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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시던 할머니들이 어머니랑 얘기하고 있다.
산에 가시던 할머니들이 어머니랑 얘기하고 있다. ⓒ 전희식
동네에서 고사리 장사를 해보기로 했다. 고사리 장사를 해보기로 한 것은 동네 할머니 두 분이 나한테 기대 섞인 부탁을 해와서다.

우리집에 외지에서 손님들도 많이 오고 또 오는 사람마다 꽁지머리를 묶은 사람에서 빡빡머리는 물론, 코흘리개 애들부터 늙은 노인네까지 종류도 다양한지라 여기저기로 발이 넓어 보였나보다.

며칠 전 어머니 바퀴의자를 밀고 집 밖에 나와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마대부대로 만든 망태기를 짊어지고 동네 할머니 두 분이 산으로 가다가 같이 고사리 꺾으러 가자고 했다.

"하하. 그럼 우리 어머니를 할머니가 좀 봐주실래요?"
"또 할머니! 아주머니라고 부르랑게에~"
"맞어맞어. 아주머니. 우리 어머니 봐 주시면 제가 아주머니 몫까지 꺾어 올게요."
"어머니 잠시 혼자 계시라 혀."
"오전에 손님이 오니까 안 되고 오후에 한 번 가 볼까요?"


삶아서 바싹 말린 고사리. 여리고 깨끗하다.
삶아서 바싹 말린 고사리. 여리고 깨끗하다. ⓒ 전희식
손님이 온다고 하니까 할머니들이 고사리 좀 팔아 달라고 한 것이다. 끊이지 않고 찾아드는 우리집 손님들을 떠 올리고는 그런 생각을 하신 모양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이 분들이 덕유산 줄기를 누비면서 뜯어 오는 산나물들을 내가 팔아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그러마고 대답을 했다. 시골 동네를 다니며 산나물이나 기타 농산물을 사는 장사치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시골 할머니들이 정성을 들인 만큼 값을 쳐 주지 않는다.

이 분들은 평생을 이 산골에 사신 분들이라 고사리를 꺾어도 골라가며 꺾는다. 어느 골짜기에 고사리가 있는지 눈을 감고도 훤히 아는지라 매일 산에 다니면서 그날 꺾어야 할 고사리만 꺾고 어리거나 이미 센 것은 꺾지 않는다.

며칠 후에 다 삶아 말렸다고 와 보라기에 갔는데 고사리가 무척 연하고 깨끗했다. 집에 가져와 우리 어머니에게 보여 드렸더니 품질이 아주 좋다고 하셨다.

요즘 시골에서는 산기슭이나 외진 밭에서 고사리 재배를 많이 하는데 이런 고사리들은 약도 치고 액비도 뿌리기 때문에 자연채취 고사리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줄기도 굵고 맛에서도 차이가 난다.

고사리를 달아보니 열 근 남짓 되었다. 바싹 말라서 잘못 만지면 다 부스러질 정도였다. 자루 두 개에 담겨진 이 고사리를 밤에 주둥이를 열어서 눅인 다음에 반 근 정도 단위로 나눠서 짚으로 묶었는데 모든 과정을 우리 어머니에게 이른바 외주(!)를 주었다. 짚을 추려서 가지런히 묶은 다음에 다시 햇볕에 바싹 말렸다.

지난 겨울에 우리집에 와서 노시다가 기념사진을 찍어 드린다고 했더니 내가 대접 한 '수세미효소'를 한잔씩 들고 자리를 잡았다.
지난 겨울에 우리집에 와서 노시다가 기념사진을 찍어 드린다고 했더니 내가 대접 한 '수세미효소'를 한잔씩 들고 자리를 잡았다. ⓒ 전희식
소문을 듣고는 다른 할머니도 부탁을 해 왔다. 고사리랑 취랑 두릅이랑 머위 삶아 말린 것 등등. 이번 고사리가 잘 팔리면 다른 것들도 팔아 주마고 했는데 내가 동네에서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도 좋을 듯싶다. 어머니 모시느라 경제활동을 거의 할 수가 없는 내 입장에서 기준과 원칙을 정해서 착한 장사꾼 노릇을 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오래 전에,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는 표어를 내 건 공동기업운동이나 최근 시도되는 '공정무역' 움직임처럼.
#고사리#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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