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강희정(명지고3) 양의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하나아트갤러리에서 23일부터 29일까지 열리고 있어 화제다.
요즘 미술계의 치부가 드러나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지만,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모두 미술대전을 거치는 것을 등단의 길목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온갖 부정한 짓으로 그 이름을 더럽힌 어른들의 추태 때문에 이 미술대전의 존폐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현실을 보면 딱하기만 하다.
예술이란 오직 만들어진 작품으로 그 사람의 진가가 매겨지는 것이다. 가끔은 그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하다가 시대가 훌쩍 지난 다음에서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대가 그 예술성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예술계의 관행이랄까? 등단의 길은 참으로 험난하다고 생각들을 한다. 미술대전 사건이 터지고 나서 이제는 국전이라는 과정만을 고집하지 말고, 개인전으로 진가를 평가받아 등단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물론 강희정 학생의 경우 그런 생각을 가지거나 어떤 술수에 따라 이런 개인전을 열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2, 3년의 과정 동안 작품을 만들었어야 하고, 6개월 내지 1년 전에 이미 대관 계약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이제 고3, 우리나라 청소년에게 가장 힘들고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시기가 아닌가? 이런 때 매일 3시간 가까이 시간을 들여 오가면서 배우고 작품을 만들었다니 그의 노력에 찬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좋은 대학을 꿈꾸며 오직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는 동급생들과 달리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에 매달려서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 이런 전시회를 열었다는 게 얼마나 용감하고 기특한 일인가?
전시장을 찾은 것은 전시회가 정식 오픈을 하기 전인 23일 오전 11시 50분경이었다. 그림은 걸렸지만 아직 정돈이 안 되었는지 그림을 그린 화가 강희정 양만 혼자서 전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림에 전문인이 아닌 나로서는 그림을 둘러보고 나서도 뚜렷하게 말을 해주거나 칭찬을 하고 싶어도 함부로 말하기가 어려웠다. 잘못하여 예민할 때 상처를 줄까봐 조심스럽기만 하였다.
다만 그림의 소재 면에서 느낀 대로 "공부하느라고 바쁜 시간에 이렇게 전시회를 열만큼 그림을 그리느라고 고생이 많았다"는 얘기와 "그림의 소재가 지하철, 밤거리, 골목 풍경 같은 것이 많고, 특히 야경이 많아서 늦게 오가면서 소재를 찾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건가요? 그렇게 저녁 풍경이 많아서 그런지 어두운 그림이 많은 것 같은데…" 하고 물었다.
강양은 "매일 늦은 시간에 오가게 되어서 늘 보는 풍경이다 보니 그런 풍경을 많이 그리게 되었어요. 또 밖에 나갈 시간이 없어서 화실에서 바라본 풍경 같은 작품을 만들면서 저도 답답함을 느꼈어요" 하면서도 밝게 웃어 주었다.
마침 두 분의 관람객이 들어오셔서 그림을 보기에 따라 다니면서 얘기를 붙여 보았다. "고등학생이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에 달려 왔다"는 분은 "훌륭한 화가의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면서 참 그림의 꿈을 이루기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경기과학고에서 근무하시는 유재준 선생님이었다.
아직 어린 고등학생의 전시회라서 완성감을 느낄 만큼은 아니었다. 작가로서의 길을 선택한 희정이의 전시회가 멋지게 조명을 받는 그런 자리가 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디지털특파원,개인 불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