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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 우선 역사적인 남북 철도 시험운행의 탑승 소감부터 간단히 얘기해 달라.
"처음엔 56년만에 철길이 처음 열렸다는 게 정말 실감이 안났다. 개인적으로는 남북 하늘길과 바닷길 그리고 땅길에 이어 철길까지 처음 가보는 기쁨을 가졌다. 그런데 막상 기차를 타고 다닐 것을 염원하는 실향민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생각부터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길 연결은 민족의 혈맥이 연결된 것이고 우리 민족이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확실한 길을 찾은 것이다. 우리가 떠날 때 실향민들이 임진각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손을 흔들며 애절한 손짓과 눈짓을 보낸 반면에 북측은 드러내 놓고 환영하지는 않지만 골목 사이사이와 담 너머에서 발끝으로 바라보는 모습 속에서 남북한 주민 모두의 통일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기대뿐이다."

- 열차가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었나.
"우리가 탄 3호실에는 이재정 통일부장관과 북측 권호웅 단장 등 양측 대표단이 탔다. 강만길 교수, 고은 시인, 박용길 장로, 백낙청 교수, 임동원 전 장관, 한완상 한적 총재 등이 탔다. 낮 12시15분께 군사분계선을 막 넘어가는데 너나 할 것 없이 그 순간에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그때 통일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총재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으로 뿌린 씨앗이 드디어 오늘 열매를 맺는 순간이다. 이재정 장관은 씨앗을 뿌리기도 했지만 열매를 맺는 축복받는 장관이 되었다'면서 부러워했다. 그래서 내가 '박수만 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하자'고 제안해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 임종석 의원의 선창으로 노래를 부르며 조금 더 가니 바로 개성시에 들어서더라. 차표 한 장 끊으면 금방 이렇게 갈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북열차 군사분계선 넘을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

- 국민은 이제 열차 정기운행에 관심이 크다. 철도운행 정례화의 의미와 전망은?
"북한에서 철도는 군사·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가장 중요한 운송수단이다. 그래서 철길이 열리는 것은 한반도 평화가 안착을 하게 되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시험운행이 1회로 제한된 것도 (북한측의) 국가안보상의 제약 때문이다. 따라서 운행을 상시화하면 안보군사 부분의 장애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참으로 중요하다.

경제적으로는 정기운행이 이뤄지면 남북 경제협력사업의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하게 된다. 또 뿐만 아니라 TKR(한반도종단철도)이 TCR(중국횡단철도), TSR(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계될 경우, 건교부 자료에 따르면 남측과 북측이 각각 1억 달러와 1억 5000만 달러의 경제효과를 얻게 된다. 이처럼 철도를 계기로 남쪽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북측의 인력이 결합되면 민족경제공동체를 구축해 민족 번영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한 마디로 철도는 평화이고 공동체 삶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길이기에 완전한 복원 노력을 줄기차게 해야 한다. 이 문제는 건교부장관이 곧 북측과 당국간 철도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국회 남북특위나 통외통위에서도 적극적으로 북측과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 국회 남북특위 위원장이자 열린우리당 통합추진위원인데, 철도 시험운행의 동력을 통합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그렇다. 현 시점에서 정치가 갖는 중요한 과제라면 결국 크게 보면 한반도 평화정착과 지속적인 경제발전, 양극화 해소 통한 사회통합, 선진경제 기반 구축인데 이중에서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남과 북 모두에게 굉장히 엄중하고 고전적 의미에서 정치와 안보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문제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남북한 평화가 곧 경제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계기가 지금 다가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국내외의 엄중한 시대상황과 국민적 요구를 감당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해결의 틀은 대통합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대통합을 통해 정권을 재창출해 내고 그 에너지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틀을 공고히 하고 우리 사회 전반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통합적 틀을 새로 구축해 내는 계기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열린우리당의 2·14 전대 이후 2월말에 대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했는데 통합추진위는 지난 두 달 반 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
"그동안은 우리 내부에서 패배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였다. 우리들 스스로가 통합의지를 굳건히 하고 전략과 비전을 외부의 제정파와 시민세력에 제시하며 꿋꿋하게 나가면 된다는 내부 결속이 쉽게 안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해내면서 한편으로 시민·재야 전문가 그룹,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당, 국민중심당, 무소속 세력과 지속적으로 대화의 통로를 유지 확대하고 있다.

