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함께 만드는 뉴스'는 독자가 참여해 완성해나가는 '팬 픽션(fan fiction)' 형식의 뉴스입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는 주제나 사안에 대해 기자가 전후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에 대해 독자들이 직접 주인공 또는 조언자의 입장에 서서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후 독자들이 남긴 의견을 반영하면서 최종적으로 기사를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주제는 '취재지원선진화방안'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22일 오후 세종로 정부합동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22일 오후 세종로 정부합동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한민국에 때 아닌 '언론자유' 논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22일 정부가 각 부처별 브리핑룸을 없애고 정부청사 3곳에 통합브리핑센터를 만들겠다며 불을 댕겼습니다.

신문·방송을 비롯한 각 언론사에선 난리가 났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취재와 보도를 통제하려는 수작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진보언론, 보수언론 구분이 없습니다.

언론단체와 학자들, 정치권도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냅니다. 48개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하고 있는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심지어 "모든 언론사를 <국정브리핑>화하려는 것이냐"는 비난까지 퍼붓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입니다.

보도자료 읽어주고 정보공개도 안 하는 정부

사실 이런 반발은 정부와 청와대에서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큽니다. 정부는 2003년 출입기자단 중심의 취재 관행을 없애겠다며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했습니다. 언론사에 적을 둔 기자는 누구나 등록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공개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겠다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자랑하던 '개방형 브리핑제'는 또 다른 악습이 됐습니다. 정부 관료들이 매일 나서는 브리핑은 기자들에게 나눠준 보도자료를 읽는 시간이 된지 오래입니다. 기자들이 한두 가지 질문이라도 하려면 "시간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뜨기 일쑤입니다.

취재가 필요한 기자들은 답답한 마음에 정부 담당자나 실무자에게 전화를 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공보관을 통해서 질문하라"는 말뿐입니다. 정부 관리들은 골치 아픈 취재 요청을 공보관을 내세워 간단히 거절하고 있습니다. 각 부처 사무실은 '기자 출입금지 구역'이니 효과적인 취재 회피책인 셈입니다.

취재가 가로막힌 기자들은 가끔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 공개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간단한 회의록조차 기밀이라며 내주지 않습니다. 기밀이 되는 이유도 가지가지입니다.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둥, 끝나면 알려주겠다는 둥…. 기자들의 분통이 터질 만도 합니다.

정부는 앞으로 브리핑을 질의응답으로 내실 있게 채워가고 정보공개법도 손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약속을 믿는 언론사는 어디도 없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정부 관료들이 보인 행태에 선뜻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출입기자단 텃세 여전... 기자들은 잘못 없나

그렇다면 잘못은 정부에게만 있는 것일까요? 기자들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가 도입한 '개방형 브리핑제'의 취지는 국민의 알권리를 왜곡해 온 출입기자단을 해체해 보자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과거 출입기자단은 정보를 독점하고 타 언론사 기자들의 출입도 방해하는 등 구태를 보였습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방해하던 존재였던 셈입니다.

지금은 그 출입기자단이 없어졌을까요? 아닙니다. 보수적 성향을 중심으로 한 메이저언론의 카르텔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개방하려 해도 이들이 길목을 점거한 채 텃세를 부리고 있습니다. "기사 담합"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경찰청 출입기자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각 언론사에서 '시경캡'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여전히 경찰청사 송고실(기자실)을 깔고 앉아 다른 기자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방에 일반 기자들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기자단에라도 끼려면 '기자투표'라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구태가 되풀이되는 셈입니다. 과연 누가 기자들에게 정부 건물 출입을 단속할 권한을 줬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자들이 먼저 나서서 자신들의 카르텔을 깼다면 통합브리핑센터라는 참여정부의 초강수가 나왔을까요? 정부를 비판하기 전에 기자들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의 통합브리핑센터는 출입기자단의 폐단을 없앨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기자들이 각 부처별로 둥지를 틀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이번 선진화 방안이 오히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정부의 논리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셈입니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언론사와 언론단체, 학자와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통합브리핑센터를 반대하지만, 그 사이에서 미묘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언론사는 그동안의 취재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단체는 정부의 밀실행정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통합브리핑센터를 반대한다는 결론은 같지만, 배경은 다릅니다.

여하튼 지금은 정부와 언론이 서로 국민의 알권리 수호자임을 자처하면서 마주보며 달리고 있습니다. 알권리의 주인인 국민 여러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통합브리핑센터#기자실#정보 공개#청와대#언론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