 정상회담 이후 남과 북이 함께 추진한 통일사업의 성과물인 동시에, 남아 있는 통일사업의 최종적 완성을 다그치는 견인차이기도 하다.

물론 정상운행까지는 아직도 여러 과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56년만의 시험운행만으로도 한민족은 충분히 흥분할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지난 100년 동안 한민족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던 경의선이 이제는 통일이라는 이미지를 띠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의 삶은 통일의 삶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예측일까.

경의선이 일제에 의해 처음 완공된 1906년 이후로는 한민족이 '식민'의 삶을 살았고, 서울-개성 구간이 끊긴 1951년 이후로는 한민족이 '분단'의 삶을 살았던 점을 생각할 때에, 남북철로가 시험운행을 실시한 2007년 이후에 대해 한민족이 희망을 가질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의선의 통일 이미지는 향후 우리의 의식구조에도 일정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크게 3가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경의선 운행은 '못난 민족' 콤플렉스를 해소시켜 줄 것이다. 그동안 많은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는 스스로를 하찮게 보는 콤플렉스가 존재하고 있었다. 얼마 되지도 않은 땅덩어리에서 형제끼리 서로 분단되어 싸우고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낮게 평가해 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의선이 남과 북을 왕래하게 되면, 많은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 담긴 '못난 민족' 콤플렉스는 사라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대신에, 외세의 방해를 뚫고서 기어이 통일을 이루어 가는 민족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둘째, 경의선 운행은 대일 콤플렉스를 일정 정도 해소시켜 줄 것이다. 한민족은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을 멸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 이후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으면서 대일 콤플렉스를 가슴에 안고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이 우리 자원을 빼앗아 완공시킨 경의선 철로를 우리가 완전히 장악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면, 우리 의식 속의 대일 콤플렉스는 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우리 자원으로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일본이 만든 것을 결국 우리가 차지하게 된 것이 아닌가.

셋째, 경의선 운행은 대륙 콤플렉스를 상당 부분 해소시켜 줄 것이다. 한민족은 본래 대륙의 일원으로 살았으나, 19세기 후반부터 해양권 국가(일본·미국)들의 지배 혹은 영향을 받게 되면서 대륙과의 의식 단절을 겪어야만 했다. 이 같은 대륙 콤플렉스로 인해, 마치 예전에는 아시아 대륙이 온통 우리 민족의 독무대였던 것처럼 과장하는 경향이 일부에서 나타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경의선을 타고 서울에서 대륙까지 여행할 수 있게 되면, 한민족은 스스로를 대륙의 일원으로 인식할 것이며 그 속에서 민족의 활로를 개척하려는 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이 식민에서 분단으로, 분단에서 통일로 이미지를 변신한 경의선이 향후 우리 민족의 못난 콤플렉스를 치유하면서, 유라시아 대륙에서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경의선#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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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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