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가 다시 또 뜨겁다. 정부의 소위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때문이다. 이제까지 있었던 기자실 운영방식을 바꾼다는 것이다. 정부 각 부처 별로 있었던 기자실(브리핑룸)들을 통폐합해서 세 개의 통합브리핑센터를 운영하고, 대신 전자 브리핑 등 정보 제공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 방안을 접하면서 사실 서글픔이 앞선다. 참여정부는 왜 쇠도 자를 수 있는 보검을 가지고 무조차도 자를 수 없는 썩은 칼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기자실 폐지는 오랜 동안 언론계의 주요한 개혁 과제였다.
그래서 일부 문제점이 있음에도 이 정부가 기자실을 폐지하고 브리핑룸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을 때 시민언론운동단체, 언론 현업단체들이 환영을 한 것이다. 일부 보수 언론이 비판언론 죽이기라고 했을 때 다른 언론들이 나서 변호하기도 했다. 과거 기자실의 폐해를 알기 때문이다.
과거 기자실 폐지에 찬성했던 이유
기자실은 기자들의 취재 편의를 위한 공간이지만 그 공간을 이용하는 기자들이 꾸린 기자단과 결합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았다. 즉 그들만의 폐쇄 공간이 되기도 했다. 새로운 언론의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기자단을 통해서 기자단 전체가 또는 그 중 일부가 권력과 유착하기도 했다.
유착한 정부 부처의 홍보를 위한 하청기관 역할도 하고, 기자들이 취재경쟁은 없이 주어지는 정보를 기사화나 하고, 정부의 남발되는 오프 더 레코드 또는 엠바고에 따라 국민의 알권리는 사라지는 폐해를 보아 왔다.
그래서 기자와 취재원인 정부 공무원의 접촉이 제한될지도 모른다는, 그래서 취재 제약을 받고 국민의 알권리가 제약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참여정부 초기 기자실 개혁을 시민언론운동단체들이나 현업단체들이 지지해준 것이다.
그랬던 그 단체들이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다들 반대하고 나서는 이유를 정부는 알아야 한다. 과거 폐쇄적인 기자실, 기자단을 통한 유착, 일부 언론의 의제설정 장악 등 여전히 폐해가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대안이 발전적이지 못하다. 그 과정과 절차도 옳지 않다.
취재 시스템의 변화는 과거 폐해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취재를 용이하게 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는 전자브리핑 제도를 도입하고, 정보공개청구법을 개정하겠다고 하지만 부족하다. 통합브리핑룸으로 가는 것이 분명히 기자들의 취재를 불편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면 그것을 보완하는 것이 시스템 변화의 조건이어야 한다.
우선 기자와 취재원인 공무원의 접촉이 원활해야 한다. 사무실을 무단으로 들어가 업무에 방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정부의 항변은 일리가 있지만 기자와 공무원의 접촉이 힘들어서는 안 된다. 공보실을 통한 사전 예약 시스템이 꼭 필요한가. 공무원에게 전화를 통해 섭외를 하고 가능한 시간을 약속해도 되는 것 아닌가.
공보실을 통한다 하더라도 섭외 요청이 오면 일정한 시간 내에 만남 주선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취재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정부는 답을 가져야 한다. 또한 취재라는 것이 1차 취재를 통해 추가 취재를 하는 것인데 매번 공보실이 개입한다면 정상적인 취재가 어렵다.
따라서 업무 관련 공무원 또는 유관기관 업무 관련자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친절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동시에 업무 이외의 시간에 언론이 취재원인 공무원을 만나는 것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의 전제 조건
다음으로 친절한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전자 브리핑이 가능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이의 운용은 결국 공무원들의 성의와 자세의 문제이다. 정부는 1차 기자실 개혁 이후 공무원들의 취재 편의 제공이 어떤 수준이었는가를 자문하는 것이 우선이다.
1차 개혁 이후 취재가 편해지고, 정보 제공이 원활해졌다면 지금 같은 반응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보 제공의 수준을 우선 높여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정부는 정보 제공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언제! 장기 과제라고 하기도 하고, 법 개정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라고도 한다.
법 개정이 브리핑룸 통합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또한 법 개정 사항에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민간 자료 공개 등 정보공개법 개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시되고 있었다. 이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고칠 것인지, 구체적인 안은 지금 왜 제시하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의지가 우선인지, 아니면 시스템 변화를 합리화하기 위해 애드벌룬을 띄운 것인지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더불어 기자실을 통합한다면 수많은 언론들이 브리핑룸을 이용함에 불편함이 없도록 충분한 편의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레스룸이 결국 또 몇 언론들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8월에는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이번 방안을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고는 정말 생각할 수 없다. 즉 내세운 취지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 방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절차의 문제이다. 선진화를 위한 방안이 언론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가. 당연히 시안을 가지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이다. 그런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 지 일주일도 안돼서 국무회의를 통과시키고 8월에는 시행하겠다고 한다.
정부, 한 발 물러서라
비판이 거세지니 각계에 설명하고 의견을 듣겠다고 하는데, 국무회의 의결 이전에 그 절차가 이루어질 수는 없었던 것인가 의문이다. 국정홍보처장은 보안상의 이유도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보안의 문제인지는 모르나 안이 완성되고 나서는 의견 수렴을 하는 것이 민주적 절차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부가 취할 정당한 절차는 국무회의를 통과시켰다는 형식적 절차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방안은 정부의 1차 방안이며 지금부터 민주적 절차를 위해 이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를 밟겠다'고 한 발 물러서는 것이다.
최소한 기자실 개혁의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김서중 기자는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