과거의 권위주의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다소 혼란스럽고 분열적인 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51% 통합을 통해서 정권을 재창출하고 평화민주개혁 및 미래를 준비하는 세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당위성과 비전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되는 중이다."

- 정세균 의장 겸 통합추진위원장이 내건 대통합 시한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았는데 통합추진의 '중간성적표'가 별로 안좋은 것 아닌가.
"정치권 내부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국민중심당 사이에 지난 4·25 재보선에서 새로운 형태의 실용적인 정치실험이 이뤄져 나름대로 성공했다. 3석 중에서 우리가 맡은 경기 화성에서는 실패했지만 무안·신안(민주당)과 대전 서을(국민중심당)에서 승리했다. 전체 국면에서도 한나라당의 일방적 우세 속에서 대통합의 실험적 모색이 상당히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재도 각 정파들 사이에는 대통합 지향 그룹과, 소통합 혹은 자기중심적으로 조직을 사수하는 그룹 사이에 이중적 태도가 있어 그런 부분을 잘 소화해가며 대통합의 큰 흐름을 계속 유지하고 확대해가는 노력을 보이지 않게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정세균 의장 체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4개월 내에 대통합의 구체적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정치적 약속을 함으로써 시한에 쫓겨 상대와의 대화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은 집권여당을 한 다수당이자, 민주화운동 세력과 평화통일운동의 정치적 자산의 법통을 사실상 지니고 있는 당으로서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는 데 '지주회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갖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물밑 대화를 진행중이다."

"열린우리당 '대통합' 지주회사 역할 해야... 다채널 물밑대화 중"

- 그런데 민주당의 경우, 박상천 대표가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안한다'고 공개선언을 했고 열린우리당도 16일 초재선 의원들이 '박상천 대표가 추진하는 소통합은 안한다'고 선언했다. 현 단계에서 민주당과의 관계에서는 무엇이 가장 문제인가.
"현재 민주당에는 열린우리당을 보는 두 가지 선입견 혹은 전제조건이 있다. 하나는 '분당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당신들'이라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치적 불만에 대한 책임을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털기 전에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분당 이후 쌓인 감정적 앙금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 지에 대한 정서적 문제다. 후자의 경우는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자산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의 문제다.

전자는 어떤 의미에서는 양당의 뿌리가 같기에 서로 자주 만나면 자연히 풀릴 문제인데 후자는 관점을 달리해서 봐야 한다. 다시 만날 것인지 만나지 않을지를 논의하는 이유는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고 미래의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민족적, 정치적 과제를 어떻게 풀고 그런 미래과제를 풀기 위한 큰 힘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따라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다시 만날 때는 과거의 문은 닫고 미래를 향한 문을 크게 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한-베트남의원친선협회장으로서 베트남 역사학회 사무총장인 즈엉 쭝 꾸옥(Duong Trung Quoc) 의원에게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자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가 '베트남은 두 개의 창문을 갖고 있는데 과거의 문을 닫고 미래의 창문만 크게 열어 놓았다'라고 얘기하길래 참 좋은 전략적 사고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정치도 과거보다 미래를 향한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특히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평화민주개혁세력의 역사적 전통을 생각해, 우리 앞에 놓은 엄중한 민족 공영의 문제와 문명사의 과도적 전환기에 함께 고민을 풀어내는 에너지를 결집하기 위해서는 작은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당위성과 시대적 요구에 승복하고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에 갖는 '정서적 문제'는 정말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보나.
"사람이 살다보면, 부부간에도 이혼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지금 열린우리당 탈당파들도 신당을 만들더니 거기서 또 갈라져 있지 않나. 그러나 자주 만나면 맺힌 것이 풀릴 것이고 또 정말 큰 대업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흩어진 세력들이 다시 모여야 하는 것 아니냐."

- 아직 통합협상이 진행되지 않아서 지분문제가 나오지 않지만 향후 통합의 최대 걸림돌은 지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지분 문제,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자리싸움, 자기그룹에서 대통령 후보를 반드시 내야 한다는 욕심, 또 정치적으로 자기 입맛과 색깔에 맞는 사람끼리 뭘 해보겠다는 주장 등은 현 국면에서 결코 국민과 우리 지지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특히 좀 전에도 말했지만, 열린우리당은 대통합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적어도 현재 우리는 후보 선출이나 4월 총선 문제에서 현재 가장 큰 볼륨 갖고 있지만 그 볼륨에 맞는 기득권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그런 생각이다."

