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히틀러나 나치를 추종하면 죄가 될까? 사상의 자유가 있으니 꼭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오른 팔을 쳐드는 ‘하일(만세) 히틀러!’ 같은 인사를 하거나 극우파 밴드의 나치 찬양 노래를 대놓고 부르면 처벌된다. 최근 그런 행위를 마다하지 않은 4명의 나치 추종자들이 법정에 섰다.
그들은 지난 해 11월 후미진 곳에 모여 ‘히틀러 만세’를 주고받았다. 술에 취해 나치 정권의 선전부 장관이던 괴벨스의 문구도 고래고래 외치고 금지된 극우파 밴드의 노래도 신나게 불러재꼈다. 광란의 파티는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혀 파장이 났다.
법원에서 피고들은 기세등등하던 지난 ‘잔치’ 때와는 사뭇 달랐다. 조용히 그날의 탈선을 인정하고, 3명은 극우파적 신념을 진짜로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맹세도 했다. 한명은 예외였다. 판사 앞에서도 나치 사상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대가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였다. 물론 법정에서 꼬리를 내린 이들도 벌금이나 사회봉사 노동을 선고받았다.
최근 독일 내부무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해 극우파가 저지른 폭력범죄는 9.3%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신나치 민족민주당(NPD) 당원도 1천명이 늘어나 총 7천명 규모가 되었다. 게다가 극우파가 특히 청소년들에게 매력을 끌고 있다는 점이 적잖은 고민거리다. 앞선 ‘히틀러 파티’의 주인공도 3명이 청소년이었다.
법정에서 나치 사상을 고수한 그 청소년은 ‘실업과 이주민’ 때문에 나치에 이끌린다고 고백했다. 이는 외국계 이주민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신나치 정당의 흑색선전에 눈먼 탓이지만, 평균 실업률을 크게 웃도는 청년실업에 똬리를 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결과이기도 하다.
어쨌든, 청소년들이 독일이 나치 정권에서 ‘해방’된 바로 그 5월에 ‘히틀러 만세’ 때문에 법정에 선 사실은 별 달갑지 않은 우연이다. 나치 독재가 ‘독일 파멸’의 길이었다는 검사가 일러준 교훈을 귀담아 들었다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산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