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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최장, 최대 락 페스티벌'이라는 K-ROCK 101(10일간의 반란) 공연이 지난 17일부터 서울패션아트홀에서 진행중이다. 10일동안 총 101개의 밴드가 출연한다는 의미에서 '10일간의 반란' 그리고 'K-ROCK 101'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 공연은 국내 락음악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기획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매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10개의 밴드가 펼쳐지는 이 공연은 공연의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11개의 밴드가 올라설 예정이다.

▲ 공연시작 전 공연장 모습
ⓒ 김태경

필자는 19일 공연을 다녀왔다. 제임스 - 마하트마 - 블랙홀 - 고구려밴드 - 박정아밴드 - 왓 - 아프리카 - 최이철밴드 - 뉴크 - 지킬 등의 순서로 오른 이날 공연은 주말이라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은 느낌이었다. 젊은층 뿐만아니라 직장인은 물론 나이 지긋하신 분들과 가족단위의 관람객도 많았던 것은 상업밴드 중심의 공연이 아닌 언더에서 활동을 하는 밴드 중심의 공연치고는 이채로운 모습이었다.

다른 공연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품이 빠진 가격과(3만원) 한번에 여러 장르의 락을 맛볼 수 있다는 이유로 이 공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았다. 또한 스탠딩 공연이라 밴드와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다는 점도 많은 이들에게 환영 받은 이유였다. 모두가 함께 호흡할 수 있었기에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밴드가 나오더라도 많은 호응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몇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주최측의 미숙한 진행이다. 원래는 공연 1시간 전부터 입장이었지만, 리허설 관계로 15분 가량 늦쳐줬다. 입장만 늦춰진 것이 아니라 공연의 시작도 입장시간 만큼 늦게 시작되었다. 애초 한 밴드당 30분 가량의 공연과 5분 가량의 휴식을 기준으로 시간을 잡았지만, 5개 밴드의 공연이 끝났을 때 이미 12시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 있었다. 밴드의 공연시간도 지켜지지 않았고, 휴식시간이라 되어있던 준비시간도 정확히 지켜지지 않았다.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공연 중간에 빠져나갔다. 공연 중간에 관객 2명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전자기타를 나눠주는 행사가 있었는데, 중간에 많은 관객들이 돌아가 추첨번호가 5~6번 이상 넘어간 것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또한 음료수 등은 공연장 내로 반입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공연장 입구에 붙어있음에도 버젓이 음식물을 들고 들어가는 관객들과 그들을 제지하지 않는 주최측의 모습도 아쉬운 장면이었다. 스탠딩 공연이다 보니 많은 관객들이 앞자리를 선호하는데, 음료수 등의 음식물을 반입한 관객들은 앞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었던 반면, 그렇지 못한 관객들은 공연장 밖을 나갔다 다시 들어오다보니 상대적으로 뒷자리에서 관람할 수 밖에 없었다.

▲ 박정아 밴드 공연 후 대다수 관객이 빠져나간 공연장에서 연주 준비를 하는 밴드 '왓'의 전직 야구선수 이상훈씨
ⓒ 김태경

다음은 관객들의 덜 성숙된 관람 문화다. 이 날 공연에는 블랙홀과 같은 많이 알려진 밴드도 있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박정아 밴드의 공연이 하이라이트에 가까웠다. 5번째 나왔던 그들의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썰물빠지듯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여러 밴드가 차례로 공연을 하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 순서가 끝난 뒤에 자리를 비우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점이지만, 정도가 심했다.

더군다나 지정 좌석이 아니라 스탠딩 공연이었던 만큼 많은 관객이 빠져나간 뒤의 앞쪽 일부 관객들만 남아있는 공연장의 모습은 공허함 그 자체였다. 평일보다 빨리 끊기는 주말의 대중교통과 너무 길어진 공연시간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그리고 공연의 시작부터 양쪽 벽면에서 앉은채로 화면으로만 공연을 지켜보던 관객들의 행동도 아쉽다. 스탠딩 공연이고 장시간 공연이기에 앉아쉬는 것을 나쁘다고 할수는 없지만, 처음 시작부터 계속해서 벽에 기댄자세로 화면만을 주시하는 그들의 자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 나름의 즐기는 방법이겠지만, 공연장에 왔으면 그 곳에서 만들어진 즐기는 문화를 따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중간에 나왔던 어느 밴드가 예전에도 이런 좋은 기획의 공연들이 있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많이 찾아와달라는 말을 했다. 밴드도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밴드가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이 관객 또한 돈을 내고 공연장을 찾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밴드가 실력으로 관객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면, 관객들은 공연의 특색에 맞게 즐기는 것이 예의를 다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성숙된 관람문화가 아닐까 한다.

또한 기획도 그에 발 맞춰주어야 한다. 규칙이 지켜지며, 말끔하게 진행된 공연과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을 놓고 후에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전자 쪽에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공연의 시작과 안내는 관객과의 약속이다. 아무리 좋은 기획의 공연이라도 관객이 찾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관객의 발을 잡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자세가 중요하다. 어찌보면 사소한 이런 것들이 관객을 다시 찾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힘일런지도 모른다.

이런 성숙된 관람 문화와 잔실수없는 철처한 공연 기획이 함께 할 때, 우리 음악과 공연은 더욱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관람객들의 발전된 관람 문화와 철저한 기획이 어울어진 성숙된 공연 문화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너무 시간이 늦어져 저 역시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중간에 나왔습니다. 이 점에서 부끄러운데요. 훌륭한 시도인 만큼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자랐던 점은 고쳐 더욱 발전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글을 써 봅니다.


태그:#10일간의 반란, #K-ROCK 101, #락,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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