"대통합 후 기득권 요구 안할 것"

- '지주회사'라는 말은 사실상 열린우리당 세력 중심론이기 때문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것하고는 논리적으로 안맞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지주회사'라는 용어 대신에 '대통합의 밑거름'으로 하자. 문희상 전 의장이건, 정세균 의장이건 우리는 김대중-노무현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통합을 이루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뭐든지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

- 그런데도 왜 통합이 지지부진한가.
"툭 까놓고 얘기해서, (민주당 당권을 장악한) 박상천 대표가 지금, '오냐 잘되었다,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날이 왔다, 이 기회에 주가를 올리고 챙길 것은 챙기고 일부 싸가지(싹수) 없는 놈들은 기어서 들어오려면 들어오고 그렇지 않으면 못 들어와!'라고 심통을 부리는 판국 아니냐.

작년 북핵실험 이후 절망해 탈당한 의원들도 밖에 나가서 집 한 채(중도통합신당-기자 주) 지어 놓으니 제법 부동산 값이 올라 뭔가 재미를 볼 것 같으니 딴마음이 들고, 국민중심당도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이기니 충청도 맹주 욕심을 내고, 재야는 재야대로 명분과 순수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정치권의 현실적인 메커니즘을 저평가하고 있는 판국이다.

이런 어리석은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통합이 안되는 것인데 열린우리당 내에도 솔직히 '그러면 못하겠다, 리모델링해서 가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당의 중심은 대통합으로 간다는 것이고 노 대통령도 '원칙 있는 통합은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기득권과 거대한 볼륨(의석수) 때문에 통합을 거부할 일은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과도기적 상황에 대한 진단이 부족하다. 의사가 오진을 하듯이 상황에 대한 오진을 하고 있다. 오진의 근본적 배경은 관객을 무시하고 제 멋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관객수'를 보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고정관객은 큰 홀에서 앞에 석 줄밖에 앉아 있지 않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금 객석이 지지자들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국민중심당은 한 줄밖에 없고, 탈당한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너덧 줄은 있지만 너덧 줄 몫을 달라고 얘기하지 않고 다 내놓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객석이 텅텅 비어 있지만, 관객이 어느 때 박수를 칠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는 지도자나 그룹은 통합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두 줄, 석 줄로 만족(소통합-기자 주)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그런데 열린우리당의 통합파와 민주당과는 통합의 방법론과 대선승리 공식의 차이가 너무 큰 것 아니냐.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자산 승계 부분에서도 노 대통령의 자산 자체를 부정하고 오히려 노 대통령을 배제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
"저는 그런 주장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 그렇기 때문에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 한 통합은 어려운 것 아니냐.
"어떤 의미에서 보면 모든 게임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다수결 게임이다. 민주당 내에도 엄연히 절반에 가까운 대통합 세력이 있다. 민주당의 선택은 두 가지다. 그러나 민주당 내의 소통합과 대통합 그룹 중에서 우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은 무대 전면에 나타나 있지 않지만 절반에 가까운 대통합 세력의 존재다. 그리고 이들을 객석에 앉아서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유권자 관객들이다. 이 두 부분이 통합 쪽으로 민주당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뿌린 한반도 평화번영의 씨앗을 이번에 결실을 맺게 하는 이 일에 과연 민주당 소통합파의 주장이 부합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민주당에서 '정서적 살풀이'를 하는 과정과 정치적인 몫(지분)을 보이지 않게 조율하는 과정을 지혜롭게 해나가면 결국 통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 한국 정치질서가 대통령 후보중심으로 재편되는 경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가 누가 되든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질서 있는 통합절차를 거치면 그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말하지만, 각자 좋아하는 후보 중심으로 모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상당수가 민주적 합리적 절차를 존중하기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우선해서 선택하고 싶어하는 이 관행을 전면적으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적, 합리적, 민주적 절차에 의한 통합의 진행속도와 어느날 갑자기 이를 다 무시하고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누구를 찍겠다'고 하는 부분이 함께 갈 것이다."

