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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이 마련한 '평화의 섬 제주를 염원하는 평화기도회'가 18일 저녁 교구청에서 열렸다.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이 마련한 '평화의 섬 제주를 염원하는 평화기도회'가 18일 저녁 교구청에서 열렸다. ⓒ 양김진웅
한국사회 양심의 보루로 상징되는 천주교 사제단이 '제주해군기지 철회'를 촉구하는 시국선언과 함께 단식 기도회에 들어갔다.

천주교 사제단이 지난 1987년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린 6월 민주항쟁을 이끄는 기폭제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단식투쟁은 제주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은 18일 저녁 8시 제주교구청에서 '평화의 섬 제주를 염원하는 평화기도회'를 열고, 최근 제주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내몰고 있는 해군기지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제주전역 24개 본당에서 저녁 미사가 열렸으며, 제주교구청에서 열린 '시국미사'에는 300여명의 교인들이 참석해 강론을 경청했다.

이날 200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함께한 시국미사에서 천주교인들은 '평화'라는 교회의 참가르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나누었다.
이날 200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함께한 시국미사에서 천주교인들은 '평화'라는 교회의 참가르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나누었다. ⓒ 양김진웅
임문철 주임 신부는 먼저 강론을 통해 "어제는 끊겼던 남북 철도가 이어지는 경사스러운 날로 제주도민 모두가 기뻐해야 할 터인데 4·3 이래 가장 비상시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최근의 제주현실을 거론했다.

이어 "한미FTA로 제주도의 기반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가 닥쳐오고 있어 이에 대해 논의해도 부족한데 해군기지란 복병을 만났다"며 "제주는 군비확장에 앞장설 게 아니라 서로 교류하고, 대화하고, 협력하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평화기도회를 통한 '시국미사' 직후 김창훈 제주교구 총대리 신부를 비롯한 사제단은 최근 여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한 해군기지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기도회에 돌입했다.

사제단은 단식에 앞서 "우리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들은 해군기지 유치문제와 관련해 제주도내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뢰성과 객관성을 잃은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밀어붙이기식으로 결정한 정부와 제주도 행정당국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결정은 평화의 섬인 제주에 참평화를 깨뜨리는 행위일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간 불신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고 우려했다.

사제단은 특히 "국가 중요사업일수록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화합된 가운데 추진해야 함을 강조했었다"며 "대다수 도민이 해군기지 유치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고, 찬·반에 대한 확실한 가치판단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유치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재차 상기시켰다. 이어 "이에 아랑곳없이 정부와 제주도는 공정한 주민투표의 방식을 묵살하고, 객관성과 신뢰성이 없는 여론조사를 강행해 해국기지 제주유치를 결정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사제단은 "특히 정부는 작은 섬인 제주도를 너무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미FTA협상 추진과정에서도 제주도를 배려하는 척 하면서 그냥 통과시켜 농민 등 대다수 도민들이 분노를 불러 일으켰는데, 여기에다 해군기지 유치결정에 있어서도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의사결정 방식을 비판했다.

단식 기도 1일째에 돌입하는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
단식 기도 1일째에 돌입하는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 ⓒ 제주의 소리
앞서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는 지난 6일 '해군기지 반대' 메시지를 통해 "평화는 힘으로 얻을 수 없다"며 국방부와 해군이 건설하려는 해군기지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강 주교는 "59년 전 무고한 생명 3만명이 희생된 4·3이라는 미증유의 사건이 발생했던 이땅에서 그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고 밑거름으로 삼아, 참된 평화의 섬, 무기로부터 자유로운 땅으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며 제주4·3과 같은 아픔이 다시금 재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은 결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천주교 제주교구가 전체 사제단 이름으로 '시국 미사' 형식을 취한 것은 지난 1987년 6월 항쟁 이후 정확히 20년만이다.

특히 오는 21일에는 천주교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 집전으로 제주중앙성당에서 도내 24개 본당의 사제단과 신자가 참가한 가운데 2차 시국미사를 열고, 모든 사제단이 단식기도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천주교의 '군사기지 반대' 시국 미사는 종교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서 지역사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은 이날 단식기도회를 시작으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과 평화운동에 앞장서는 전국 가톨릭단체들을 중심으로 뜻을 모아 전국적인 군사기지 반대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덧붙이는 글 | 제주의 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제주#해군기지#천주교#천주교사제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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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자(大者)는 그의 어린마음을 잃지않는 者이다' 프리랜서를 꿈꾸며 12년 동안 걸었던 언론노동자의 길. 앞으로도 변치않을 꿈, 자유로운 영혼...불혹 즈음 제2인생을 위한 방점을 찍고 제주땅에서 느릿~느릿~~. 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 아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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