"노무현-DJ, 전략적 제휴 관계"

- 지난 4·25 재보선이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을 펼쳐 통합을 추진할 절호의 기회이자 계기였는데 사실상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셈인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4·25 재보선은 두 군데서 성공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대선을 이끌어 나갈 전면적인 대통합의 실험적 틀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부분적인 실험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열린우리당은 정체되거나 혼란에 빠져 있었고 통합대상인 민주당 등 제 정파들 또한 자기중심적, 분열적 상황이 현재진행중인 시점이었다. 즉, 현재의 국면은 분열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대통합의 큰 흐름과 분열적 소통합의 흐름이 동시에 진행중인 상황이다. 이 상황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정리할지는 정치 지도자들의 결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정치문화는 과거처럼 밀실에서 소수의 정치지도자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공개되고 투명한 가운데 정치상황의 구체적 내용에 관심을 갖고 잘잘못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다. 즉, 어느 쪽이 옳고 좋은지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과 관객이다. 따라서 지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탈당파들이 얘기하는 것을 관객들은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고 본다. 일정한 시점이 되면 어떻게 결론나고, 평가가 될지 드러날 것이다.

현재 대통합과 소통합의 흐름 사이에 국민이 어느 것을 원하는지에 대해 그 차이가 충분히 드러나 있지 않고 충분한 검증과정을 거치지 못했기에 여론이 제대로 모아지지 않았지만 이 부분은 한 달 내 결판날 것이다."

- 일부에선 특히 민주화운동 진영에서는 5·18~6·10 사이가 통합의 적기라고 하는데 그 사이에 뭔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나.
"6·10 항쟁 20주년을 앞두고 철마가 남북한을 시험운행한 이 시기에 민주화운동 세력이나 통일운동세력들이 뭔가 중대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밖에서 막연히 정치권을 보는 사람들도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고 이미 기정 정치권 안에서 자신의 정치역량을 보여준 사람들도 심각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해 내기 위한 결단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예를 들면 그동안에는 기성 정치인들이 중심을 잡고 부족한 에너지를 밖에서 충원해 채우는 형태로만 되어 왔다면 이번의 경우에는 정치권 안팎의 에너지가 동시에 결합하면서 정반합의 새로운 에너지를 모아내는 그런 지혜를 발휘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든다."

- 최근 범여권 혹은 반한나라당 진영의 논란을 보면, 크게 '노무현 대통령 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립구도와 이른바 '친노 대 비노'의 대립구도가 통합을 가로막는 프레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그렇다. 남북통일도 통일지향적 가치를 존중하고 분열적 가치는 없애야 가능한 것이다. 말로만 통일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분열적, 반통일적 행동을 하면 안되듯이, 마찬가지로 말로는 통합하자면서 통합의 대상을 욕하고 비난하면 안된다.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 그리고 친노와 반노의 이분법적 사고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먼저 대통합으로 정권을 재창출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완성하고 선진한국의 길로 가는 것이 공동의 목표라면, 김 전 대통령의 뜻이 뭔지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작년부터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듯이 '한반도 평화번영의 씨앗을 내(DJ)가 뿌렸고, 노 대통령이 그 씨앗을 가꾸고, 차기 대통령으로 하여금 열매를 맺게 해서 그 결실을 우리 민족 구성원 모두가 나눠 갖는 역사를 만들면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은 경륜과 경험, 스타일에서 차이는 있지만 서로 서로 대립적 관점에 있는 것이 아니고 공동목표와 전략적 협력관계에 전혀 문제가 없다. 두 분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관계라고 본다. 그런데 마치 노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자신이) 친동교동계인 것처럼 얘기하거나, 동교동계를 비난하면서 '친노'의 핵심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두 분을 모두 죽이는 것이다.

대통합은 김 전 대통령이 물려준 정치적 자산과 현재 그 바통을 이어받아 국정과제를 풀어가는 노 대통령의 바통을 동시에 이어가고자 하는 대통합의 정치적인 승계라는 관점에서 이번 대선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친노'냐 '반노'냐는 분열적인 반통합적 상황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비생산적인 잘못된 사고다.

노 대통령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극복해야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만 사사건건 반대하면서 부정하는 것만이 옳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우리의 과거를 송두리째 실패로 규정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노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현실적으로 승계해서 진행하고 있기에 그렇다.

예를 들면, '철마는 달린다'는 오늘의 현실에서 봐도 노 대통령의 평화번영정책은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그대로 승계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 특검이라고 하는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돌발사태가 있었지만 전체의 맥락에서 보면 조금도 의심할 바 없이 노 대통령의 평화번영정책은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승계한 것이다."

"6·15공동선언 기념일 지정 결의안 추진 중"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그렇다면 범여권이 과연 이런 대립구도를 극복하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과 비전이 있는가.
"이번 대통령 선거는 한반도 남쪽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문제를 조율해내는 큰 정치적 과제를 풀어내는 정치에너지를 모으고 정치지도력을 확보해야 하는 선거다. 그런데 지금 이 문제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연출자가 노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 남북문제 해결의 총감독이자 연출자이다. 그런데 차기 대통령이 되어 그것을 풀고자 하는 사람이 노 대통령을 반대하면서 원만하게 풀어나가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또 그것 말고도 '2030'이라는 21세기 선진한국의 미래 설계도면을 만들어가고 있다. 비록 그것이 미완성일망정 21세기 선진한국의 의미있는 뼈대를 설계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전면 부정하거나 반대해서 정치적인 반대급부로 뭔가를 도모하려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못받는다.

결론적으로, 전략적으로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과 노 대통령이 관리하는 정치적 자산을 잘 M&A(기업 인수합병) 해서, 그 안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제3의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대선의 핵심구도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찌 보면 김 전 대통령도 극복하고 노 대통령도 극복해서 한반도의 상황적 과제들과 미래의 정치적 과제들을 요리해 나갈 수 있는 지도력을 스스로 확보해야지 누구탓이나 반대급부만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며 가려는 모색들은 아무런 과학적 설득도 정서적 감동도 이뤄낼 수 없다. 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과학과 감동의 결과물이어야 한다고 본다. "

- 현 범여권에서 염두에 두고 있는, 그런 후보가 있나.
"대통합이나 대선의 국면에서 누구를 선택할지는 국민이 결정한다고 본다. 국민은 지금 자신들이 직면해 있는 문제의 심각성과 고민이 너무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한 과학적 대안과 정성을 다해서 자기를 설득해내는 감동이 없으면 절대 찍어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유컨대, 지금 일부 국민이 '홧김에 서방질'(범여권 지지표의 이탈-기자 주)한 국면을 가지고 자기표가 많아 대통령 될 수 있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앞으로도 각 후보들은 도덕성뿐만 아니라 정책과 비전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저는 '매니페스토'(구체적인 예산과 추진 일정을 갖춘 선거 공약)를 주장하는데 각 당과 후보들이 말로는 매니페스토를 지지하면서 왜 자기의 정책과 비전을 담은 매니페스토를 발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현재 각 당이 찬성하고 있고 참여하는 국민도 15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노총, 교총, 직능경제인단체연합회 등 대형 시민·직능 단체들이 다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이 후보에게 과학적인 대안과 설득력 있는 비전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그런 만큼 매니페스토 법안은 이번에 꼭 통과되어야 한다. "

- 매니페스토 관련 법안뿐만 아니라 6·15 공동선언을 앞두고 국회에서 중요한 안건을 추진중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우리가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반도 주변 4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도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민족 내부에 확실한 원칙과 방향성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즉, 남북한이 내년까지 핵문제를 해결하고 북미 국교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전면적인 경제협력 활성화 등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국민이 합의하고 동의한 '원칙'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이 합의한 7·4 공동성명, 91년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남북한이 합의하고 현실적인 규범력을 가진 것이 6·15 공동선언이므로 이를 기념일로 제정하려고 한다. 이것은 6·15 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남측 상임대표)인 백낙청 선생이 정식으로 국회 남북평화통일특별위원장인 제게 기념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해온 것이다. 정식명칭이 '6·15 남북 공동선언 기념일 지정 촉구 결의안'인데 이번 6월 국회에서 6·15 이전에 통과시킬 계획이다."

- 한나라당 의원들이 7·4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일과의 '형평성'을 들어 반대할 가능성은 없나.
"6·15 선언에 합의한 카운터파트너인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북한 당국이 6·15 선언을 남북관계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굳이 돌아가신 분(박정희 전 대통령-기자 주)의 7·4 공동성명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 말이 되냐. 그리고 어차피 6·15 자체가 7·4 공동성명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 아니냐. 다만, 6·15 공동선언 가운데 두 번째 항인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방안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다고 유보하면 된다. 일단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규정하는 민족적 이정표로 정해 놓고 이견은 조율하고 채워가면 되는 것이다.

이미 현재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해 찬성한 의원이 100명을 넘어섰다. 국회가 지정을 촉구하고 정부에서 지정하는 것인데 정부도 적극 찬성하고 한나라당도 대북정책을 수정하고 있고 전세계가 철도연결을 축하하는 이 마당에 한나라당이 기념일 지정을 반대하거나 거부할 아무런 이유가 없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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